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ㅡ이태준
아퍼 누웠으니 성한 사람들의 오가는 발들이 이상스레 보인다. 그 눈도 코도 없는 다섯 대가리가 한 몸에 붙은 것이 성큼성큼 다니는 것은 어찌 보면 처음 만나는 무슨 괴물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저렇게 보기 싫게 생긴 것이 사람의 발인가!도 생각된다.
발은 정말 사람의 어느 부분보다도 싫게 생겼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그의 발은 그의 얼굴만 못할 것이요, 또 손이나 가슴이나 허리나 다리만도 못할 것이다. 사람의 발만은 확실히 잘생기지 못했다. 발에 있어선 짐승의 것만 못한 것 같다. 개를 보아도 그의 얼굴보다 훨씬 잘생겼다. 불국사에 있는 석사자石獅子를 보아도 발은 그의 어느부분보다 더 보기 좋았다.
생각하면 사람의 발은 못생긴 것뿐 아니라 가장 천시받는 것도 그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를 보아도 제일 아끼지 않고 다스리지 않는 것이 발이다. 그래서 몸 가운데 제일 나이 많이 먹어 보이는 부분이 먼저 발이 된다. 힘줄이 두드러진 것, 주름살이 굵은 것, 발은 손보다도 훨씬 먼저 늙는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발은 얼마나 고마운 것이랴! 눈이나 입처럼 그다지 아쉬운 것은 아닐는지 모르나 언제든지 제일 낮은 곳에서 제일 힘들여 모든 것을 받들고 서고 또 다닌다.
차라리 눈보다 입보다 더 몇 배 고마운 것이 발이다. 어떤 때는 돌부리를 차고, 어떤 때는 가시나 그루에 찔리고, 찬물에, 풀숲에, 늘 먼저 들어서며 뱀에게도 먼저 물리는 것이 저 발이 아닌가!
이태준(李泰俊1904~?)
소설가. 수필가. 호는 상허尙虛. 강원도 철원 출생. 단편으로〈달밤〉·〈가마귀〉·〈복덕방福德房〉등이 있으며 이밖에 유명한 저서로《문장강화文章講話》와 수필집으로《무서록無序錄》이 있다
첫댓글 서울 성북동 이태준 고택 <수연산방> 전통찻집은 참 정겹습니다
찻값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ㅎ
두 번 다녀왔답니다
권오삼 시인의 <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