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0분토론’이 끝나자마자 떠올랐던 느낌은 ‘토론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선대인 부소장님의 일방적인 강연을 듣는 게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굳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선대인 부소장님의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회문제의 속성상 토론의 과정은 필수적이죠. 하지만 어제 토론을 보면서 건전하고 의미있는 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토론자들마다 토론에 대한 준비와 토론주제를 바라보는 스케일의 차이가 너무나 현격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사회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론 중 부소장님의 다소 흥분하신 듯한 모습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토론자들이 핵심적인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고 민감한 부분을 요리조리 피해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서민들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해줄 전문가가 그렇게 없나’란 답답함에 오히려 수긍되는 면도 있었습니다. 특히 토론자 한 분께서는 부동산에 관한 판단은 어떤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씀을 반복해서 하시더군요. 이는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든 다양한 측면과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기 마련이라면 전문가의 역할은 이들 가운데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주는 것 아닙니까? 특히 부동산과 같이 일반인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신 분야와 관점의 다양성을 들어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신중함을 한참 넘어선 행동이었습니다. 전문성이 없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면 이해하기 힘든 태도였습니다. 미분양에 관한 건설사들의 책임을 언급하는데 왜들 그렇게 조심스러우신지요.
토론이 진행될수록 토론자들이 구체적인 수치들과 정황들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토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강의 큰 그림에 관한 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멸실주택수와 전세가격의 상관관계에 관한 부분은 좋은 예라 할 수 있죠. 문제제기와 반론이 시종일관 선 부소장님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선 부소장님의 주장과 제시하신 자료에 일단 수긍한 다음, 소극적으로 반론하거나 지역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토론자들과 전문성과 스케일의 차이가 가장 확연히 드러난 부분은 거시경제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한국 거시경제에 관해 비중있게 다룬 것도 아니고 그저 몇 마디 언급했을 뿐인데도 이분들의 내공이 단번에 드러나더군요. 선 부소장님 옆에 계시던 분조차 경제성장을 당연한 상수로 놓고 한국의 GDP가 2만 5천불, 3만불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오를거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부동산 문제가 서민들의 삶에 중요하다는 정도만 알았지, 한국경제의 산업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잠재력 변화를 바라볼 수 있는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었습니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렇다면 왜 토론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저는 토론자들의 자질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토론을 준비한 MBC 100분토론 측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토론에서 100분토론 측의 한국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의 지평이 향후 가격의 등락여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기형적 구조가 서민주거 뿐 아니라 산업구조, 일자리, 결혼, 출산, 그리고 노후복지 문제와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사회자의 진행에서 나타난 바는 그랬습니다. 결국 100분토론 측이 갖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관한 프레임이 이렇게 제한적이다보니, 그런 토론자들과 토론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사회자의 전문성은 더더욱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다소 심한 비유를 하자면 마치 조만간 부동산 거래를 하려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가장 큰 관심이 올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건지 오를건지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심지어 선 부소장님이 강남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들도 이미 가격하락에 접어들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등락여부를 묻더군요. 비관론자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말이죠. 물론 결과적으로는 선 부소장님에게 ‘비관론자’라는 명칭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권력관계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되었지만, 사회자의 색안경과 전문성의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 해프닝이었습니다. 일본 NHK에서 토론프로그램의 사회자가 각 분야의 전문가로 매번 바뀌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죠. 권재홍 사회자가 거의 유일하게 잘한 것이 있다면 첫 번째 시청자와의 통화에서 시청자의 직업을 물어본 것일 것입니다. 이런 저런 얘길 하다가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아파트 분양 사무소 직원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회사원이라고 했더라면 조금 나았을 것입니다.
MBC ‘100분토론’이 1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토론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객관성과 전문성을 상실한 채로 이끌어간다면 존속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토론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밤 12시 이후로 밀어내버리는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국민들의 무관심입니다.
첫댓글 사회자 바뀌면서 쓰레기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제도 보는데 중요한 발언을 할때마타 톡톡 끊더군요. 정말 맘에 안들었습니다. 부소장님이 흥분을 하신 것도, 사회자와 패널들 수준이 정말... 너무도 낮아서 말이 안통하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건설뭐시기 연구원 김현아씨의 실거래가 통계를 참고로 삼을만하다는 어이없는 말에는 진짜... 비상식이 상식을 지배할려한다는 얘기가 딱 들어맞는 것 같더군요. 그 양반도 1~2년전부터 발언관련 말이 많은 인물인데... 어제보니 참...이건 뭐 한나라당 나경원 생각이 딱 나더군요. 나만 그런가...?
저도 봤는데 웃기더군요 .. 사회자가 중립을 못지킬망정 ... 선대인님 보고 비관론자라니... 이게 사회잡니까 ?
4:1의 싸움이군요.. 완전히 .. 김현 머시기라는분은., 전세사는아픔이 크다는데 빛지는것보다 더아플려고?
빛지면 한방에 훅입니다.
시사인의 박정우 대기자의 글을 인용합니다. """닐 포스트먼이 알아챈 바에 따르면 이른바 인쇄체제 출신은 논리적이고 포괄적이지만, 전자체제 출신의 관점은 파편적이고 불연속적이다. 그는 젊은 학생들의 학위논문 작성을 지도하다 이런 차이를 확연히 깨달았다(인쇄체제 출신과 전파체제 출신으로 인간을 구분한 것은 학생들이었다). “이보게, 여기서는 이렇게 말해놓고 저기서는 반대 뜻으로 말하고 있잖아. 어느 쪽이야?”라고 물으면 학생은 난처해하며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아무리 논리에 닿지 않더라도 순간순간의 장면이 선정적이고 호기심을 끌 만한 내용이면 그만인 것이다."""
저 스스로도 느끼지만 이런 현상은 전파세대의 한계라고......밖에...... (__)
아이가 잠을 설쳐서 재우느라 조금밖에 보질 못했습니다.... 정말 궁금하네요....
다른 패널 3분의 자신없고 수준낮은 발언에 이은.... 선대인님의 발언을 막 즐기기 시작할 즈음 못보고 말았습니다....ㅠㅠ
아.... 궁금하다.....
MBC 시사프로그램은 공짜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시간되는 일요일에 다시 볼려고 생각중입니다.
요즘 방송국에서 다운로드 형태로 배포합니다. wmv 형식의 파일이구요... 한 300메가 되네요. 속도는 좋습니다. 다만 편집된 장면들이 있죠. 짜장면 발언 편집되었더군요.
전여옥이, 나경원이...그리고 김현아... 제가 쫌 싫어하는 것들.
국민상년이죠. 1위 전여옥, 2위 나경원, 3위 송영선 ㅋㅋㅋㅋ 김현아씨는 정치인이 아니라서 후보에 오르지 못했네요. ^^;;
집값 떨어진다는 소리가 비관론이라는 어이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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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
손교수 사퇴하고나서는 100분토론안봅니다
부소장님 속시원하게 할 말씀 다하셨읍니다, 저렇게 까지 진실을 예기하는데 반대로 가시는 분들 어찌 하나요?. 하튼 진실을 위쳐대야 배부른 돼지한테 꿀꿀이죽을 안주겠죠.
마지막 부소장님의 말씀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사회자는 거의 잡수준이었음....
동감입니다. 문제점을 시원하게 짚어주셨네요.
mbc가 부동산 집값 등락여부에만 촛점을 맞춰지말고,부동산 시장의 한국적 특수성및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근본대책과 정책제언까지도 할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맞추어서 진행했다면 좋았을 텐데요..선대인 부소장님 잘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