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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귀 (模寫鬼)
회색 세단 한 대가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주위를 에워싼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민석은 헤드라이트를 하이 빔으로 해놓고 운전을 했다.
안개는 이곳에서 3, 4 킬로 정도 떨어진 호수에서 흘러오고 있었다.
이 지역에 댐이 완공된 것은 벌써 5년 전 일이다. 댐이 생기고부터 이 마을엔 전엔 없던 안개가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여긴 민석의 딸 세민이의 외가가 있는 곳이다. 민석은 딸 세민이를 데리고 어제 이 길을 반대로 지나왔다.
세민이를 잠시 외가에 맡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지금 세민이는 퉁퉁 불어서 뒷좌석에 앉아 있다.
「요즘 허리가 안 좋아서 밭에도 못나가. 이래 누워만 있네. 전화라도 좀 하고 오지 그랬어.」
장모는 아랫목에 누운 채 사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낭패였다. 이럴 줄 알았으며 오지 않는 것인데. 하지만 오기 전에 전화를 걸었다면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
이럴 땐 정말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하는 수 없이 민석은 다음 날 서울로 올라 갈 수밖에 없었다. 혼자 사시는 장모님에게 아이를 떠넘기고 올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몸져누워계시기 까지 한데 어떻게 아이를 돌보겠는가. 민석은 혀를 끌끌 차며 뒤돌아섰다.
민석이 아내와 이혼한지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 그녀는 지금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있다.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던 아내를 만나 3년간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결혼 생활 6년 만에 맞은 파경. 둘은 작년 가을에 합의 의혼을 했다. 그녀는 늘 탈출을 꿈꿨다. 남편한테서도, 또 세민이한테서도……
결국 그녀는 탈출에 성공했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을 했고, 많지 않은 위자료를 가지고 프랑스로 떠나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민석에게는 딸 세민이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그 전부를 내던지고 싶었다. 회사일 만으로도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인데, 집에 오면 집 안 일에, 딸 세민이까지 자신을 들들 볶는다. 아내가 떠난 이후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아내가 없는 6개월이 마치 6년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징역살이를 하고 있는 죄수가 된 기분으로―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딸 세민이의 천방지축 행동이었다. 세민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말괄량이였다. 아내를 닮아 천성이 활발한 아이였는데, 그것이 좀 지나친 게 문제였다. 사람들 말로는 아이에게 정서불안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민석 자신은 그런 정신병적인 용어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저 저 나이 때는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것이다.
처음 아내가 없는 며칠 동안은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안은 점점 난장판으로 변해갔다. 벽은 온통 크레파스로 낙서를 해놓고, 냉장고 안의 음식을 죄다 꺼내 소꿉장난을 치는 것은 기본이었다. 민석이 아끼는 책과 비싼 LD 판으로 탑을 쌓는가 하면, 중요한 서류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기도 했다. 또 옆집 강아지 털을 가위로 깎아놓는가 하면, 집에서 기르던 열대어들을 모두 변기 속에 버리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번은 또래 사내아이와 말다툼을 하다가 손톱으로 얼굴을 긁어놓기도 했고,(민석은 아직도 그 집 사람들 볼 면목이 없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불로 태우려고하다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쫓겨날 뻔하기도 했다.
딸 세민이는 작은 악마였다. 혹시 오멘에 나오는 아이처럼 머리에 666이라는 표식이 있지 않을까 하고 민석은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세민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때론 아이가 하는 짓과는 상관없이 그저 가엾고 불쌍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결국 세민이도 자신처럼 아내에게서 버림받은 것이다.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아이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세민이가 평소보다도 더 극성인 이유는 아마도 그런 슬픔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인지도 모르겠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민석은 도저히 아내의 빈자리를 대신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그 빈자리를 채워줄 다른 여자를 찾아다녔다. 운이 좋게도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와 만난 지는 이제 두 달. 아직도 서먹서먹할 때지만, 둘 다 나이가 있는 만큼 젊었을 때처럼 튕기거나 서로 밀고 당기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만난 지 보름 만에 여관에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만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강하게 끌렸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섹스에 대해서는 만족했다. 그 후로도 꾸준히 관계를 지속시켰고, 그들의 사랑은 급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하지만 잘 나가던 그들의 사랑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바로 딸 세민이 때문이었다. 민석은 세민이에 대해 미리 말을 해뒀기 때문에 여자 쪽에서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반면, 세민이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
처음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을 때, 민석은 딸아이가 그녀를 무척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그녀가 엄마의 대체자임을 눈치 챘던 것이다. 곧바로 세민이는 방에 틀어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민석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자 세민이는 비명을 지르며 길길이 날뛰었다.
하는 수 없이 민석은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여자친구를 돌려보냈다.
그 후에 민석은 세민이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선물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해봤지만, 아줌마 얘기만 꺼내면 금새 악마로 돌변해버리곤 했다. 온갖 방법을 다 써 봐도 소용이 없었다.
세민이는 다른 여자가 엄마의 자리를 넘보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 세민이에게 있어 엄마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안개는 점점 짙어져 가고 있었다. 가시거리가 채 100미터도 되지 않았다.
차 실내가 습한 것 같아 민석은 히터를 약하게 틀었다.
「싫어. 덥단 말야!」
세민이가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 틀고 끌게.」
「안 돼! 덥단 말야! 더워! 더워!」
민석의 바로 뒷자리에 앉은 세민이가 발로 운전석 시트를 차기 시작했다.
「그만 해. 잠깐만 틀고 끈다고 했지?」
「더워! 더워! 더워!」
세민이는 계속해서 시트를 발로 찼다. 민석은 하는 수 없이 히터를 꺼버렸다.
아이와 계속 싸우면서 4시간 동안 운전을 하며 갈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외가댁에 아이를 맡기고 오지 못해 민석은 심기가 좋지 못했다. 일주일, 아니 5일만 맡기면 되는데. 민석은 또다시 혀를 끌끌 찼다. 다음 주에 그녀와 떠나기로 한 4박5일 유럽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여자친구는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하는데, 이번엔 민석과 함께 갈 계획을 짜놓았던 것이다. 민석은 당연히 승낙했다. 그녀와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에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여행을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아내와 괌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에는 일에 치이다보니 여행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마 전처도 그런 점에 질려서 떠난 것이 아닐까 하고 민석은 생각했다. 그 동안 여유가 너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민석 자신에게도 무척 설랬다. 물론 딸아이가 문제였지만, 외가댁에 한 일주일쯤 맡기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장모님의 병환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젠장, 이 얘길 어떻게 한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을 텐데…….』
민석은 머리가 복잡했다.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을 생각해 봤지만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친척들과도 그리 친분이 두텁지 않아 아이를 선뜻 맡길 수가 없었다. 혹시나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해 그들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줄로 오해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맡기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사정상 맡아줄 수 없다고 한다면, 먼 길을 헛걸음 하는 것은 물론, 아이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민이까지 여행에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녀와 세민이를 함께 두는 것은 휘발유 통 옆에 불붙은 초를 놔두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언제 불이 옮겨 붙어 폭발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행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아이를 놔두고 가야 했다. 어디까지나 이번 여행은 그녀와의 관계를 결혼까지 끌고 가기 위한 목적이지, 벌써부터 결혼 생활의 끔찍함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하자 민석은 갑자기 속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질적인 위궤양이었다. 아내가 떠난 후로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속이 쓰리고 아파왔다.
민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 손으로 배를 쓰다듬었다.
그런 와중에도 세민이는 뒤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댔다. 동요인지 가요인지 알 수 없는 희한한 노래를 마구 불러댔다. 음정이고 뭐고 되는대로 그냥 지껄이는 식이었다. 그것도 찢어질 듯 한 하이 톤으로.
「하얀 원피스…… 오~ 그대는 나의……… 잘 가요. 잘 가~ 안녀…엉~ 아아~」
「세민아. 좀 조용히 해줄래?」
「그대는 나의……」
「세민아. 아빠 몸이 안 좋아서 그래.」
「하얀 원피스~~ 하얀~」
쓰디쓴 위액이 넘어와 위에 구멍을 내는 것 같았다. 속이 쓰라렸다.
「세민아. 아빠가 조용히 하라고 했지?」
그러자 더 큰 소리로
「오오~ 나의 사랑!」
「조용히 하란 말야!」
민석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고함을 치고 말았다. 고함을 치자 속이 더 쓰렸다.
「윽…」
갑작스런 고함에 세민이의 엉터리 노래 소리도 뚝 끊겨버렸다. 조용해진 건 좋았지만 왠지 아이에게 미안했다.
「세민아. 아빠가…」
「으아앙~」
또 터지고 말았다. 세민이의 울음보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민석은 속으로 『젠장』 하고 외쳤다.
차안은 지옥이었다. 뒷자리에서 울어대는 세민이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민석은 하는 수 없이 운전석 창문을 살짝 내렸다. 열려진 틈 사이로 습한 공기가 흘러들어왔다. 기분 나쁠 정도로 끈적거리는 느낌.
민석은 다시 창문을 올렸다. 잠깐 열었을 뿐인데도 와이셔츠 칼라에 닿는 목 부분이 끈적거리는 것 같았다. 민석은 또 다시 『젠장!』하고 속으로 외쳤다.
차가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 위를 통통 튀듯 달렸다. 그 바람에 세민이의 울음소리도 스타카토 식으로 툭툭 끊겼다.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안개는 오히려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그냥 단순한 안개가 아니라 덩어리진 수증기가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무겁고 탁했다. 댐에서 방류되는 엄청난 양의 물이 낙차 할 때 이런 수증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안개가 되고, 이 마을의 풍토까지 바꿔놓았다. 안개로 인한 높은 습도 때문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고, 그해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이런 일들이 반복 되다보니, 안 그래도 많지 않던 주민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민석의 장모님 같은 노인 분들 몇몇만이 남아 소일거리를 하며 근근이 생활해 나가는 실정이었다. 댐 덕분에 마을이 죽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민석은 서둘러 이 마을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그것보단 이 끈적거리는 안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창문을 모두 닫아놓았지만, 그래도 미세한 틈사이로 외부의 습한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민석의 손이 히터를 켜는 스위치 쪽으로 가려다가 뒤에서 울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룸미러로 보고나서 다시 돌아와 운전대를 잡았다.
세민이의 울음소리는 정말 요란하다. 저 울음소리에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그냥 평범한 다른 아이들의 울음소리와는 달라도 뭔가 달랐다. 고음을 길게 내면서도 호흡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다시 이어지는 불규칙한 중저음과 고음의 반복. 들쑥날쑥한 리듬감. 가끔씩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순간적인 발성. 민석은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순간, 뱃속에서 뭔가 욱 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당장에 차를 세우고 뒷자리로 가서 딸아이를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다.
간절히……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딸아이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 게 고작이었다. 물론 전처는 세민이를 몇 번 때린 적이 있었다. 민석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민석은 아이가 아무리 건방지게 굴어도 손을 대거나 하지 않았다. 아내가 다 알아서 하려니 하고 그냥 내버려 뒀다.
그리고 그 대가가 지금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온 것이다. 아내가 없는 지금, 아이를 교육시킬 의미가 있는 사람은 오직 민석 자신뿐이었다. 하지만 민석은 그런 쪽으론 소질도 없었고, 잘 할 자신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귀찮았다.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얌전하게 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아이의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에 또 다시 쓰디쓴 위액이 넘어왔다.
『윽―』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 지나자, 뒷좌석이 다시 잠잠해 졌다. 민석은 룸미러로 창밖을 내다보며 입을 삐쭉 내밀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자 쓰린 속도 동시에 잠잠해 졌다. 민석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지겹게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 게다가 100미터 앞도 채 보이지 않은 짙은 안개.
민석은 운전을 하면서도 자신이 정말 옳은 길을 가는지 의심스러웠다. 어제 오던 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끝이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스쳐지나가는 눈에 익은 지형물들이 그나마 민석을 안심시켜 주었다.
「정말이지 지독한 안개야.」
민석은 혼자 중얼거렸다.
「이따 서울 가면 놀이공원 데리고 갈 거지?」
세민이가 목쉰 소리로 툴툴거리며 물었다.
민석은 못들은 척 운전에만 집중했다.
「이따 서울 가면 놀이공원 갈거냐구!」
「안 돼.」
민석은 매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만나러 가야 된다. 가서 여행에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야 된다. 그것이 세민이 때문이라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간다고 했―자―나―아―!」
「아빠 바빠. 회사 가야 돼.」
「거짓말! 회사 안 갈 거면서. 그 아줌마 만나러 갈 거면서! 다 알아! 다 안다구! 아빠 미워! 엄마한테 이를 거야! 다 이를 거라구!」
「그만 해.」
「엄마한테 이를 거야! 정말 이를 거야! 아빠 미워!」
「엄마한테 이르고 싶으면 일러.」
「이를 거야!」
「이르라니까? 근데 무슨 수로 이를 거야? 응? 무슨 수로 일러? 프랑스 가서?」
「전화…할 거야.」
「전화해? 엄마 전화번호는 알고 있니? 응?」
갑자기 세민이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민석은 룸미러로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입을 삐죽 내밀고는 당황한 듯 눈물을 그렁거리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잔인한 방법이었지만, 다시 엄마 얘길 꺼내지 못하게 하는 데는 이게 최고였다.
민석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아빠가 약속할게. 다음에 꼭 놀이공원에 데려가기로. 오늘은 그냥 참자. 응?」
세민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젖은 눈으로 창밖을 내다 봤다.
비겁해
순간 민석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세민아. 방금 뭐라고…?」
뒤를 돌아다 봤지만 세민이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창밖을 쳐다볼 뿐이었다. 밖은 안개 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민석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앞을 보고 운전했다.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럴 리가―」
「비겁해.」
「……」
「비겁해.」
잘 못 들은 게 아니다. 이젠 분명하고 명확하게 들린다. 또박또박
비.겁.해
지금 뒤에 앉아있는 세민이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내의 망령인가?
아내는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당신… 비겁해. 이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 아이 때문에 내가 떠나는 게 두려웠던 거지?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떠나는 게 그냥 두려웠던 거야. 그렇지?… 하지만 난 떠나. 잘 있어.」
안녕 비겁한 인간
「비겁해.」
「닥치지 못해?」
세민이는 창밖을 스쳐지나가는 안개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전에 언젠가 엄마가 아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비―겁―해」 박자에 맞춰
「닥치라고 그랬지?」
「비겁한 아빠」
「이 자식을 그냥!」
민석은 그만 이성을 잃고 왼손은 핸들을 잡은 채 오른 손을 뒤로 뻗어 아이를 잡으려고 했다. 세민이는 비명을 지르며 아빠의 손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민석은 안 되겠다 싶어 차를 길옆에 세웠다. 곧바로 안전벨트를 풀어 몸을 뒷좌석으로 돌렸다. 그 순간, 뒷문이 열리면서 세민이가 잽싸게 밖으로 도망쳤다.
「야! 야!」
세민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던 길로 달음질 쳤다.
「너 거기 서지 못해!」
민석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딸아이를 잡으러 뛰어갔다. 하지만 어느새 세민이의 모습은 안개 속에 휩싸여 보이지 않았다. 단지 아이가 뛰어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민석은 방금 전까진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이젠 세민이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다. 축축한 안개 덩어리가 자신의 몸을 먹어치우는 것 같았다. 목 주위와 양쪽 겨드랑이가 불쾌하게 끈적거렸다. 민석은 뛰어가면서 세민이를 불렀다.
「세민아! 거기 서! 아빠가 혼내지 않을게! 세민아!」
그의 간절한 부름에도 세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을 뛰어왔는데도 모습은커녕 이젠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민석은 뒤를 돌아다 봤다. 차가 보이지 않았다. 고작 50미터정도 뛰어온 것 같은데 차는 보이지 않고 뒤는 온통 안개에 휩싸여 뿌옇기만 했다. 길 바깥쪽은 논두렁이었는데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었다.
『혹시 길을 벗어나진 않았겠지?』
워낙에 말괄량이라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딸아이를 불렀다.
「세민아! 세민아! 이리 와. 어서! 아빠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구!」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많은 양의 위액이 넘어와 위벽을 깎기 시작했다.
「윽!」
위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 민석은 배를 움켜잡고 허리를 구부렸다.
「빌어먹을…… 얼른 이리 안와! 이 망할 녀석아!」
민석은 고통과 분노가 함께 뒤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때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세민이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 같았다.
민석은 딸아이가 또 도망칠까봐 화를 최대한 가라앉혔다.
「세민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어렴풋이 모습이 보였다.
근데 혼자가 아니었다. 세민이 옆에는 낯선 누군가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두 사림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민석은 위궤양이 좀 가라앉자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섰다.
세민이와 함께 걸어온 사람은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얼굴은 주름살투성인 웬 할아버지였다. 민석은 처음엔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그때서야 그가 이 마을 이장님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전에 장모님 댁에 왔을 때 그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이혼 전이었다.
세민이는 이장의 손을 잡고 뾰로통한 얼굴로 민석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날에는 밖에 돌아다니면 안 돼. 모사귀가 다닌다구.」
「네?」
민석은 핸들을 붙잡고 전방을 주시하며 옆에 앉은 이장 영감의 말에 대꾸했다.
헤드라이트를 하이 빔으로 했는데도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뭔가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민석은 꾸부정한 자세로 운전에 집중했다.
「할아방구. 그게 뭐야?」
세민이가 보조석 옆으로 불쑥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세민아. 그런 말 하면 못써! 할아버지 라고 해야지.」
「그게 뭐야? 응? 그게 뭐냐구~」
「허허허」
이장 영감이 웃자 얼굴에 가득한 주름살들도 함께 웃었다.
민석은 민망한 표정으로 그에게 사과 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버릇이 좀……」
「죄송은 무슨. 에이, 괜찮어. 꼭 손녀딸 같아서 좋구만 그래 허허.」
이장 영감은 장 노인의 집에 찾아가는 길이었다. 장 노인은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여든이 넘은 노인네였다. 무릎에 물이차서 이젠 거동도 할 수 없어 하루 종일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형편이었다. 이장 영감은 하루에 한 번씩 꼭 장 노인의 집에 들러 말벗이 되어주곤 했다. 장 노인뿐만 아니라 경로당에 오지 못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한 번씩 찾아가서 안부를 묻는 게 이장 영감의 일이었다. 마침 지나는 길이라 민석은 가는 곳까지 이장 영감을 태워다주기로 했다.
「할아바앙~ 그게 뭐냐구~」
「야, 너 조용히 안 해?」
「허허허. 괜찮으이― 아가, 그게 그리도 궁금하니?」
「네!」
「자네도 궁금한가?」
「네? 아……하하」
민석은 이장 영감의 물음에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모사귀란 말이지. 이 마을에만 존재하는 토박이 귀신을 말한다네. 각 마을마다 토박이 귀신이 있지? 일종의 그런 거지.」
「아, 네…」
「모사귀란 말 그대로 흉내를 내는 귀신이라네. 남을 흉내 내서 골탕을 먹이지.」
「그것뿐인가요? 귀신 치고는 좀 귀여운데요. 하하.」
민석은 웃으며 영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서 아까와 같은 사람 좋은 웃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빳빳한 한지처럼 메말라 있었다. 민석은 웃음을 삼키고, 무안한 표정으로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절대 모사귀를 우습게 봐선 안 되네. 그 놈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
민석은 갑자기 웬 생뚱맞은 얘긴가 하고 영감의 얼굴을 다시 한 번 힐끔 쳐다봤다.
「미치게 만드는 게 뭐야?」라고 세민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민석은 『그건 바로 네가 아빠한테 하는 짓하고 같은 거야.』 라고 말하려다가 옆에 있는 이장 영감 때문에 꾹 참았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 내가 딱 자네 딸아이 만할 때였을 거야. 이 마을에는 해마다 한 번씩 서커스단이 들어왔었다네. 공연을 보여주고는 약을 팔아서 먹고 살았지. 약이라고 해봤자 잘 듣지도 않는 무좀약이나 소화제 따위였지만 말일세. 사람들은 약보다는 공연을 보려고 몰려들었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흐흐. 얼굴에 분장을 한 광대도 있었고, 공중 그네를 타는 소녀도 있었지. 그 아이는 그네를 정말 잘 탔다네. 어찌나 아슬아슬하게 타던지. 공중제비를 돌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니깐 허허」
이장 영감은 회상에 잠긴 얼굴로 혼자서 껄껄 웃었다.
「아, 그러셨군요……」
민석은 이장 영감이 노망이 난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와~ 나도 서커스 보러가고 싶다!」
「허허. 너는 서커스를 한 번도 못 봤던 게로구나.」
「네! 세민이는 아직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서 무지 무지 보고 싶어!」
「무슨 소리야. 전에 봤으면서.」
「안 봤어! 안 봤단 말야!」
「전에 추석 때 TV에서 해주는 거 봤잖아.」
「그건 TV 잖아. 그러니까 그건 무효야!」
「TV라도 본건 본건지.」
「아냐! 난 안 봤어. 안 봤다구!」
세민이가 다시 뒷좌석에서 비명을 지르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너 가만히 안 있어!」
민석은 괜히 또 아이를 자극한 것을 후회했다.
「죄송합니다. 시끄럽게 해드려서……」
「허허. 괜찮으이.…… 얘 아가야. 서커스 구경하고 싶니?」
그러자 야생동물처럼 날뛰던 세민이가 갑자기 잠잠해졌다.
「응, 보고 싶어.」
「그럼 이 할배가 아빠한테 말해서 서커스 보러가게 해줄까?」
「정말? 정말이야?」
「허허. 그럼. 그러니 이제 얌전히 있기다?」
「네!」
방금 전까지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뒷좌석이 어느새 화사한 봄날로 바뀌어 있었다.
「저… 그런 약속을 하셔도……」
민석은 난처한 표정으로 영감을 바라봤다.
그러자 영감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그만 민석의 기분도 누그러지고 말았다. 갑자기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민석은 자신의 아버지도 예전에 저런 미소를 곧잘 지으시곤 했지 하고 생각했다.
「그럼 하던 얘기마저 할까?」
「아, 네 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늙으면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서……」
민석은 몇 십 년 전 일은 기억하면서 방금 전에 한 말은 까먹는 영감 때문에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공중 그네 얘기까지 했습니다.」
「아, 그래. 공중 그네. 그 아이는 정말 공중 그네를 잘 탔지. 무쇠 인간도 있었다네. 몸에 칭칭 감은 쇠사슬도 단번에 끊어버렸지. 목에다 철근을 대고 구부리기도 했었고.」
「와~」 하고 세민이가 외쳤다. 그것은 뭔가를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하는 소리였다.
「그 외에도 별별 특이한 재주를 가진 단원들이 많았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바로 흉내 내는 여자였어.」
「흉내 내는… 여자요?」
「그려, 그 여자는 남을 모사 하는 재주를 타고 났었지. 지금처럼 누구 목소리만 조금 흉내는 그런 나부랭이가 아녔어. 작은 습관부터 몸동작 하나하나까지 아주 똑같이 흉내를 내는 거야. 글쎄. 허허.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군. 유명한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바로 옆에 구경 온 동네 할망구 흉내까지 똑같이 내는 거야 글쎄. 구경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지. 나중엔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니깐?」
「아, 정말 대단한 재주를 지녔군요.」
「그렇지. 정말 타고난 재주꾼이었다네. 헌데 그만…… 그놈의 재주가 화를 부르고 말았지.」
「아니, 왜요?」 하고 민석이 물었다.
「예전에 이 마을에 ‘정칠부’ 라고 으뜸가는 부자가 살고 있었지. 칠부네 식솔들만 해도 스무 명이 넘을 정도였으니까. 칠부네가 잔치를 벌이면 이웃마을까지 부침개 냄새가 진동을 한다는 말까지 있었다네. 허허. 아무튼 그 칠부네 둘째 아들이 장가를 가서 첫 아이를 낳았는데, 그 일 년 되는 해에 돌잔치를 하게 됐지. 마침 동네에 서커스단이 들어와서 칠부가 직접 단장에게 돈을 주고 자기 집 마당에서 사람들한테 간단한 묘기를 보여 달라고 부탁을 했다네. 그래서 몇몇 기인들이 칠부네 집에 오게 된 걸세.」
「그럼 그 흉내 내는 여자도 왔겠군요?」
「암, 물론이지. 그 여자가 빠지면 흥이 살지 않거든. 해서 온 동네 사람들이 죄다 칠부네 집에 모여 구경을 했다네. 어찌나 많이 모이던지, 마당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하자 담 위에 까정 올라가서 구경을 할 정도였다니까? 허허. 아마 동네 개새끼까지 구경하러 왔을 걸? 그 정도로 잔치는 흥에 겨웠지.」
「돌 잔칫날 서커스를 보여준다니. 대단한데요? 하하.」
「칠부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 정도 재력이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허허. 아무튼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드디어 기다리던 차례가 온 거지. 바로 모사의 달인인 그 여자가 나올 차례였어. 사람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네. 여자의 장기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지. 마루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칠부까지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네. 나도 사람들 틈에 껴서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지. 정말 대단하더군. 그렇게 똑같이 흉내를 내는 여자는 내 생전 본 적이 없었어. 그녀의 모사는 쉴 새 없이 계속 됐다네. 흉내 낸 사람이 한 서른 명쯤 됐을 걸세. 확실히 세 보진 않았지만… 정말 신들린 것 같았지.」
「와~ 나도 보고 싶다.」세민이가 다시 뒤로 물러나 앉아 바닥에 닿지 않는 두 다리를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피곤해서인지 아까보다 조금 풀이 죽어 있었다.
「그렇게 장기가 끝나려고 할 때쯤, 그녀가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모사하기 시작했다네. 근데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사람들 웃음소리가 딱 끊겨버리고 말았지. 분위기가 갑자기 돌변해 버린 거야. 그렇게 떠들고 즐거워하던 사람들이, 마치 찬물을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말도 없었지. 조금 있으니까 이곳저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굳어져갔다네. 이상한 일이었지. 난 그때 너무 어려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어. 그리고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이장 영감의 눈은 어느 새 어린 시절의 눈으로 변해 있었다.
모사녀의 장기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사녀는 오히려 더 열을 올리며 그 누군가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눈이 일순간 한곳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바로 정칠부가 앉아 있는 마루 위였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부리부리한 눈알이 모사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분명 무슨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칠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루를 성큼성큼 내려가 모사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냅다 그녀의 배를 발로 걷어차 뒤로 넘어뜨렸다. 여기저기서 들리던 수근거림은 이제 웅성거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자 정칠부가 주위를 둘러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만들 나가! 이 버러지 같은 녀석들! 잔치는 이걸로 끝이여! 아, 어여 나가랑께!」
아직 맛난 잔치 음식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칠부에게 눈을 흘기며 서둘러 마당을 빠져나갔다. 담 위에 올라서서 쳐다보던 동네 꼬마들에게도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정칠부의 집 마당엔 칠부와 그의 식솔, 그리고 모사녀와 함께 온 서커스 단원 몇몇만이 남게 되었다. 칠부는 모사녀만 놔두고 나머지 단원들을 몽땅 밖으로 내쫓았다.
곧바로 호된 매질이 시작됐다. 칠부는 머슴들을 시켜 모사녀를 곳간으로 끌고 가서 몽둥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칠부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흉내를 낸 인물은, 칠부의 애첩이자 자신과 단짝친구였던 정순이라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빼어난 미모 때문에 서커스단에서 많은 돈을 받고 칠부의 첩으로 팔려갔었다.
그리고 석 달 후에 그녀는 마을 어귀에 있는 큰 느티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친구인 모사녀가 똑같이 흉내 낸 것이다. 걸음걸이, 손동작, 눈짓, 말투, 억양……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순과 똑같았다. 그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모사녀의 흉내가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그것을 지켜본 칠부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사람들 앞에서 그런 모욕은 난생 처음이었다.
매질은 밤까지 계속 되었다. 맞다가 기절하면 잠시 쉬게 하고, 정신을 차리면 다시 매질이 반복됐다. 그렇게 수 시간을 얻어맞은 모사녀는, 그만 새벽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칠부는 식솔들을 시켜 그녀를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다 파 묻어버렸다. 그리곤 단장에게 그녀가 도망을 쳤다는 거짓말과 함께,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해주었다.
「그때 부터였네. 마을에 요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게.」
「요상한 일들이요?」
민석은 그렇게 말하고 룸미러로 뒷좌석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잠잠한 게 이상했는데, 역시 잠들어 버렸다. 민석은 이대로 세민이가 깨지 않고 서울까지 가기를 바랐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실종되기 시작했다네. 밭 갈러 간다고 나갔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물고기 잡으러 냇가로 놀러간 아이들도 돌아오지 않았지. 건장한 청년부터, 꼬마 애, 심지어 나이 많은 노인네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어. 아무도 원인을 알 지 못했지.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네. 곧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됐지. 다들 밤늦게까지 횃불을 들고 마을 곳곳을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네. 그렇게 이틀 밤낮을 찾으러 다닌 끝에… 결국 실종된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지. 그들은 모두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숲에서 발견 됐다네. 그곳은 모사녀의 시체가 파묻힌 곳이기도 했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네. 그것을 아는 것은 오직 칠부와 그의 식솔들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실종자들 속엔…… 칠부의 둘째 아들도 포함되어 있었지.
실종 된 마을 사람들은 모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네. 칠부의 자식도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죽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 시체엔 아무런 상처도 없었으니까. 단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 시체들이 모두 어느 한 곳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빙 둘러있었다는 거지.」
「둘러있었다?」
「마치 강강술래라도 하려는 듯 말일세. 그 광경이 너무도 소름끼쳐서 그 자리에서 도망친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더군. 난 그때 너무 어려서 직접 보진 않았지만 말일세. 아무튼, 그 괴상한 광경에 다들 넋을 놓고 있을 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지. 저 한 가운데를 파보자고. 아무래도 저 중심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원의 중심을 판다는 건가요?」
「그렇지. 처음엔 왠지 두려워서 손을 대기 싫었다고 하더군. 그러다 한 두 사람이 합세해서 땅을 파기 시작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삽을 들고 모이기 시작했지. 그리고 어느 정도 파기 시작하자, 별로 깊지 않은 곳에서 다 썩은 시체 한구가 발견 되었다네. 시체는 보기 흉하게 썩어있었지만, 입은 옷가지를 보고 그것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네. 바로 그 모사녀였지.」
「역시 그녀가 사람들을 죽인 게로군요.」
「다들 그렇게 믿었지. 달리 무슨 설명을 할 수 있겠나. 마을사람들은 모든 일이 다 칠부 때문이라고 비난했지. 그들은 횃불을 들고 달려가 칠부의 집을 불태웠다네. 폭동이 일어난 거지. 다음 날 칠부는 자기 식솔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났다네.」
「그렇군요.」
이장 영감의 얘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더 듣고 싶었지만, 그를 그만 내려줘야 했기 때문에 민석은 아쉬움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차를 세운 곳은 마을을 빠져나가는 숲길 바로 앞이었다.
이장 영감은 차에서 내려 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차문을 닫았다.
「그럼 살펴가세요.」
「고맙네. 태워다 줘서.」
「뭘요.」
「나중에 아이 엄마하고 또 놀러 오게나.」
「아…… 네. 그러죠.」
민석은 아내와 이혼했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허허. 애기가 참 귀여워. 그럼 조심해서 가게.」
「네.」
「아, 이보게.」
민석은 출발을 하려다 말고 창문 너머로 이장 영감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예?」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 숲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게. 이런 날씨에는 모사귀가 자주 나타난다네. 이 숲을 지날 때는 특히 더 조심해야 돼. 이곳이 바로 모사녀가 묻힌 곳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석은 갑자기 찌릿한 무언가가 뒷덜미를 타고 머리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숲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안개가 너무 심해 입구 근처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왠지 으스스한 기운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으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민석은 영감을 보며 말했다.
「하하, 예 알겠습니다. 영감님이야 말로 조심해서 살펴가세요.」
「그려. 그럼 잘 가게나.」
「예. 가보겠습니다.」
민석은 차를 출발 시켰다. 이장 영감은 왼손을 뒷짐 진 채 오른 손은 차를 향해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차가 멀어지고, 이제는 숲 안쪽으로 사라져 버리자 영감은 흔들던 손을 내리고 양손을 모두 뒷짐 지었다. 그리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차가 들어간 숲길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곧이어 이장 영감도 옆으로 뻗은 논두렁길을 지나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민석은 안개 때문에 서행운전을 하며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장 영감의 말 때문에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 습기가 아까보다 더 심해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댐과 가까워졌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그는 히터를 매우 약하게 틀었다. 히터에 손바닥을 대자 따뜻한 바람이 느껴졌다.
숲길은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다. 차가 느릿느릿하게 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민석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를 틀고 싶었지만, 뒤에서 자고 있는 세민이를 깨울까봐 그만 두기로 했다.
민석은 흘러가는 안개를 덧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안개 속에서도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민석은 뭘까 하고 뚫어지게 그 빛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혹시 앞쪽에 다른 차가 멈춰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는 꽤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곳에서 차가 고장 나기라도 한 걸까?」
민석은 괜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가 불빛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민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으악!」
민석은 비명을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핸들을 옆으로 확 틀었다. 차가 길을 벗어나 옆에 있는 나무를 들이받으려고 할 때, 간신히 핸들을 반대로 틀어 위험을 모면했다. 민석은 재빨리 차를 길 가에다 세웠다.
민석을 놀래 킨 손은 다름 아닌 딸 세민이의 것이었다. 아까부터 깨어있었지만, 민석이 불빛에 넋을 놓고 있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야 임마!」
민석은 안전벨트를 풀고 뒤로 돌아서 금방이라도 후려칠 기세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세민이는 바짝 긴장한 채 아빠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민석은 마지막 순간에 화를 꾹 참았다. 손을 내리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꺼내 한 대 피워 물었다. 습기가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었다. 아직도 손이 떨려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잖아!」민석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뒷좌석에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숨 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세민이도 많이 겁먹은 눈치였다. 아까처럼 칭얼댈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다음에 또 그러면 아주 혼내줄 거야! 운전할 때 그러면 큰일 난단 말야.」
「알았어.」
「알았어가 아니고. ‘네’ 해야지!」
「네……」
「대체 왜 일어난 거야? 서울 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더 자지 않고.」
「오줌… 마려.」
「뭐?」
「오줌 마리다고.」
「출발하기 전에 누고 오라고 분명히 말했지?」
「그땐 안 마려웠단 말야!」
「또! 또 말대꾸한다.」
「오줌 마려. 오줌 마려. 오줌 마려.」
「시끄러! 그냥 참든가 옷에다 싸든가 해.」
「아아아앙―」
세민이가 또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민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간신히 참았다. 또 다시 위액이 울컥 넘어왔다. 담배 때문에 속이 더 쓰렸다. 오바이트가 넘어올 것 같았다.
「알았어. 그만 울어― 저쪽 가서 누고 와. 얼른.」
세민이는 그제서야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차 뒷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멈추고 다시 아빠를 쳐다봤다.
「같이 가.」
「혼자 가서 눠!」
「싫어 못가. 무섭단 말야.」
「벌건 대낮에 뭐가 무섭단 거야?」
「같이 가아~」
「아이 진짜!」
「같이 가아~」
「휴…… 미치겠구만.」
민석은 하는 수 없이 딸과 함께 차에서 내려 길 가로 걸어갔다. 길 가에는 잡풀들이 무성했다. 민석은 그중에서 풀이 낮은 곳에 세민이를 앉혔다.
「자, 어서 눠.」
「싫어. 창피하단 말야!」
「알았어. 아빠 뒤돌아서 있을 게.」
민석은 뒤돌아섰다. 짜증이 나는지 담배를 연신 뻐끔뻐끔 피워댔다.
그런데 세민이가 오줌은 안 누고 뒤에서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아 또 왜?」
세민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뭣 땜에 못 싸는 데? 아빠 이렇게 뒤돌아섰잖아. 그러니까 얼른 싸라고.― 왜 그래도 창피해? 더 멀리 가있을까?」
세민이는 계속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대체 왜 이러는 데?」
「나 똥도 마렵단 말야!」
「뭐야? 이런……하아.」
하는 수 없이 민석은 차로 가서 티슈를 꺼내왔다.
「자, 휴지 가져왔으니까 얼른 눠. 여기 아무도 안 지나가니까.」
「싫어. 여기선 못 눠.」
「너 자꾸 이럴래? 아빠 빨리 서울 올라가야 된 단 말야.」
「또 그 아줌마 만나려고 그러지?」
「아냐. 회사일 때문이야.」
「거짓말!」
「너 자꾸 이러면 여기다 두고 그냥 간다?」
「아아아앙―」
「그러니까 얼른 누란 말야.」
「시러어어. 여기선 못 눈단 말야. 아아아앙―」
「하아, 알았다 알았어.」
민석은 아이를 데리고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정도면 됐지?」
「좀 더 가.」
「얼마나 가야 되는 거야? 이 정도면 되잖아.」
「저기서 다 보이잖아.」
「사람도 없는데 보긴 누가 본다고 그래?」
「싫어. 조금 더 가.」
민석은 길이 안 보일 때까지 숲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더 이상 길이 안보이자, 민석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세민이에게 볼일을 보게 했다.
「아빠는 저쪽에 가 있어.」
「알았어. 얼른 누기나 해.」
「너무 멀리가면 안 돼?」
「알았다니까.」
민석은 어정쩡하게 서서 이젠 꽁초가 되어버린 담배를 힘껏 빨아들였다. 그리곤 바닥에 떨어뜨려 발로 비벼 껐다.
「아빠!」
「아 왜?」
「거기 있지?」
「그래.」
「아빠?」
「왜 또?」
「혼자 가면 안 돼?」
「얼른 누기나 해.」
민석은 가만히 숲을 둘러보았다. 낮인데도 안개가 심하게 껴서 기분 나쁠 정도로 음산해 보였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흘러가는 안개들이 마치 귀신처럼 보여 민석을 흠칫 놀라게 했다. 갑자기 이장 영감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이곳이 바로 모사녀가 묻힌 곳이라고.』
「젠장…」
이장 영감이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지금 자신과 딸 세민이는 함께 숲속에 들어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민석은 그것을 그냥 전설일 뿐이라고 넘겨버렸다.
「괜히 그딴 소리나 해서 기분 나쁘게……에잇」
민석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았다. 하지만 담배는 주머니 속에 들어 있지 않았다. 차 안에다 두고 온 모양이었다. 민석은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잠깐 담배를 가지러 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민아, 아직 멀었니?」
「응」
「아빠 잠깐 담배 가지러 갈게. 누고 있어.」
「싫어! 가지마!」
「금방 와.」
「안 돼! 나 무섭단 말야.」
「아, 금방 온데도.」
민석은 이제 딸아이의 애원에도 아랑곳 않고 숲을 지나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회색 세단 한 대가 안개에 뒤덮여 있었다.
민석은 차문을 열고 담배를 찾았다. 하지만 대쉬 보드 위에도, 어디에도 담배는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담배가 어디갔……」 하면서 무심코 바지 주머니를 만졌는데, 불룩한 뭔가가 만져졌다. 민석은 재빨리 손을 집어넣었다. 담배였다. 아까는 분명 없던 담배가 떡하니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귀신이……」
갑자기 서늘한 냉기가 등골을 타고 전해져왔다. 민석은 딸아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서둘러 아까 왔던 길을 따라 숲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숲은 마치 미로 같았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원래부터 길이 없었기 때문에 길을 찾는 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하지만 낯익은 나무나 풀들을 보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고 확신했다. 게다가 세민이를 데려 간곳이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안개였다.
분명 같은 곳으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안개 때문에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는 안개에 그만 눈과 마음을 홀리고 말았다.
민석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런 곳에서 설마 딸아이를 잃어버리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민석은 큰 소리로 세민이를 불렀다.
「세민아. 어딨니? 아빠야! 세민아!」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큰 소리로 부르면 반드시 대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십번을 불러도 허사였다. 숲속에서 들리는 거라곤 되돌아오는 민석의 메아리뿐이었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숲속을 헤매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도 모르게 숲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벌써 20분 째, 그는 행방이 묘연한 딸아이를 찾아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 그로선 알 길이 없었다.
민석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자기가 담배를 가지러 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는 건데, 하면서 자책했다.
숨이 차오르고, 와이셔츠는 끈적끈적 몸에 달라붙었다. 숲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숨쉬기가 어려웠다. 민석은 잠시 나무에 기댄 채 숨을 골랐다.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이제 어디가 어딘지도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나무와 안개에 뒤덮여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민석은, 갑자기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을 멈추고 말았다.
그것은 민석의 시선을 느끼더니, 곧바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민이었다. 분명 세민이가 확실하다.
민석은 세민이를 부르며 쫓아가기 시작했다.
「세민아, 거기서! 아빠야. 아빠 여깄어. 세민아!」
하지만 거리는 좀 체로 좁혀지지 않고, 민석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는 물먹은 종이처럼 흐물흐물 거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젠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민석은 너무 힘들어 고개를 숙인 채 소리쳤다.
「세민아! 아빠 힘들어. 장난 그만 치고 얼른 나와. 집에 가야지! 세민아!」
그가 다시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거리에 세민이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민석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민이도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이런 식이었다. 세민이는 아빠가 쫓아올 수 있는 거리까지만 도망쳤다. 그리곤 아빠가 지쳐서 멈추면 자신도 멈췄다. 그리고 아빠가 쫓아가면 다시 도망친다.
두 사람의 숨바꼭질은 계속되었고, 민석의 애원은 이제 욕지기로 바뀌어 있었다.
「이 빌어먹을 녀석아! 이리 안 와! 잡히면 가만 안 둬! 이런 씨발! 거기 서란 말야!」
민석은 또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허억― 허억― 허억― 이런 씨발 것!」
그의 눈은 이제 분노에 차있었다.
「네가 감히 아빠를 놀려? 아빠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그는 숲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그래, 도망 갈 테면 가! 얼마든지 가라고! 난 그냥 갈 테니까! 잘 들어! 넌 그냥 여기서 살어!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라고! 아빠는 집에 갈 테니까! 네가 잘못했다고 빌어도 소용없어! 난 너를 버리고 갈 거란 말야! 알아들어?」
민석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미친 사람마냥 성큼성큼 숲속을 가로 질러 갔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순 없었지만, 그런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딸아이를 버렸다는 마음에 속이 다 후련했다.
운이 좋게도 그는 숲을 빠져나와 차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그는 냉큼 차에 올라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몰았다. 아까와 같은 서행운전은 하지 않았다. 속력을 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분 좋은 듯 실실 웃기까지 했다. 이제 그 작은 악마에게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즐거워했다. 문득 룸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숲 속에서 그렇게 뛰어다녔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빗어 넘기며 옷에 묻은 풀잎을 털어냈다. 그러다 문득 룸미러로 뒷좌석을 보게 되었다.
「으악―!」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갓길에 멈춰 섰다. 그는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한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분명 뒷좌석엔 세민이가 앉아 있었다. 그것도 매우 흉한 몰골을 하고선―
두개골 한쪽이 함몰되어 움푹 들어가 있었고, 그곳에서 쏟아진 피가 얼굴과 옷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그 눈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민석은 뒤를 돌아볼 자신이 없었다. 분명 헛것을 본 것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면―
뒷좌석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곧 자신이 딸아이를 유기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아이를 버렸다는 사실에 대해, 민석은 그제서야 소름끼치도록 분명히 깨닫게 된 것이다.
분명 아까는 속이 후련했지만, 그것은 분노 때문에 이성을 잃어서 그랬던 것이지, 민석은 딸아이를 버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는 서둘러 차를 돌렸다. 그리고 속력을 내서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갔다.
하지만 어디쯤에서 차를 세워야 될 지 알 수가 없었다.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여기쯤이었나? 여기다 세웠었나?』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대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쓰디쓴 위액이 넘어왔다. 민석은 허리를 구부리고 한손으로 배를 움켜잡았다. 위벽을 누군가 송곳으로 쿡쿡 찌르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학을 그만두지 않았다.
「내가 왜 그랬지? 왜 그랬을까?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아아―」
민석은 차의 속력을 줄였다. 본능적으로 차를 세운 곳이 이쯤이었다고 느낀 것이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안개가 휩싸인 저 앞쪽에서 무언가 희미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민석은 그쪽으로 조금 더 차를 몰았다. 점점 가까워지자 형체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틀림없는 세민이었다. 민석은 차를 세우고, 재빨리 차에서 내려 딸아이에게로 달려갔다. 아까처럼 도망치거나 하지 않았다. 아이는 멀쩡한 얼굴로 길 가에 서 있었다.
민석은 세민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곤 흐느껴 울었다.
「아빠가 잘못했어. 미안해. 미안하다 세민아. 아빠가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는 세민이를 다시 찾아 너무나 기뻤다. 아무리 버르장머리 없고 건방진 천방지축이라도, 세민이는 자신에게 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자식이었다. 민석은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 했다.
「이젠 아빠가 세민이 놔두고 어디도 가지 않을게. 알았지?」
민석은 아이에게서 떨어져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순간, 민석은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아이의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아이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울거나 한 흔적도 없었다. 분명 자신을 찾아 엉엉 울었을 텐데. 이 울보가 어째서 울지 않았을까?
민석은 괜히 기분 탓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를 몰고 가면서 그 의심은 점점 안개처럼 짙어져갔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점점 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한 점은 아이의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의 옷도 너무나 깨끗했다. 아까 자신과 그렇게 숲 속을 뛰어다녔는데. 어째서 자신의 옷은 더러워지고, 세민이의 옷은 깨끗한 걸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저 태도. 민석은 룸 미러로 세민이의 모습을 슬쩍 엿봤다.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 얌전했다. 그렇게 천방지축인 아이가 지금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아까의 충격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차분해보였다. 저런 표정은 세민이가 잘 때 말고는 평소에 볼 수 없는 그런 표정이었다.
민석은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안개는 여전히 가실 줄을 몰랐다. 차안의 습기도 아까보다 훨씬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민석은 자연스럽게 다시 히터를 켰다. 그러다 아차 하고 세민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아까처럼 길길이 날뛰거나 하지 않았다. 아예 히터에는 관심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민석은 갑자기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호…혹시…… 아냐. 말도 안 되는 상상은 하지 말자. 아이를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그래.』
그러나 그럴수록 이장 영감이 했던 말이 귓가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괜한 기분이야. 괜한 기분이라고. 빌어먹을 영감. 그딴 소리나 해대고.』
민석은 불길한 기분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세민아. 아빠가 이따가 서울 가면 놀이공원 데리고 가줄까?」
「싫어.」
「왜? 아까는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세민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녀석이 아직도 자기에게 화가 나 있는 거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그런데 세민이가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룸미러로 보고 있던 민석은, 갑자기 뭔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민아. 너 목이 왜 그래?」
그러자 아이는 양 손으로 목을 가렸다.
「손 치워봐. 거기 왜 그러는 거야? 응?」
세민의 목 양쪽에 시퍼런 멍이 나있었다. 민석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대체 누가 아이의 목에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누군가 아이를 잠깐 데리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런 몹쓸 짓을 한 것이다. 민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누구야? 응? 누가 그런 거야? 어서 말해!」
세민이는 목을 감싼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민석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누가 그런 거야? 아빠한테 어서 말해봐! 누가 우리 세민이한테 이런 짓을 했냐고!」
「아빠가!」
「뭐?」
민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분명 잘못 들은 것이리라.
「누…누가 그랬다고?」
「아빠가」
「세…세민아. 거짓말 하지 말고. 아무리 아빠가 밉다고 해도……」
「아빠가 했잖아. 아빠가 뒤에서 내 목을 이렇게 졸랐잖아. 기억 안나?」
그러면서 아이는 자신의 손으로 목을 조이는 시늉을 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빠는 아까 담배 가지러……」
그러나 담배는 분명 자신의 바지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귀신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운전대를 잡은 민석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또 다시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마치 대패로 위벽을 깎는 느낌이었다. 고통 때문에 이를 꽉 깨물었다. 민석은 고통을 잊기 위해서 담배를 찾았다. 한손으로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배를 꺼내고 거기서 담배 한가치를 빼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라이터를 켜려고 부싯돌을 돌리는 데, 그만 차가 덜컹거리는 바람에 라이터를 놓치고 말았다. 민석은 라이터를 주우려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세민이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목을 양 손으로 가린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은 곧 자신의 목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민석은 흠칫 놀라며 얼른 라이터를 주워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전방에 뭔가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콱 밟아버렸다.
「끼이이이익!」
민석은 대쉬보드에 머리를 부딪쳐 잠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곧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이마에 혹이 하나 생기고, 목이 좀 뻐근했다. 민석은 몸을 추스르다가 순간 뒤에 앉은 세민이가 생각나 얼른 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세민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몸을 뒤로 돌린 채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세민아. 괜찮니? 어디 다친데 없어?」
아이는 아무 대답도 없이 계속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민석은 자신이 아까 뭔가를 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분명 산 짐승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냥 두고 가기에는 왠지 좀 꺼림칙했다. 게다가 녀석과 부딪히면서 차에 흠집이 생겼을 것이므로, 그것도 확인해 볼 겸해서 민석은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면서 그는 방향지시등을 잊지 않고 켜두었다. 안개가 짙게 껴있기 때문에 혹시 몰라서 켜둔 것이다.
「젠장. 차에 피라도 튄 건 아니겠지?」
그의 말대로 차 앞 범퍼와 후드에 다량의 피가 흩뿌린 듯 묻어 있었다.
「제기랄! 내 이럴 줄 알았지. 노루라도 친 모양이군.」
민석은 차 뒤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처참하게 목이 꺾여 있을 노루를 상상하면서. 하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밑에 깔린 거야?」
민석은 성가시게 됐다며 툴툴거렸다. 그리곤 몸을 살짝 숙여 차 밑을 확인해 보았다.
역시 있었다. 뭔가 시커먼 것이 오른쪽 뒷바퀴 쪽에 구겨져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아무리 봐도 노루 같아 보이진 않았다. 산짐승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쪽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꺾인 손을 보고는 그 생각이 확신으로 굳어졌다.
「설마 사람을 친 거야? 내가?」
민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차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두렵고 떨린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천천히 그것의 실체를 확인했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허억!」
민석은 그만 뒤로 벌러덩 자빠지고 말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에 찬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은 벌어진 채 다물어질 줄 몰랐다.
그는 그 와중에도 뒷좌석에 앉아 창문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세민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민석은 위와 아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마치 바늘이 튄 레코드판 마냥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그것은 둘이었다. 하나는 차 안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차에 깔린 채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둘일까?
민석 자신도 그런 물음을 해보았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차 밑에 깔린 것은 분명 세민이었다.
그리고 지금 뒷좌석 창문으로 아래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도, 분명 자기 딸 세민이었다.
이 둘이 지금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민석은 침을 꿀꺽 삼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주위를 의식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리곤 손을 뻗어 차에 깔린 아이의 시신을 끄집어냈다. 차에서 끄집어낸 순간, 민석은 이 아이가 분명 자기 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는 그때 본 환영처럼 한쪽 두개골이 함몰 되어 있었고, 거기서 흘러나온 피로 얼굴과 옷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아이의 시신을 꼭 끌어안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세민아……흑흑…… 아빠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는 그렇게 한참을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뒷좌석에 있는 또 다른 세민이를 쳐다봤다. 아이는 여전히 양손으로 목을 감싸 쥔 채 무표정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민석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짙은 안개 속에서도 민석의 차 방향지시등만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회색 세단 한 대가 안개가 짙게 낀 숲길을 달리고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이 숲을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이 숲만 지나면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민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운전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눈물 자국이 선명했지만, 표정만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덤덤했다.
그것은 뒷좌석에 앉아있는 딸 세민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양손으로 목을 감싼 채 여전히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차는 열심히 비포장 도로 위를 덜컹거리며 달려갔다.
트렁크 문 손잡이에 시뻘건 피를 묻힌 채로―
ㅡ THE END ㅡ
첫댓글 롤로님, 여기서도 뵈네요 ^^ 다시 봐도 재밌습니다!!
으으.. 이 더운 여름날을 아주 시원하게 해주시는군요..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헛;; 독특한 소재_+;; 잼있게 잘 보았습니다^^
아이고 무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