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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anagement 현대사진포럼
 
 
 
카페 게시글
자유공간 스크랩 무능한 카메라
무위자연 추천 0 조회 36 08.07.22 19:4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카메라처럼 무능하고 거짓말을 그럴 듯 하게하는 것 도 없다.

모든 사진은 무력 하거나 거짓말을 하고있다.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이 촛불 광장에 나왔을 때이다.

 

정부의 탄압과 쉼없이 이이어지는 집회에 피로가 누적되어 촛불이 주춤 거릴 때였다.

경찰의 방해로 방송차가 늦게오고 집회는 예정보다 시작이 늦었다.

사제단은 비폭력을 거듭 당부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 비를 맞으며 시위대는 평화적으로 을지로와 종로를 한바퀴 돌고 광장으로 돌아왔다.

어디서 났는지 사람들의 손엔 장미가 한송이 씩 들려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은 없었다.

오히려 방송차에서 나오는 신부님의 질펀한 멘트와 노래 가락에 비에젖은 시위대는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덧 장대비로 변했지만 모인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사회를 맡은 신부님의 재치로 분위기가 점점 띄워지고 어느새 광장은 춤판으로 변했다. 물에 빠진 생쥐 같은 군중은 손에든 장미를 흔들며  춤을 춘다. 모두들 즐거워 입이 귀에 걸렸다. 전국 노래자랑의 클라이 막스 같다.

시위가 비분강개 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시위는 촛불이 처음이다.

더구나 수백 수천의 사람이 일 분란하게 트롯트를 추는 시위는 오늘이 처음이다.

사진을 찍으러 단상에 올라간 나는 그 모습에 감동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사실 나도 울컥 울컥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눈물을 참느라 혼났지만 말이다.

정말 아까운 이 순간을 남기려 사진을 찍었다.

  

 

 

그 때 찍은 사진이다.

어둠 속에서 후래쉬도 없이 중형카메라로 이 장면을 찍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인화해 놓고보니 사진은 당시의 수고로움에 비해 현장의 감동은 전달되지 않았다. 

사진 속엔 up된 신명도, 꽝꽝 울려대는 스피커의 노래가락도, 시민들의 몸동작도, 손에든 장미의 감동도 없다.

그 순간 카메라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상자곽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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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7.22 20:16

    첫댓글 그래서 전 그 속으로 들어가서 같이 춤을 추면서 찍습니다. 그러면 카메라도 춤을 추고 같이 울고 그러지요.

  • 작성자 08.07.22 22:29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촛불을 적당한 거리에서 찍으려다 보니 이것 밖에 안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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