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기행 (2)
서영은은 김동리를 존경하여 김동리의 집을 드나들면서 소설을 배웠다. 김동리의 부인도 서영은을 반겼다. 그러다가 그 부인이 죽었다. 부인은 서영은에게 남편을 부탁한다고 유언을 하였고, 서영은은 김동리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노인이 된 김동리의 시중을 들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렇게 시중을 들고 받는 관계일 뿐 아니라 문학적인 사제관계 혹은 문학적인 동료관계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그들의 관계는 담백하였던 것이다. 얼마 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을 하였지만, 두 사람 사이의 그러한 관계는 김동리가 죽을 때까지 유지되었다. 멋지고 아름답지 아니한가? 나는 이렇게 알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알고는 김동리에 대하여, 그리고 서영은에 대해서도 큰 존경심을 가졌다. “어쩌면 문학이 종교보다 윗 길이야.”
그러던 것이, 며칠 전에 우연히 본 유튜브의 한 영상은 나를 순진하다고 놀리면서--“당신은 도덕책을 너무 많이 읽었어”--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였다. ‘색골’이니 ‘정력’, ‘속궁합’ 등의 민망한 말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불륜’도 나왔다. 김동리의 부인은 소설가 손소희여사인데, 이 사람도 이미 둘째 부인이되, 김동리와 서영은은 손소희 생존시에 이미 밀회를 즐겼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밀회를 즐길 정도로 그러한 면에서 욕망이 강했으며 또 서로 그 욕망을 아쉬움 없이 충족시켜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영은은 김동리의 집을 방문하여 해맑은 얼굴로 손소희를 만나곤 하였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손소희가 그들의 관계를 눈치챘다고 한다. 김동리까지 죽은 뒤, 서영은은 김동리의 자식들과 유산 싸움을 하였다고 하는데, 이런 사정까지 거론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참으로 민망하고 역겹지 아니한가?
그런데, 우선, 나는 이 유튜브 영상을 믿어야 할 것인가? 그것이 사실일까? 유튜브가 이른바 가짜 뉴스의 온상이요,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못하는 짓이 없는 곳이라는 점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러나 이 영상이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 않은가? 이 유튜브 영상은 나름대로 증언과 증거를 대고 있다. 그러니 그 내용은 대개 사실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의문을 제기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들의 관계의 실상을 알게 된 것인가? 다시 말해 거기에는 아무런 아름다움도 없고 추한 욕망만이 난무하는가? 이렇게 결론을 내려도 좋은가?
나는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다가 혼란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 보게 되었다. 재반전은 불가능한가? 즉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러나 내가 구상하는 재반전은 위의 첫 번째 반전처럼 사실에 있어서의 반전이 아니다. 내가 기자(記者)나 전기 작가처럼 숨어있던 새로운 사실을 발굴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을 재해석할 수는 있지 않은가? 나는 첫 번째 반전에서 폭로된 사실, 즉 ‘색골’이니 ‘불륜’ 등등의 용어로 기술된, 어떠한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재해석할 수 있는 것이요, 다른 용어로 기술할 수 있는 것이다. (계속)
첫댓글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예술가 님들 중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사랑을 한 것으로 들었는데 그만큼 감정이 풍부한 것이라고 해야지 불륜 색골 뭐 이따위로 표현하면 듣기 불편할 뿐 아닌가
대단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동창 들중 에서도 예술 분야에 몸 담았던 친구들 보면 영혼이 자유로워 보인 친구들이 있던거 같아.
가수 중에는 조영남 씨가 생각나는구만.
표현하기 나름이지만 원래 1부 1처 제도 라는게 젊을 때는 안 맞는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