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개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외롭다라는 개념을 이해할 때,
주변에 사람이 없을 수록 당연히 외로울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우리의 정신이 체감하는 감정은 보다 더 상대적이에요.
그리고 이 상대성은 언제나 내가 가지고 있는 "기대"와 페어링되죠.
즉, 내가 사람들과의 교류를 얼마나 기대하느냐,
그리고 현실에서 나는 그 기대치 대비 얼마나 사람들과 잘 교류하고 있느냐
에 따라 상대적으로 외로움이란 감정이 체감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내가 주변에 사람이 없더라도, 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애당초 거의 없다면,
이런 사람들은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아요.
반면, 아는 사람이 정말 많을지라도, 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을 찌를 정도라면,
이런 사람들은 되려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게 되죠.
이것은 마치 에스키모 인이 느끼는 영하 5도보다
아프리카 인이 느끼는 영상 5도가 상대적으로 더 춥게 체감될 수 있다는 현실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하게,
우리가 느끼는 피로도 또한,
단순히 일을 더 하고 덜 하고의 절대적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걸고 있는 기대치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피곤한 것이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편한 게 낫다'
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몸이 피곤한 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쉽사리 해결하기 힘들다는 속뜻을 내포하고 있죠.
만약 여러분이 깨끗한 걸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힘든 회사 일정을 마치고 귀가한 후 아무리 퍼져있고 싶더라도,
먼저 씻고 깔끔하게 집정리를 하고나서 쉬는 것이 훨씬 더 기분 좋은 선택일 겁니다.
왜냐?
나는 청결함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계속 불편감이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즉,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것이죠.
반면, 여러분이 청결에 둔감한 사람이라면,
과도한 업무로 인해 녹초가 된 상태에서는
씻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집에 오자마자 무조건 널부러지는 게 최상의 선택일 겁니다.
내 몸이 휴식을 원하고, 내 마음도 전혀 거리낄 것이 없는 상태라면,
이런 상황에서의 휴식이야말로 온전한 100점짜리 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우리가 딱히 해야 할 일이 없다면,
그리고, 딱히 이루고 싶은 것이 없다면,
한량 같은 인생을 살아도 맘 편히 지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고,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즉, 각자의 마음 속에 스스로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게 설정돼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 수준은 내가 처한 현실과 페어링되면서 우리가 체감하는 감정의 수준을 결정짓게 되죠.
저명한 심리학자 Tory Higgins는
인간에게는 의무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가 있으며,
이러한 자아들과 현실 속 나와의 괴리감이 커질 수록 불안감과 우울감이 강해진다고 설명합니다.
(cf.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의무적 자아가 강한 사람이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상적 자아가 강한 사람이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의무적 자아가 강한 어느 집의 가장이 실직을 하게 되면 불안감이 커지게 되고,
이상적 자아가 강한 어느 집의 자녀가 열망하던 대학에 떨어지게 되면 우울감이 강해지는 것이다.)
불안, 우울은 곧 스트레스의 다른 이름이며,
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위협은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며
(fight or flight 메커니즘에 따라 영양분을 소모시키면서 우리의 근육을 긴장시킴)
잔잔하게 우리의 기력을 갉아먹게 되요.
즉,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을수록, 현실과 기대 사이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불안이나 우울로 인해 에너지가 낭비될 위험성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자, 여기 두 가지 해결책이 있습니다.
첫째는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과 이루고 싶은 것들을 최소화시키는 것이죠.
NO PAIN, NO GAIN을 거꾸로 하면 NO GAIN, NO PAIN이 됩니다.
즉, 얻고자 하는 것이 없다면 불안도 우울도 스트레스도 없을 거라는 의미죠.
의무적 자기, 이상적 자기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실 속 나에 집중하고 그저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거예요.
반드시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잖아요?
나만의 세계에서 자족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충분히 축복 받은 인생일 겁니다.
이게 싫다면, 두번째 방법은
JUST DO IT, 그냥 뭐라도 하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조금이나마 생산적인 일들을 하면서,
내 이상적 자아 또는 의무적 자아와 현실 자아와의 갭을 줄여나가는 거예요.
이것은 비유하자면, 청결한 사람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씻고 집정리를 한 후에야 비로소 맘 편히 쉴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몸은 비록 힘들더라도
마음은 오늘도 할 일을 했다는 충족감에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이죠.
몸의 피로는 잘 먹고 잘 자면 금방 회복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스스로 위협을 느끼지 않을 만큼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지 여부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야심이 큰 사람들이 오히려 열심히 일할수록 정신적으로 활력이 넘치게 되는 이유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너무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있던 기대감을 내려 놓는 거나(자기의 기대감을 줄여 나가기)
아직은 충족되지 않은 기대감을 뭐라도 하면서
조금씩 좁혀 나가는 거나(기대감과의 거리 좁히기)
결국은 자기 기대감을 계속 의식하게 되어 스트레스일 때가 있습니다.
전자나 후자나 결국은 스스로 결정한 사고 방향에 대한 긍정적 받아들임이 동반되어야 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 생각을 정하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ㅎㅎ
No gain No pain. 너무 마음에
듭니다. 오늘 무명자님 얘기로 동료직원이랑 얘기하다가
내 자신은 그렇다쳐도
배우자와 자식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꺼냐는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배우자는 서로 강요할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자식들은 우리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는것 외에는 방법이 있겠냐고 마무리를 지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무소유와 비슷할수도 있는데 저는 해보고 싶고 그렇게
진행중에 있습니다
No gain No pain 아니면 Just do it
고마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2.13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