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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잔잔했던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아담 스미스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이 어려우니 우리도 근본으로 돌아가서 플레이어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누구일까요?
외국인? 주식을 파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개인? 시장의 버팀목이지만 큰 손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시장의 큰 손은 ‘기관’입니다.
그런데 기관투자가의 주식매매를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 차익거래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차익거래와 프로그램 매매
그래서 오늘은 차익거래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나이 40이 넘었건만 배가 어떻게 물에 떠 다니는지…,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아 다니는지…, 이런 거 잘 모릅니다. 어떤 이들은 세상 일을 ‘척 보면 안다’고 하는데, 제 경우 저절로 알아지는 것이 없더라고요. 죽어라 공부해야 비로소 조금씩 사물의 이면이 눈에 들어오곤 합니다. 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의 차익거래는 흔히 ‘프로그램 매매’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르지요.
프로그램 매매는 미리 정한 매매규칙에 따라 개별종목이 아닌 복수종목(바스켓)의 매매주문을 시스템에 저장하였다가 트레이더가 판단하는 특정 시점에 일시에 주문을 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프로그램 매매에는 현물과 선물간의 가격차이를 이용하는 차익거래와 현물만을 매매하는 비차익거래, 그리고 주가지수선물과 주가지수옵션간 차익거래 등등이 포함됩니다.
즉, 프로그램 매매 안에 차익거래가 포섭되는 개념입니다.
원래 차익거래는 모든 거래에 다 가능한 용어입니다. 일반적인 거래의 경우 매수 이후 매도가 이루어지거나, 반대로 매도 이후에 매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래가 완료된 연후에 이익이나 손실이 확정되지요.
하지만 차익거래는 매수와 매도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래 시점에 이익 또는 손실이 확정됩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의 차익거래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네요.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매매규칙을 미리 정해놓고, 특정시점에 개별종목이 아닌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그리고 동시에 사고 팔아서 수익을 확정하는 거래’
그럼 지금부터 차익거래를 하나 하나 뜯어 볼까요?
현물과 선물간의 가격차이는 베이시스라고 하며, 현물가격과 금리를 기초로 이론 베이시스가 결정되고, 이론가격보다 선물이 위에 있으면 컨탱고, 아래에 있으면 백워데이션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베이시스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한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냥 편하게 선물이 더 비싼 경우와 현물이 더 비싼 경우로 나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매매규칙은 간단합니다.
싼걸 사고 비싼 걸 파는 거지요.
예컨대 현물이 싸면 현물을 사고 선물은 팝니다.
이를 매수차익거래라고 하고요.
반대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걸 매도차익거래라고 합니다.
(현물 기준으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다시 말해 현물을 사면 매수차익거래가 됩니다.)
‘여러 종목’이란 K200지수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인덱스 포트폴리오를 말합니다.
이 포트폴리오를 ‘바스켓’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30~60개 종목이 포함됩니다.
‘특정시점’은 위에서 말한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시점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거래를 하면 수익이 확정됩니다. 이 수익을 실현시키는 시점은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가 없어지거나 혹은 만기가 되지요.
즉, 주가지수 선물이 만기가 되면서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이 같아질 때 선물은 자동적으로 정리가 되고 남은 현물을 사거나 팔면 수익이 실현되는 겁니다.
차익거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럼 이 같은 차익거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시장의 괴리를 없애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번 볼까요.
현재 현물가격(K200)이 132이고, 선물 이론가는 133, 선물가격은 134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론가는 무조건 ‘현물가격+1’이고, 바스켓은 K200종목을 전부 산다고 전제하지요.)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낮으니까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팔게 됩니다. 그럼 현물은 132에서 132.5가 되고, 선물가격은 134에서 133.5가 되겠지요.
이론가는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133.5가 되고, 이론가와 선물가격이 같아지니까 시장의 괴리가 사라집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시장의 괴리가 발생할 때 빠르게 들어가서 위험 없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차익거래에도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가요?
차익거래에도 리스크(위험)는 존재합니다. 열거해 보면 트레킹 에러(tracking error), 배당 위험, 베이시스 위험, 거래체결 위험, 만기시 유동성 위험 등등 많기도 합니다.
‘안전빵’이라는 차익거래에 무슨 리스크?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럼 중요한 것만 볼까요?
‘트레킹 에러’라고 하는 것은 포트폴리오 구성의 문제입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K200종목을 다 사버리면 완벽한 포트폴리오가 구축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예컨대 거래량이 너무 적어 매매가 힘든 종목의 경우 포트폴리오에 넣기가 힘듭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짜서 30~60개 종목만을 사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종목들이 현물지수를 정확히 반영해내지 못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거나 심하면 손실이 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K200이 1 올랐는데 보유종목 가운데 개별적 재료로 인해 손실이 많이 나는 종목이 여럿 섞여있다면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거래체결 위험’은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실제로 체결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선물을 134에서 매도했는데 현물이 매수가 안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요. 그렇게 되면 차익거래가 아니라 투기거래가 되어 버립니다.
‘만기시 유동성 위험’은 선물 만기일에 선물은 자동으로 정산되지만 현물은 팔거나 사야 하는데 유동성이 부족해서 사거나 팔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로 만기일에 대형주들이 종가에 변동성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차익거래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리스크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무조건 수익이 나야 하는 차익거래가 때에 따라 손실이 나거나 수익이 예상 보다 작아질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차익거래도 발전을 하게 되고, 전술적 차익거래나 래깅(lagging) 등이 나타납니다.
‘전술적 차익거래’와 ‘래깅 차익거래’
좀 지루하지만, 마저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인 차익거래는 고평가된 것을 팔고 저평가된 것을 삽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환원되면 정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술적인 차익거래’는 정상적인 차익실현 시점보다 더 수익이 날 때 정리를 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위의 예를 가지고 설명해 볼까요?
현재 현물가격(K200)이 132이고, 선물 이론가는 133, 선물가격은 134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론가는 무조건 현물가격+1이고, 바스켓은 K200종목을 전부 산다고 전제하겠습니다)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팔게 됩니다. 그럼 현물은 132에서 132.5가 되고 선물가격은 134에서 133.5가 되겠지요.
이론가는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133.5가 되고 이론가와 선물가격은 같아집니다. 그럼 반대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서 정리하면 현물에서 0.5, 선물에서 0.5 수익을 내고 거래는 끝납니다.
앞에서 봤듯이 이것이 전형적인 차익거래입니다.
하지만 전술적 차익거래는 이 시점에서 정리하지 않고 선물가격이 이론가 보다 더 하락하기를 기다려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위의 사례에서는 매수 차익거래를 했지만, 향후 시장이 더 하락하여 선물가격이 이론가 아래로 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면 매매 시점을 좀 늦추는 겁니다.
예컨대 현물이 132에서 132.5가 되었다가 131이 됐다고 합시다. 그럼 이론가격은 132가 됩니다. 하지만 선물이 더 하락하여 현물지수와 같이 131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물에서는 1만큼 손실이 발생하지만 선물에서는 3만큼의 이익이 발생하여 전형적인 차익거래보다 1만큼 더 이익이 나지요.
내친 김에 래깅까지 볼까요?
래깅 차익거래는 현물과 선물시장을 동시에 이용하지 않고 시차를 두고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에서 132에 현물을 매수하고 134에 선물을 매도해야 하지만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면 현물만 매수하고 선물을 매도하지 않는 겁니다.
만약 예상이 맞아 현물이 추가로 상승하고 선물 또한 베이시스를 유지하거나 베이시스 폭이 상승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현물이 종가에 135로 끝나고 선물도 상승하여 138로 끝나면 종가에 선물을 매도하여 6만큼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것으로 끝인가요?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전술적 차익거래’와 ‘래깅 차익거래’을 섞으면 어떨까?
맞습니다.
시너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정상적인 차익거래에서는 1만큼 벌 수 있는 걸 7만큼 벌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는 더 복잡하고 더 정교한 방법들이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전술적인 차익거래를 진입 시점부터 사용하여 매수 차익거래가 불가능한 시점부터 현물만 매수하거나, 또는 선물을 매도해야 하는데 매수해서 선물가격을 최대한 상승시켜 놓은 후 매도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방법들이 가장 공격적인 차익거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역까지 확장되면 차익거래가 아닌 투기거래가 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기에는 주식매수, 차익거래, 선물매수 등으로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하락기에는 선물매도, 차익거래, 주식매도 등으로 수익이 발생하지요.
따라서 차익거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매입니다.
하지만 최근 변동성이 커지고 차익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손실이 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러다 보니 투기거래와 연관시키고자 하는 유혹이 커지게 됩니다.
예컨대 투기거래를 먼저 한 뒤 차익거래를 그 쪽 방향으로 진행하여 수익 극대화를 꾀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생각하는 대로 모두 되던가요?
한번 삐끗해서 균형을 잃으면 곧바로 낭떠러지입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주식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리스크를 높여 강 복판으로 너무 많이 나가면 발 밑의 얼음이 꺼질 때 되돌아 오기 힘들게 됩니다.
차익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많이 나가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차익거래의 딜레마입니다.
효과가 두 배인 ‘양날의 칼’을 사용하고 싶다면?
먼저 손을 조심하여야 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