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가본 외국, 도쿄

[스톤콜드]

* 3월1일, 도쿄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렸습니다. WBC 한국대표팀과 일본챔프 지바 롯데 마린스의 연습경기가 있는 날이었죠. 숙소에서 걸어가면서 "이런 날 야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스쳐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곧 멍청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경기는 도쿄돔에서 열렸으니까요. 밖에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천둥이 치든간에 이 곳에서 야구는 늘 계속됩니다.

요즘 돔구장 짓자는 얘기가 많은데 와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선수들 입장에서 참 야구하기 좋은 환경임은 물론이고 야구 관람하기도 무척 좋은 환경입니다. 외부공기의 영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눈 나쁜 사람이 봐도 왠지 경기장이 깨끗해보이고 플레이 하나하나가 눈에 잘 들어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공기 더럽습니다. 도쿄돔에 몇일 계속 나왔는데 목이 붓고 난리도 아닙니다. 실제로 도쿄돔 공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네요. 그거 빼고는 참 부러운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치로는 정말 일본 최고의 스타입니다. 이 곳에서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 중 90%는 등에 Ichiro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플래쉬 터뜨리지 말라고 그렇게 장내방송에서 떠들어도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무지하게 터지는 플래쉬, 관중들도 이곳저곳에서 마구 터뜨리는 자기네들 모습을 보고 재밌는지 탄성을 질러댑니다.

일본경기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관중들이 꽉 들어차는 곳 역시 다름아닌 우익수 쪽 외야석입니다. 그 곳에 275가 있으니까..

마쓰이가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둘 다 일본내 전국구 스타이며 세계적인 스타지만 마쓰이는 그동안 도쿄돔에서 그 난리부르스를 떨었던 지역 최고의 스타 아니겠습니까.




* 도쿄와서 가장 깜짝 놀란 게 편의점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것(제가 가본 곳은 AM/PM, Family Mart 등)입니다. 대체 왜 그런 건가요? 대신 주변에 자판기는 무지하게 많습니다. 어느순간부터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담배 자판기도 여기는 무지하게 많네요.

우리나라 담배값이 오르긴 올랐다고 생각드는 게 담배값만큼은 일본과 한국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270~300엔이면 보통 한갑 사니까 2500원 정도 하는 한국담배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네요. 그 덕에 담배만 주구장창 펴대고 있습니다 @_@

근데 맥주 종류 참 무지하게 많네요. TV에서 맥주광고도 참 자주 하구요. 그 덕에 여기있는 맥주는 종류별로 한 번씩은 마셔본 것 같습니다. 끼니 제때 먹기는 참 버거운데 밤만 되면 맥주 축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숙소 근처에 사시미 집이 하나 있습니다. 외관에 전시되어있는 음식들을 보고 당당하게 걸어갔죠. 근데 이게 왠 걸, 메뉴판에 음식 사진이 하나도 없고 일본어와 숫자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히 점원이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주문은 가능했습니다. 근데 서로 영어가 짧다보니 음식 하나 주문하는데 5분씩 걸리고...

그러다가 한 번은 음식 랜덤으로 하나 시켜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점원을 부르고 메뉴판을 열어 음식 하나를 랜덤으로 지정하면서 이게 뭔지 설명 좀 해달라고 부탁했죠. 그러더니 점원이 'Chicken....' 이러면서 해맑게(?) 웃을뿐 더이상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알고보니 닭똥집이었습니다. 그래도 Chicken 으로 시작하는 건 여기나 거기나....




* 2월28일 정오쯤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외국은 처음 나가보는 거였는데 펼쳐지는 풍경 하나하나가 참 신기했어요. 혼자 계속 키읔 키읔 거렸던 게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접했던 일본사람들의 인상이 그대로 눈 앞에서 재현되는 겁니다.

무슨 실시간 만화책 보는 줄 알았습니다. 만화책에서 봤을법한 캐릭터들이 눈 앞에서 계속 지나가니..

와보니 느낀 게 일본사람을 보면 일본사람같고 한국사람을 보면 한국사람같습니다. 시내에서 멀뚱히 서있는데 누가 와서 말을 걸고 길을 묻습니다. 한국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반문했더니 딱 보니까 한국사람 같다고.

예외도 있나봅니다. 한 선배가 일본여자한테 다가가서 '준비'한 일본말로 "시간있어요?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핸드폰 번호 좀 압시다(일본어)"라고 물었더니 그 일본여성 왈 "어머, 왠 일이야(한국어로..)"



* 일본 라면을 먹어봤는데 첫 국물맛이 정말 끝내줬습니다. 적당한 기름기에 그 달짝지근함이란.. 근데 결국 끝까지 못먹었습니다. 국물을 계속 들이키다보니 이게 느끼해서 속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더라구요.

초밥 종류를 제외하고 일본음식이 전체적으로 한국사람 입맛에는 조금 느끼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편의점 갈 때마다 남아있는 김치는 무조건 싹쓸이했습니다 @_@ 여기 와서도 김치를 찾는 전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입니다.

근데 국내메이커(종가집 등등) 김치가 여기서는 꽤 흔한 편인가 봅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 뭐니뭐니 해도 가장 놀란 건 여고생 교복... 진짜 짧더라구요. 자매학교 이벤트를 통해 한국에 오는 일본 여학생들 중에 예쁜이는 거의 보질 못했던 것 같은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ㅋㅋ







P.S : 일본가기 전에 대화방에서 도움주셨던 그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what a play by Grant Hill]

그분도 흐뭇~해 하실듯...

[Laser Ray]

올해 초에 마쓰이선수가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이런저런 행사로 귀국) 난리도 아니었죠. 온 방송과 신문이 연일 마쓰이선수만 나왔으니까요, 때맞춰 마쓰이선수가 등장하는 광고도 매일 나오고. 암튼 마쓰이선수의 인기는...대단하더군요,...그리고 맥주는 거의 모든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일부 팔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Laser Ray]

세븐 일레븐이라서, AM/PM이라서 판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그냥 장소마다 다른 것 같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일본에는..아닌 사람은 아니지만 참 잘 꾸미고 다녀서 스타일 좋은 여성들은 참 많죠..^^

[스톤콜드]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는 편의점에서 맥주 안파는 동네인가 봅니다.

[Miracle Shooter]

형 여행기도 잘쓰시네요 ㅎㅎㅎ

[you suck]

재밌네요. 저도 일본가고 싶은데.. 닭똥집 부분 대박 ㅋㅋ

[P.H.Revival.1]

음.. 좋으시겠당.. 전 일본 가서 놀지도 못하고 왔는데.. ㅡㅜ 가서 거의 한국 급식만 먹고 ㅋ 중국음식은 햄버거를 사서 먹어도 느끼하다는.. 꾸엑...

[love maker]

한 선배가 일본여자한테 다가가서 '준비'한 일본말로 "시간있어요?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핸드폰 번호 좀 압시다(일본어)"라고 물었더니 그 일본여성 왈 "어머, 왠 일이야(한국어로..)" - 국제헌팅

[제트]

일본에 3번(삿포로 ,오사카,후쿠오카)갔는데 갔을때마다 먹었는데... 어떻게 된거야? ㅋㅋ 암튼 바쁘게 다니는구만...

[spmcis]

돔구장이 관중에겐 좋지만 선수들에겐 최악입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선 선수들이 돔구장 있는 팀과 계약을 꺼리기도 합니다. 천장이 흰 색이라 공과 천장 구별이 잘 안돼서 플라이볼 놓치는 경우도 가끔 있고 돔구장은 인조잔디를 쓰기 때문에 수비가 어렵고 부상 위험도 높습니다. 전 진궁 구장 가봤었는데 바로 앞

[spmcis]

지하철역 입구에 마쓰이가 모델로 나온 나이키 광고가 있었습니다. 근데 목에 칼자국이 나 있더군요. 야쿠르트 팬들이 요미우리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