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광화문 글판 교체 (2024.9.2)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광화문 글판, 2024 가을편)
첫댓글 지난번 피피사랑님 서촌걷기를 하며
윤동주기념관 우물 가림막에 새겨진
자화상을 읽고 뭉클했었는데,
멀리 고창에 계신 어느덧님 덕분에 그 시가
광화문 가을 글판으로 바뀐걸 알게 되네요.^^
어느덧님,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잘 다스리셨으니
풍요롭고 편안한 가을맞이 하세요.^^
어느덧님이 보내주신 광화문 현판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