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경제] 신용불량자의 빚을 왜 깎아주나요 ?

현서는 며칠 전 신문을 보다가 '자산관리공사에서 신용불량자들의 빚을 깎아주기로 했다'는 내용을 읽었답니다. 다른 기사에서는 자산관리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이자와 원금을 왕창 깎아준다고 하네요. 현서는 자산관리공사가 왜 신용불량자들의 빚을 깎아주는지, 이들이 갚아야 될돈을 깎아주게 되면 신용불량자가 아닌 사람은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 궁금해서 아빠에게 물어봤답니다. ■ 신용불량자는 죄인이 아녜요 지난번에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신용불량자는 크나큰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아니랍니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에서 돈을 빌려 썼지만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직장을 잃게 되면서 돈을 못 갚게 되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대부분이랍니다. 물론 일부 신용불량자 중에는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만들어 명품을 사 모으고술집에서 흥청망청 써버린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렵게 생활하다가 돈을갚지 못한 사람들도 많답니다. 이러한 신용불량자는 직장을 갖기도 힘들고, 직장을 다니고 있더라도 빚독촉등에 시달리다 못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가뜩이나 빚도 많은데 벌어서 갚을 길도 없어지게 되면 이들이 돈을 갚기 위해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생긴답니다.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도둑질을 하거나 어두운 밤에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는 일을 신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랍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막기 위해 나라에서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신용불량자들이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답니다. 또 자산관리공사나 산업은행과 같은 공적 성격이 강한 금융회사에서도이들이 신용불량자에서 탈출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갚아야 할 원금과이자를 깎아주고 있답니다. ■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답니다 여러 금융회사들이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원금과 이자를 깎아주게 되면 가장 크게 걱정되는 것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랍니다. 도덕적 해이는 쉽게 얘기해서 신용불량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깎아주면 빚을갚을 수 있는 다른 사람들도 빚을 갚지 않고 너도나도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랍니다. 즉 신용불량자들만 원금과 이자를 깎아주면 정상적으로 빚을 지고 잘 갚고 있는 사람들도 '나도 신용불량자가 돼야지'라고 생각하거나 '안 갚고 버티면 나도 깎아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소위 '배째라'형 채무자가 생기는 것이랍니다. 결국 나라에서는 신용불량자들의 경제생활도 돕고 정상적인 채무자들이 큰 불만이 없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승훈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경제 2003-10-28 13:5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