곽기영, 가족 19-159 동생 보러 가요
“곽기영 아저씨, 해가 바뀌었는데 동생보러 갈까요?”
“음음.”
수건을 돌리며 무관심하던 아저씨가 손을 뻗으며 일어섰다. 지금 당장 가자는 뜻인 것 같다.
“지금 말고, 다음 주 화요일에 갈까 생각 중이에요. 동생 의사도 물어봐야죠.”
“음음.”
실망한 듯 다시 제자리에 앉는다.
“그럼 동생에게 연락드려 보고 된다고 하면 다음 주 화요일에 대구 가요.”
“.....”
관심분야에 확고한 아저씨, 그중 항상 가족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반응하는 아저씨에게 어떻게 말을 잘 꺼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2019년 1월 10일 일지, 류지형.
최희정(팀장) : 가족. 해가 바뀌었으니 동생 얼굴 보러 가자. 고맙습니다. 이렇게 사니 참 감사합니다.
월평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죠. 자세히 보려는 선생님도 예쁩니다.
곽기영, 가족 19-160 통닭이 먹고 싶네요
곽기영 아저씨와 의논 후 동생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곽상근 씨 계신가요?”
“실례지만 누구세요?”
“곽상근 씨 형님분 곽기영 씨 담당 직원입니다. 곽상근 씨와 통화를 하고 싶어 전화드렸습니다.”
“네? 곽상근 씨와 통화가 가능해요?”
“네? 이전에도 통화했었습니다.”
“....바꿔드릴게요.”
곽상근 씨와 통화한다고 하니 직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나도 의아해서 되물었다.
“여보세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말투에서 금방 알아챘다.
“곽상근 씨, 저 류지형입니다. 형님 곽기영 씨 담당 직원이요.”
“예, 기억나네요. 귤 맛있었는데…”
“기억하시네요, 그때는 제가 잊고 있었는데 형님이 챙겼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형님과 곽상근 씨 뵈러 갈까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예, 근데 올 때 통닭 한 마리 사올 수 있나요? 통닭이 먹고 싶어가.”
“알겠습니다. 형님과 의논해보겠습니다. 기회되면 통닭 두세 마리 사서 같이 나눠먹어도 좋겠네요.”
“그러면 좋지요.”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2019년 1월 10일 일지, 류지형.
월평 : 통화가 가능하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
곽기영, 가족 19-161 동생과의 만남
동생의 부탁대로 동생 집 근처 치킨집에 예약 주문 후 출발했다. 대구에 도착 후 치킨 집에 들어서자 아저씨는 동생에게 치킨을 사 준다는 것이 좋은지, 치킨을 얼른 먹는다는 생각에 좋은지 한껏 웃고 있었다.
“음음.”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 익숙한지 아저씨가 앞장선다.
“곽상근 씨, 형님 왔어요. 치킨도 사 왔어요.”
“어서 오이소. 점심 안 먹고 기다렸습니다.”
“배고프실 텐데 두 분 얼른 드세요.”
“선생님도 드시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콜라라도 따라 드릴게요.”
직원이 면회실에 볼일이 있어 들어오며 말했다.
“치킨 안 사오고 배달하면 되는데.”
“배달이 가능해요?”
“여기 치킨, 피자, 중화요리 전부 배달하면 다 옵니다.”
“몰랐네요. 곽상근 씨, 다음에는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배달해서 먹거나 잠깐 외출해서 외식해요.”
“그러지요. 저는 볶음밥 좋아합니다.”
충격도 잠시, 먹는 속도가 빠른 형제는 금세 치킨을 다 먹었다.
“저는 이제 일어나보겠습니다.”
곽상근 씨가 치킨을 다 먹자마자 용무가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오랜만에 뵙는데 인사도 하고 올 한 해 어떻게 같이 지낼 건지 이야기도 해요. 괜찮으시죠?”
“아, 얘기해야지요.”
잊고 있었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형님과 며칠 전에 올해 계획을 의논했습니다. 두 분이 생일이 같은 달이라 8월에 생일파티 겸 작년처럼 캠핑하고, 명절에는 이모님을 만나고, 부모님 제사 때는 성묘를 가면 좋겠는데 곽상근 씨는 어떤가요? 괜찮으세요?”
“이번 설에는 성묘 가지 말고 추석 때 가지요.”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인데 부모님께 인사는 드려야하지 않을까요?”
“이번 설에는 성묘 가지 말고 추석 때 가지요.”
“그럼 설에는 이모님만 뵙고 부모님 제사 때랑 추석에만 성묘 갈까요?”
“예, 그라입시다. 그리고 이모는 알아서 찾아 올낀데.”
“그럼 설에 이모님 오면 형님하고 셋이서 밥 먹으면서 얼굴 보고 인사하고 해요.”
“예.”
“또 형님하고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그냥, 저번에 물소리 들으면서 고기 구워 먹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네요.”
“네, 알겠습니다.”
“저는 이제 일어나 볼게요.”
동생분과 의논하는 동안 아저씨는 맞장구를 치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아저씨와 정리하고 면회실에서 나오려는 순간 먼저 일어났던 동생분이 밖에 서성이고 있었다.
“곽상근 씨, 아직 안 들어가셨네요.”
“인사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 가지고.”
“네, 그럼 두 분이서 인사 나누세요. 같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드릴까요?”
“좋지요.”
“음음.”
두 분 다 마음에 든다는 듯 호응했다.
“네, 사진 찍을게요. 하나, 둘, 셋.”
휴대폰을 들자 아저씨는 포즈를 동생분은 멀뚱히, 두 분 다 카메라를 바라봤다.
“제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형님한테 표현도 잘 못하고 사진도 어색하네요.”
“그럼 앞으로 만날 때 점점 표현하면 되죠.”
“조심히 가이소.”
“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전화 드릴게요.”
“음음.”
내심 아쉬웠는지 두 분 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저씨는 마음이 편안한지 차 뒷자석이 익숙한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혹시 꿈에서라도 다시 한 번 가족들을 만나고 싶었던 건 아닐까.
2019년 1월 15일 일지, 류지형.
최희정(팀장) : 고맙습니다. 두 형제가 가각의 복지시설에 살지만 이렇게 얼굴보고 사니 좋습니다. 아저씨의 올해 지원계획을 동생과 의논하니 감사합니다.
임우석(국장) : ①“곽상근 씨와 통화가 가능해요?” 물었던 의미가 궁금하네요. 저 정도면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데 말이죠. ②곽상근 씨가 통닮이 많이 드시고 싶었나 봅니다. 동생이 먹고 싶다고 하면 곽기영 아저씨께서 망설임 없이 사가시겠어요. ③한 달에 한 번, 곽상근 씨 찾아가겠다고 했던 약속, 꼭 지키기 바랍니다. ④아저씨 올해 계획을 두고 동생과 의논하니 좋습니다. 동생도 아저씨도 여름에 놀러 갈 생각하며 그때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렇게 당사자와 둘레 사람에게 묻고 의논해야 당사자와 둘레 사람의 계획이 됩니다. 류지형 선생님이 사회사업답게 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월평 : 시설에 사는 두 사람, 형제. 떨어져 사는 두 사람, 형제. 그렇다 하더라도 형제로 살게! 작년에 자주 소식하고 왕래하며 의좋게 지냈죠? 올해도 자주 소식하고 왕래하게 거들어요. 두 분 형편에 나서서 하기 어렵지요. 그러니…
곽기영, 가족 18-157, 메리 크리스마스(2018 일지 모음)
곽기영, 가족 19-15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