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기행 (1)
일주일쯤 늦게 갔다면 벚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벚꽃을 보고자 하였던 것은 아니니까. 다보탑을 다시 보았다. 김수영을 좋아한다고 하여 박인환을 싫어하거나 싫어하는 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석굴암도 다시 보았다. “그다지 크지도 않고 게다가 좁은 굴에 갇혀있어서 답답하게 보이거든”이라고 일행에게 하였던 말을 주워 담고 싶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역시 대릉원. 내 눈에는 여남은 개의 무덤들이 여남은 개의 애드벌룬처럼 둥둥 떠다니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그곳은 꿈속의 풍경, 기억할 수 없는 먼 과거, 아니 상상할 수 없는 먼 미래의 풍경을 구사하고 있었다. 무덤들이 둥둥 떠다니다니...... 나는 호텔 패키지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조식 뷔페와 공짜 맥주를 무제한 제공한다는 야간 포장마차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시인은 달랐다.
서정주의 짧은 시 ‘경주 기행’에 그런 말이 나온다. 경주의 능들이 애드벌룬처럼 둥둥 떠다닌다고. 사람들이 애드벌룬 줄에 매달려 같이 떠다닌다고. 아이들은 아랫도리를 벗은 채 매달려있다고 했던가? 선덕여왕 이야기도 나온다. 선덕여왕이 맞을 것이다. 어디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려 두리번거리면서 찾아봤더니, 바로 선덕여왕능이 있는 쪽이었대나. 그리고 석굴암의 부처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양반이 토함산 높은 곳에 자리하고 돌부처의 무게로 꾹꾹 눌러주고 있어서 무덤들도 아이들도 아주 날아가버리지 않고 여인의 깔깔거림도 그 정도 선에서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물론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나는 그 내용만 뽑아낸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시인의 감수성이 어떻게 남다른지는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감수성이고 뭐고, 저건 그냥 전부 뻥이 아닐까? 서정주가 정말로 저렇게 느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활한 시인에게 순진하게 당하는 것이고, 서정주는 그냥 좋은 말들을 찾아내어서는 이리저리 엮어 작품을 한 편 완성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련된 것이 아닐까? 즉 시인은 감수성의 천재가 아니라 기껏해야 언어의 천재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선덕여왕릉을 찾아가 보았다. 신문왕릉 근처인데, 다가가 보니,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었다. 진입로가 공사 중이었다. 이번 경주 여행에서 내가 헛걸음한 곳은 한 군데 더 있다. 동리목월문학관. 바로 불국사 옆에 있는데, 이곳은 월요일이 정기 휴일이었다. 나는 최근 들어 동리에 관한 궁금증 한 가지를 가지게 되었다. 30년 연하라는 서영은과의 관계의 실상이다. (계속)
첫댓글 이제서야 글 보네
경주 기행?
경주를 가보고 싶네
중학교 때인가 다보탑을 표현한 에세이인지 보면서 정말로 대단한 석공이 어마어마한 일을 했는 줄 알았다가 수학여행 가서 실체를 보고는 과하게 과장한 거라고 느꼈지,
수학여행 때 숙소 탈출에 나도 꼭 끼워달라고친구들에게 엄청 부탁했건만 나만 빼고 친구들 모두 탈출 했다가 몽둥이 찜질 당했는데
탈출 하지도 못한 나는 왜 맞았는지 기억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