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십대에 접어든 분들의 고민거리를 듣다보면
'인생이 재미없다, 삶의 낙이 없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당연하죠.
경제학처럼,
인간의 감정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맛있는 것들, 좋은 곳들을 이미 겪어 볼 대로 겪어 본 삼사십대의 입장에서는
뭘 해도 더이상 예전 그 느낌이 날 수 없는 게 당연지사입니다.
※ 뭐든지 어릴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이건 절대적인 맛의 차이라기보다는, 그 맛이 가지는 상대적인 가치 효용의 문제이다.
매 끼니 뷔페를 먹는다면,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뷔페라 할지라도 점점 물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아왔을수록,
돈이 주는 가치의 효용은 점점 더 우하향하게 됩니다.
이미 세상의 쾌락을 맛 볼 대로 맛 보았기에 쾌락이 주는 가치 효용이 점점 더 떨어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이 벌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정도 수준으로는 안 되니까,
더 부자가 되서 내가 겪어보지 못한 쾌락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면,
예전의 그 느낌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과연 그럴까요?
마음 빼기의 기술
이미 좋은 것들을 너무 많이 누려봤기 때문에 행복이란 감정에 면역이 된 상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삼사십대에 접어들게 되면 맞이하게 되는 인생노잼시기의 정체입니다.
그렇다면 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심리학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저 한계효용 그래프의 X축에서 0의 방향으로 "역주행(←)"을 하는 겁니다.
즉, 날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것들에 대한 소비를 일정 기간 동안 멈추는 거예요.
그렇게 우리가 느끼는 가치 효용을 제로 상태로 리셑시키고 난 후,
중단시켰던 행복 추구 활동을 재개하고 나면,
행복의 효용이 0에서부터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마치, 처음 그 느낌처럼 말이죠.
"행복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Daniel Gilbert와 같이 긍정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mental substraction(마음의 뺄셈)이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마음의 뺄셈이 뭐냐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이 만약 없다면"이라는 상상을 해 보는 겁니다.
내가 더 이상 보거나 들을 수 없다면?
내가 덕질하고 있는 가수가 이 세상에 없다면?
내가 한국 말고 조금 더 북쪽에서 태어났더라면?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만약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으면 얼마나 아쉬울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현재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 빼기를 일상 생활에서 조금 더 극적으로 활용하려면,
소중하지만 면역이 되기 쉬운 존재들과 실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를테면,
부부 간에, 부모-자식 간에
가끔씩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져 보면, 상대방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강해질 수 있어요.
이것은 마치 남자들이 평소에는 초코파이를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훈련소에만 들어가면 초코파이를 맛보며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볼 수 있겠죠.
살면서 뭔가 불만족스러울 때, 신경질이 날 때,
저는 쥐뿔도 없던 옛날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주식이 -20프로라서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
예전에 -80프로였을 때도 무사히 잘 살아남았음을 상기하곤 해요.
뭘 먹어도 도통 맛이 없을 땐 굶어도 보고,
뭔 짓을 해도 즐겁지 않을 땐 수도승처럼 금욕적인 삶을 살아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번씩 멈춰서서, 왔던 길을 돌아보고 다시 되돌아가는 시간들을 통해,
잊고 지냈던 소중함이 되살아나고, 마치 처음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초심을 느끼게 돼요.
완전경쟁사회에서는 모두가 경주마처럼 양 옆을 가린 채 앞만 보며 질주하려 하지만,
결국 행복한 삶을 사는 말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말들일 겁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에만 행복이 있을 거라는 생각 말고,
이미 지나온 그 곳에서 행복이 여전히 날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보다 더 살만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역시나 행복은 안분지족이군요.
제가 그래요 넌 왜이리 욕심이 없냐...? 이런저런 소릴듣지만 전 행복하고 즐거울때가 더 많은걸요 ㅎㅎ 주체성!!
항상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