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사문화되다시피 한 '무관심 도루'를 내년 시즌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수들의 플레이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어떤게 무관심 도루인가.
야구규칙 10조8항에는 '주자가 수비측의 무관심으로 진루했을 때 도루를 기록하지 않고 야수선택으로 기록한다'고 명시돼 있다. 8회나 9회 10-0 등으로 점수가 크게 벌어졌는데 주자가 1루에서 2루로 뛸 경우다. 리드한 팀이 수비를 하든지 리드당한 팀이 수비를 하든지 이때 주자의 움직임에 대해 신경쓰는 팀은 없다.
▲이런 경우도 무관심 도루다.
점수차가 꼭 무관심 도루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 9회 1~2점차의 아슬아슬한 경기에서 투수를 비롯한 모든 내야수비가 주자에 신경쓰지 않고 타자하고의 승부에만 몰두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산이 11-9로 앞선 9회 진필중은 1루주자 김한수의 도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다.
또 점수차는 많이 벌어졌지만 주자가 홈런-도루 '20-20'이나 '30-30' 등 개인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뛰는 경우도 있다. 기록원들은 통산 3차례나 '20-20'을 달성한 양준혁(FA)이 이런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전혀 도루할 상황이 아님에도 양준혁은 개인기록을 위해 뛰었고 기록원들은 어쩔 수 없이 도루로 기록했다.
▲적용의 어려움.
기록원들로서는 언제부터를 승부가 완전 기울었는가 등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7회나 8회 6~7점차로 점수가 벌어진 경기에서 두팀 모두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포수가 단지 송구타이밍을 놓쳐 주자의 도루를 허용할 경우도 있다. 기록원은 이때 무관심 도루를 적용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관심 도루' 조항에 따라 기록원이 경기의 흐름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한편 기록을 의식한 선수ㆍ구단과 기록원 사이에 마찰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