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원이 1일 김진표 국회의장 등을 향해 “개새끼들”이라고 폭언을 했다.
채 상병 특검법을 2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압박에도 김 의장이 여야 합의가 있어야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박지원은 “그러니까 박병석, 김진표 똑같은 놈들”이라고 했다. 김어준이 ‘똑같은 놈들이라뇨’라고 하자 박지원은 “놈이지. 윤석열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받았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아! 개새끼들이에요. 진짜”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지원은 방송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방송 시작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적절치 못한 내용을 얘기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방송을 보면 그는 30초 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불쑥 “지금 방송 나가고 있는 거냐”고 물은 뒤 “아이고, 내가 너무 세게 얘기했구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아무튼 나는 소신껏 얘기했다”고 했다. 방송 출연이 잦은 박지원이 카메라가 켜진 것을 정말 몰랐을지 의문이다.
▷국회의장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박주민은 이날 박지원과 같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의장을 언급하며 “환장하겠다”고 했다.
우원식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삶에 결코 중립은 없다”고 했다.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을 통해 중립의 필요성을 강조한 국회법의 취지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국회의장 압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년에도 박병석 당시 의장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직권 상정을 거부하자 초선 의원인 김승원은 박 의장을 향해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적었다가 욕설 논란이 일었다.
▷정치인이 비상식적 표현이나 막말을 하면 과거엔 거센 질타와 불이익을 받았다. 공개 사과로 부족해서 당직을 내놓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박지원의 페이스북은 “잘하셨다” “시원했다” 등의 지지층들의 찬사 댓글로 도배가 됐다. ‘GSGG’를 썼던 김승원은 징계를 당하기는커녕 멀쩡히 공천을 받아 재선 의원이 됐다.
이를 벤치마킹해 윤 대통령과 여당 의원을 겨냥해 복수형의 의미인 ‘D(들)’를 덧붙여 ‘GSGGD’라고 쓴 민형배 역시 재선과 함께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히려 이익을 본 셈이다.
▷극렬 지지층은 막말에 환호하고 당 지도부는 이들 눈치를 본다. 무례함을 용기로 포장하는 의원이 늘어나고, 막말이 더 격해진 이유다.
제대로 된 징계 없이 어물쩍 넘긴다면 차기 국회의장이 누가 돼도 민주당 의원들의 압박은 더 거칠어질 것이다.
의사당은 지지층을 자극하는 막말로 더럽혀지고, 협치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길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