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razy Dog '미친듯 즐기다'-
[12]
"혜원아, 아직 멀었어?!"
"지금 내려가~!"
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점검을 위해, 전신거울 앞에 섯다.
긴 머리는 고데기로 살짝 살짝 웨이브를 넣어주고,
전에 새아빠가 사다주신 연핑크색 원피스도 입어줬다!
간단한 악세사리도 해주고, 입술은 반짝반짝. 립글로스도 발라주고!
나는 화장대 앞에 올려놓은, 전에 엄마가 사다준 향수를 살짝 뿌렸다.
그리곤 방 문을 열고 나갔다.
"어디가냐?"
문을 열자마자 딱 마주친 온이 녀석이 내게 물었다.
부담스럽게..=_=; 녀석이 날 아래서부터 위로 쫙 훑어본다.
"유,윤이랑 영화보러…=_=;"
"아아-"
녀석은 내 예상과는 달리 아아~ 하고는 화장실 문고리를 잡는다.
뭐야, 방방 날뛸줄 알았더니.
"어, 잠깐."
덥썩-!
갑자기 녀석이 욕실로 들어가려다가, 휙 돌아 내 팔을 끌어당겼다.
그 탄력으로 난 녀석의 품에 와락 안겼다.
"뭐, 뭐하는 짓이야-!"
나는 녀석의 품에서 확 나왔다.
쿵쾅쿵쾅;; 당황해서 심장이 쿵쾅거린다.
녀석이 키득 웃는다.
"향기 좋다? 키득. 데이트 잘해라~"
덜컹.
욕실로 들어가 버리는 녀석.
뭐야, 열받아..
저자식, 또 사람 갖고놀았어!!
나는 괜스레 약올라 욕실 문을 발로 뻥! 찻다.
그리곤 행여나 녀석이 다시 나올까,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갔다.
........................
................................
....................................
기대하고 기대해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듯한 심장을 진정시키며
겨우겨우 영화관에 도착.
"우리 착신아리 보자."
"그거 봤잖아!"
"아니, 이건 착신아리 파이널!"
윤이가 영화 포스터를 가리키며 말한다.
정말 넌..
어울리지도 않게 공포영화를 무지 좋아하는구나 윤아.=_=;
그리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윤이랑 보면 뭔들 못보겠니.
나는 계속 착신아리 파이널을 보자는 윤이의 말에 흔쾌히 승낙했다.
"표 끊어올까?"
"잠깐만~"
윤이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어디론가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다희야, 어디야? 우리 지금 영화관. 응. 여기 매표소 앞이니까, 얼른와~"
영화 포스터 줄거리를 읽고있던 나는, 윤이의 통화내용을 듣곤,
윤이를 돌아보았다.
"누구,,와?"
"응. 다희도 같이 보기로 했어! 싫어..?"
"어? 아,아니야.^^;"
뭐야, 괜히 기대했잖아 김혜원..
다희라면, 어제 학교 앞에서 봤던 그 여자애 말하는 건가?
나는 괜히 씁쓸한 마음에 애꿎은 핸드백만 손톱으로 긁어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희라는 여자애가 저만츰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역시 예쁜 얼굴에 맞춰주게 옷도 예쁘게 입었다.
나랑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어? 안녕 윤이 동생! 학년은 같은데 윤이가 오빠라며? 난 연다희야~ 그때 소게도 못했지?"
"(끄덕끄덕)"
"픽, 윤아. 우리 뭐 볼꺼야? 착신아리 파이널?"
"응!"
"꺄~ 공포영화 무서워어~>_< 표는? 아직 안끊었어?"
"응, 아직!"
"그래? 저기, 혜원이랬나? 표 끊자!"
"아, 내가 끊어올께."
오자마자 윤이의 팔에 달랑 붙어있는 연다희.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사람들이 줄서있는 곳에 섰다.
그리고 힐끗 윤이쪽을 쳐다보았다.
의자에 마주보고 앉아 화기 애애 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둘.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오지 말껄.
꼭 내가 둘 사이에 방해하러 온거 같네.
나는 피실 웃었다.
한심해.
한심해 김혜원.
............
.......................
........................
"으아~ 영화 무서웠어어!"
"난 막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려!"
"으으~ 윤이 너 없었으면 나 울었을꺼야. ㅠ_ㅠ"
"괜찮아. 내가 손 꼭 잡아줬잖아^-^ 혜원아, 재밌었어?"
"어? 응. 재밌었어."
영화가 끝나고,
실은 영화 내용이고 뭐고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3자리가 붙어있는 곳이 없어서, 윤이와 연다희가 같이 앉고, 난 멀찍히 뒤에 따로 앉았다.
영화 내내 보이는건, 윤이와 연다희가 붙어서 팝콘 먹는거랑, 손잡고 있는 거.
"자, 이제 우리 밥 먹으러 갈까?"
"아, 나 잠깐 화장실좀 들를께."
화장실 안.
핸드백 속에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뭐야,
왜 이상황에 온이놈이 생각나는거야..
코끗이 시큰했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기대했었는데, 둘이 데이트인줄 알고 기대했는데.
나는 어푸어푸 세면대에 얼굴을 씻었다.
애써 한 화장, 다 지워졌다.
"윤이 집에서 어때?"
얼굴을 들어올리자, 거울속에 연다희가 비춰졌다.
내 옆에서 손을 씻고있는 연다희.
"그냥, 똑같애."
"그래? 아직 사귄지 3일밖에 안되서, 궁금한게 많거든^^ 넌 윤이 동생이니까,
앞으로 윤이에 대해 많이좀 알려줘~^^ 부럽다. 가족이라서."
연다희는 날 보며 피식 웃더니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화장실을 빠져나간다.
뭐야, 저 웃음.
마치..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잖아?!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귀는구나, 둘이.
가족이라서 부럽다구?
하.
웃음만 나온다 진짜.
"이제 볼일 다 봤어?"
"응."
"밥먹으러 가볼까! 고고씽!"
"저…윤아."
"응?"
"아,아냐.^^;"
나 먼저 갈께…
라고 말하려 했는데, 저 웃는 모습에 또 할 말을 잃었다.
둘은 내 앞에서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난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뭔가..
초라해.
누가 구해줬으면 좋겠어.
이 답답한 상황에서.
"어? 저거 온이 아니야? 온아~!"
'온이' 라는 말에, 난 푹 떨구고 있던 고개를 확 들었다.
내가 윤이를 좋아하는걸 알고있는 녀석에게 이런 꼴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답답한 곳에서 날 꺼내주겠지. 하고 생각했다.
연다희의 부름에 온이는 지나가다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근데…옆에 처음보는 여자애가 함께있다.
"어? 다희야, 윤아! 너희는 여기 웬일이야?"
"우리? 영화보러 왔지! 너희두?"
"응! 근데 뒤엔 누구야?"
"얘? 혜원이래. 윤이 새 동생이라나?"
귀여운 짧은머리 파마에 은주라는 여자애.
윤이의 어깨너머로 날 힐끗 보더니 픽 웃는다.
"둘이 데이트에, 동생이 껴?"
"아냐아냐. 내가 같이 오젰어.^^;"
윤이가 난감한듯, 베실 웃으며 말한다.
온이는 난 힐끗 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다른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하,
뭘 기대해 김혜원.
온이든, 윤이든 다 니가 기대해선 안되는 사람이잖아.
"저기 윤아! 나 지금 상실이한테 문자왔는데, 얘 지금 아파서 병원이래!
나 가봐야겠다! 미안해, 집에서 보자!"
나는 윤이에게 베실 웃어주며, 다급한 듯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눈시울이 뜨겁다.
코끗이 시큰거린다.
어느새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분해.
바보같은 내 자신한테 분해.
그리고 화가 나.
너 왜이렇게 멍청해, 김혜원.
왜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아.
너가 윤이한테 실망할 거 없어.
넌 어차피 이것밖에 안되는 거였으니까.
그저 '동생' 이니까.
...................
................................
....................................
빠르게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근처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사람이 제일 없는 조용한 벤치에 앉았다.
평소 신지도 않았던 하이힐을 신었더니, 발이 다 벗겨져 더이상 걸을수도 없었다.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한심해, 김혜원…."
발이 쓰라린다.
나는 하이힐을 벗어 벗겨진 상처부분을 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최악이야.
오늘 하루, 정말 최악이야.
"여기가 병원이냐?"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온이녀석이었다.
"그…그게…벼,별거 아니라네?! 난, 또! 마,많이 아픈줄 알았더니.."
"븅신. 바보같이 거긴 왜 따라갔냐?"
"…안따라갔어. 윤이가 가자고 해서 간거야."
"눈치 없게."
"난 몰랐어. 그 연다희라는 애가 거기 올줄 몰랐다고! 너 왜 나 따라왔어?! 또 염장지르려고 따라왔어?!
가, 가버려! 너도 보고싶지 않아-! 너 여자친구는 어따두고 왔어? 가, 너도 빨리 걔한테 가-!!"
/와락.
괜히 쫒아와준 이녀석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녀석은 내 뒷통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위로해 주러 온거야."
"..........필요없어 그딴거.."
"존나 분하지? 서럽지? 그러니까 내가 관두랬잖아."
"...........안분해..하나도..안..서러…으..흑-"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녀석의 품안에서 엉엉 울었다.
솔찍히 엄청 분하고, 엄청 서럽고, 또 윤이에게 밀려오는 실망감.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화가나고, 또 화가났다.
어쩌면 온이녀석은 정말로 내 염장을 지르러 온게 아니라, 위로를 해주러 온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우는동안, 내 등을 토닥여 주던 녀석의 손길은,
평소에 심술맞은 행동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이지 따뜻하고, 다정했다.
http://cafe.daum.net/youmewing
첫댓글 와.. 정말 재미어요. 다음편 빨리 기대 할께여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온이 멋있어요 ㅠ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ㅜㅜ저런남자 세상에 없을까 ㅜㅋㅋㅋㅋㅋ;
소녀시대님껜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꺅
꺅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재미있어요..다음편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온이 넘 멋있다 ㅋㅋ 담편도 부탁 ㅋ
열씸히 쓸세요~!
ㄷ ㅏ음편!!!!!! ㄲ ㅑ아 > <
꺄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