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3구간과 5구간으로 나누어 두번의 치악산 둘레길을 마치고, 코스 분석을 하여
지름길 위주로 114km의 단축된 완주코스를 정하고 오늘 그 길을 걷는다.
치악산 둘레길의 성공적 완주 요인은 매식할 수 있는 곳을 제때에 잘 만나야 하는건데 그게 쉽지가 않다.
시골의 음식점이 대부분 낮시간만 운영하며 유원지 부근의 상가도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
오늘 완주계획이 실패한 주요 원인도 그것 때문이다. (이건 핑계이기도 하다.)
1. 일 시 : 5월 28일 04:11 - 20:28 (총 16시간 16분, 휴식 3시간 22분 포함)
2. 코 스 : 태종대-초치-황둔하나로마트-석기동-용소막 성당-석동종점-금대삼거리 (총 61.4km)
일주일 동안은 술 한모금도, 커피 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고 오늘을 기다렸다. 그만큼 온 정성을 쏟았다고할까...
나이 70이 가까워지며 처음으로 도전하는 100km 이상의 산행길...
그저 그 느낌이 어떤 것일까...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설레임 탓일까... 아님 걱정때문에 긴장한 탓일까...
전날 밤 잠을 이루지못한채 알람소리에 2시40분에 일어난다.
아직은 조용히 잠든 태종대 한켠에 주차하고 작은 보조랜턴 하나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태종대에서 4.1km지점의 말치에 도착하니 주위가 밝아진다. 여기까지는 계속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5시 착)
말치에서 5km지점의 황금캠핑장을 100m쯤 지나면 오른쪽으로 배향길이 나온다.
마을길은 아무런 시그널도 없지만 이곳만 놓치지 않으면 초치까지 문제가 없다.
초치에서 첫번째 지름길이 나온다.
원래는 초치에서 황둔 하나로마트까지 서마니강변길을 따라 걷는 10.4km이지만 오른쪽 벤치가 놓여있는 길을 따라 내려
가면 2.5km로 단축이 된다.
서마니강변길은 왼쪽으로 강과 오른쪽으로는 2차선 도로 사이에 나무데크길이며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다.
반면 지름길은 다소 거칠고 급경사의 길이다. (개인의 취향으로 선택...) (초치...6시50분 도착)
지름길을 택해 오면 황둔마을에 2차선 도로와 만나는 곳에 황둔초교가 있고 여기서 오른쪽 방향으로 꺾어 간다.
왼쪽 방향 200미터 지점에 하나로마트가 있다.
한스캠핑장의 차량들이 가득하다.
그들이 밤새 토해낸 도시의 스트레스와 그 이야기들이 흔적처럼 널려 있다.
그들은 함께 어울려 무엇을 주워담고, 무엇을 훌훌 털어 낸 것일까....
어제 밤의 짧은 시간들이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감싸주는 시간이었다면
그들은 지금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들어 있을터이다.
피노키오 캠핑장을 관통하면서 시작된 고도차 400여m, 거리 7km의 오르막길의 매봉산 자락길...
오늘 첫번째 만나는 난코스... 자갈길 때문에 첫번째 답사때 발에 물집이 생겼던 곳...
횡둔하나로마트에서 7km에 있는 매봉정, 그리고 3km 더 가면 물한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이 두개의 정자 중 한군데서는 쉬는게 좋다.
6코스 도착점 석기동 종점 (31km지점)... 이곳은 쉴만한 공간이 없어 2km더 진행해 싸리치정자까지 간다.
오른쪽 보이는것이 싸리치 정자...
왼쪽에 시그널이 많이 붙어 있는 길은 원주굽이길로 둘레길은 오른쪽 길이다. (싸리치 정자 10시 57분 도착)
신림중학교 입구에서 길을 건너오면 시그널을 잘 찾아야 한다.
10-20 m 마다 길이 꺾이며 진행된다.
신림소방서와 신림우체국 사이로 둘레길은 빠져 나가는데 난 점심 먹을 장소로 이동한다.
소방서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길을 따라 200여 미터 가면 황제돈까스집 (010-2214-1774)이 있는데 국밥이 맛이 있다.
아니, 솔직하게 다른 마땅한 곳은 찾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도시락도 만들어 파는데 이렇게 햇볕이 강할때는 별 의미가 없다. (12시 25분 착)
점심을 먹으며 비로소 여유를 가지고 배낭깃대를 디카에 담으며 오늘 완주를 다짐한다.
왼쪽이 신림소방서 오른쪽이 신림우체국... 그 사잇길이 둘레길이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7코스 도착점... 용소막 성당 (13시 45분 통과, 40km지점)
8코스 시작부근에 있는 구학산 전망대...
오늘 걸을 길을 단축 시키기 위해서 구학산 주차장으로 가는 양 길 중 2.6km의 짧은 길을 택한다.
길이가 짧은 대신 오르막길이며 바위길이기도 하다.
거북바위를 보려면 여기서 역방향의 5.0km를 선택해야 한다.
8코스 도착지점인 석동종점(48km지점, 3시 48분 도착)
아직까지는 평소에 연습한 40km의 거리대 인지라 예정했던 시간대로 잘 걷는다.
(여기까지는 점심시간 외에 별 휴식도 없이 평속 5.0km를 유지했다)
이처럼 시간을 맞춰 걸어야 할 이유가 이번 산행의 핵심성공요인이기도 하는데 금대 삼거리의 한 음식점에 19시 30분으로
예약된 식사시간 때문이다.
전날 전화로 예약하며 다소 늦은 시간이라며 몇 명이냐고 묻길래 혼자라고 하니 대답이 싸늘해진다.
그래서 요금을 두 배로 주기로 하고 7시30분까지 도착을 약속했던터다.
이제 금대삼거리까지 15km를 3시간 30분에만 걸으면 되다는 생각에 다소 안심이 되었는데.....
이길도 매봉산 자락길처럼 고도차 400 여 미터에 길이가 10km가 넘는 경사길로 두번재 만나는 난코스다.
50km를 좀 넘었을까...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55km 지점부터는 급격하게 힘들어진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만 같아 벤치가 나올때마다 눕고만다.
이 길은 마을들이 보이지 않는 깊은 산길로 이어지지만 그늘은 거의 없다.
치악산 자연휴양림 옆을 지나며 풍겨오는 고기 굽는 냄새가 역겨워지기 까지 하며 임신한 여인의 심한 입덧을 생각한다.
2km를 더 나아가지 못하고 눕기를 대여섯번... 나중에는 일어나고 싶지가 않다.
점심때 채워온 3병의 식수는 비워져 가고, 차가운 물 한잔만 마시면 정신이 들 것 같은데 민가도 없다.
드문드문 보이는 민가에는 사람이 없고... 한 민가에 모임이 있는지 10여명의 사람이 음식을 먹고 있다.
반가움에 말을 건넨다. '차가운 물 한 잔 얻을 수 있어요?'
'차가운 물은 없는데...' '지금 물도 안나와요'.....
실망하고 지나가는 나에게 '이거라도 마실래요?' 한다.
한쪽에 500밀리 펫트병 너댓개가 있는데 만져보니 미지근하다.
배낭속의 얼마남지 않은 식수를 생각하며 감사하게 받는다.
금대삼거리가 3km정도 남은 내리막길 하산지점의 벤치에 누워 지는 해를 찍으며 마음이 우울해진다.
중간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때 아내에게 금대삼거리 모텔에서 서너시간 쉬었다가 진행하겠다고 카톡을 보냈는데
이미 약속했던 식사시간은 다 되었고 식사까지 하지 못한다면...
다시 카톡을 보낸다. '저녁식사를 하지 못하면 택시 타고 집으로 갈께...'
저녁식사 여부보다도 갑자기 바닥을 드러낸 체력 때문에 내 마음은 이미 포기를 하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데 120km의 완주 길이 오르지 못할 나무이었을까...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만큼이나 지는 해도 급격히 몸을 숨긴다.
랜턴을 꺼내들고 천천히 3 km의 내리막길을 걸어 한시간이나 늦게 예약했던 식당을 가니 문이 잠겼다.
우울하지만 차라리 맘이 편하다.
또 한번 실패했다는 실망감 보다도 이 나이에 안되는 일만 골라 하겠다고 달려드는 자신의 부질없는 고집이 싫어진다.
그러나 아직 70까지 두번의 기회가 남았으니 그 고집을 버리기는 아깝지 않은가...
첫댓글 ㅎㅎㅎ치악산 둘레길도 무지 더웠나 봅니다.
마을을 지나며 시원한 물 좀 얻어 마시려면 수돗물 잘 나온다며 떠가라 하는데
망설여지기도 하죠
이유는 갈 길이 먼데 수돗물로 인해서 자칫하면 배탈이라도 날까봐 그렇고
무더운날은 그저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최고인데 매점도 안보이고
고생 많으셧구요 정감있는 글 잘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적멸보궁길 계획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가까운 곳 지나가실때 얼굴이나 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항상 건강하셔서 좋은 길 많이 걸으시기 바랍니다.
감히 댓글 달기 조심스러워지는
절절한 산행기
무더운 날씨에 홀산행~
60키로 넘게 걸어내신 것만도
너무 대단하신데...
날 좋은 가을에 하셨으면
가뿐하게 하셨을듯도 싶고요...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홀산이 자유로운지라 습관처럼 그리하게 되네요... 당일 온도가 29도로 초여름 날씨였는데 이를 간과한게 실책이었네요... 이것도 변명이긴 하지만요...^^ 항상 건강하세요...
잘계시나보옵니다.^^.
홀로 치악산 근처의 새로운길 개척하신다고 욕보십니다^6^
130키로 원샷으로 완전히 끝내실려고 벼루고 배랏는데 쪼까 아쉬움이 크시겠습니다.^^
담에 같이 하입시다^^
무더위에 수고하셨구요 건강 잘 챙기시고 강녕하시길요~~~^^
코로나 백신도 안 맞고 지금까지 무사히 지낸걸보니 제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나 봅니다...^^항상 '혹시나' 하고 시작했다 '역시나'하고 끝나는게 여러번이었지만 이번에는 실망이 좀 크네요... 그러나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으니까요...
건강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