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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에서 내과 진료를 맡고 있는 김철규 씨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사진 = 황남구 기자 nam9ya@ |
아시아투데이 황남구 기자 = 서울 영등포역 인근 좁은 골목에 가난한 자들의 작은 천국이 있다. ‘요셉의원’이 그곳이다. 요셉의원은 세상의 그늘진 틈 속에서 숨 죽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4일 그곳의 사람들을 만났다. 오후 12시부터 요셉의원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눈에 이들이 노숙자 혹은 인근 쪽방촌 주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요셉의원의 일과는 오후 12시부터 시작된다. 성무일도(가톨릭 공적 기도)를 마치고 12시 20분쯤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1~5시 1차 진료시간을 갖는다. 미사, 저녁식사를 모두 마친 오후 7~9시는 2차 진료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자기 일터에서 업무를 마치고 온 의사들이 요셉의원에서 본격적인 진료활동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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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은 가난한 자들을 보살피는 정신을 이념과 사명으로 삼고 있다./사진 = 황남구 기자 nam9ya@ |
요셉의원의 무료진료 대상자는 노숙자, 행려자, 알코올 의존증 환자, 외국인근로자,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 등이다. 이곳을 거쳐 간 환자만 총 56만명에 달한다. 이날 오후에만 100명이 훨씬 넘는 환자가 요셉의원을 찾았다.
3층으로 이뤄진 요셉의원 건물에는 총 4개의 진료실이 있다. 내과, 이비후인과, 피부과, 신경정신과, 산부인과, 한방과, 정형외과 등 일반 병원의 모든 의료행위가 이곳에서 가능하다.
의사들은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4개의 진료실을 돌려 사용한다. 치과, X레이 촬영 등 육중한 의료시설이 필요한 곳은 별도의 진료실이 마련돼 있다.
의사 90명이 요셉의원을 찾아 무료진료에 손을 보태고 있다. 의사를 비롯한 약사, 간호사, 행정직 등 자원봉사자만 600명이다.
요셉의원은 지금까지 정부지원금 없이 6000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살림을 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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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의사들은 '월간 전체진료 시간표'에 따라 진료활동을 한다./사진= 황남구 기자 nam9ya@ |
환자가 찾아오면 1층 입구 옆 작은 방에서 요셉의원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상담을 했다. 아울러 환자가 요셉의원의 무료진료 대상자인지도 꼼꼼히 살폈다.
2층에는 접수실, 대기실, 진료실이 있다. 진료를 마치고 처방을 받은 환자는 별도로 마련된 창구에서 약을 받아갔다. 접수실 안에는 환자들의 진료 차트가 벽 한 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예후를 살피며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실 의자에 환자들이 작은 군집을 이뤄 앉아있었다. 한두 명의 여성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요셉의원 자원봉사자가 많은 환자들이 ‘술 문제’로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또한 이곳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신분 노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니 조심해달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곳을 찾은 환자 박 모씨(55·남)는 “5년이 넘도록 노숙생활을 하다 지금은 쪽방촌에서 살고 있다”며 “아플 때뿐만 아니라 입을 옷이 없거나 밥이 없을 때도 요셉의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3층에는 치과와 행정실이 있다. 이날 치과 진료는 오후 7시 이후로 잡혀있던 터라 환자들이 없어 조금 한산했다.
옥상 건물에는 도서실이 있다. 벽 한쪽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매주 요일에 맞춰 이곳에서 음악치료, 미술치료, 알코올 환자 자활 치료 등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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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 접수실에는 이곳을 찾았던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사진 = 황남구 기자 nam9ya@ |
요셉의원에서 자원봉사를 한 지 12년이 넘었다는 변수만 씨(76·서울 양천구)는 “전부터 이곳에서 주방봉사를 해오던 아내를 통해 처음 요셉의원을 알게 됐다”며 “선우경식 원장님께 감화돼 정년퇴직 이후 본격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선우 원장은 요셉의원의 설립자이자 1대 원장이다. 1987년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처음 설립된 요셉의원은 1998년 5월 영등포로 자리를 옮겼다. 선우 원장의 가톨릭 세례명이기도 한 요셉은 ‘임종자들의 수호자’를 의미한다. 선우 원장은 지난 2008년 4월 3년간의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그는 결혼도 뒤로 미룬 채 요셉의원에서 21년이라는 긴 세월을 바쳤다. 요셉의원 2대 원장은 이문주 신부이며, 여의도성모병원 감염내과 과장을 지낸 신완식씨가 의무원장을 맡고 있다. 이곳에서 내과 진료를 하며 10년 동안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철규 씨(76·서울 광진구)는 “요셉의원은 ‘종합사회복지센터’ 같은 곳”이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자활을 돕는 게 사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nam9ya@asiatoday.co.kr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