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老人)들의 얼굴 가꾸기 - 아름다움의 추구(追求)]
어떻게 하면 더 젊어 보일 수 있을까? 요새 사람들에게 ‘젊음’이라는 말은 마술적 이미지를 지닌다. 젊다는 것만으로 하나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
돈이나 명예, 지위보다 젊음 자체가 자유요, 행복이며 사회적 자본이 된다. 그런데 외모로 보아서는 늙음과 젊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듯하다.
늙어 보이면서도 젊어 보이는 것이 요즘 노인들의 이중성이다. 아니 노인들은 모두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장수를 한다 해도 노추해 지면 불행 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신 노년들은 여유와 즐김으로 인생 2모작 3모작을 계획한다. 곱게 늙지 못하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멀티 라이프(multi-life)의 태도를 보인다.
어떤 점에서 그것은 사실이다. 건강한 외모가 남은여생을 좌우한다. 아름다운 얼굴을 유지하는 얼짱. 몸짱이 되는 일은 스스로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미적 행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동안 살아온 고통을 잊으며 은퇴한 이후 30년 이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준비를 해 가는 그들이다.
만나는 사람이 ‘당신 오늘 멋지네! 하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갈 때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90살 넘은 할머니가 동네 슈퍼마켓에 갈 때도 진주 목걸이를 하는 몸치장도 같은 이유다.
영원한 젊음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그들은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기를 빈다. 나이와 젊음은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자기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본래 아름다움은 여성들의 특권이다. 인기 있는 스타일은 의상패션, 신발, 액세사리, 메이크 업, 바디피어싱의 특별함이다.
‘철학자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cm만 낮았어도 역사는 달라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자의 아름다움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비유일 것이다.
아름다움의 추구는 영혼의 감정이다. 아름다움은 하나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 잘난 외모는 모두가 우러러 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까닭 없이 종종 비하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부인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용성형을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는지 모르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외모와 봉급이 비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B)수석연구원인 ‘크리스티 앵게만’과 ‘마이클 오양’은 FRB 계간지 ‘리저널 이코노미스트’에서
잘 생기고 키가 크며 날씬할수록 보수를 더 많이 받는 경향(5%)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인들은 면접에서 더 좋은 기회를 얻고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는 것도 밝혀냈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평균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외모가 수려하고 단정하게 보이면,
다른 내면의 부분 역시 그럴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얼굴이 예뻐야 마음도 예쁘다는 노래가 있듯이 말이다.
아름다워 지고 싶은 것은 젊고 늙음을 떠나 인간의 소망이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은 사랑의 첫 번째 이유이자 마지막 이유’라고 했다.
독일의 의사이자 과학전문 저술가인 ‘울리히 렌츠’는《아름다움의 과학》에서 사진 속에 얼굴이 예쁠수록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진다고 했다.
아름다운 외모야 말로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타인을 끌어당기고 가까워지게 하고 친밀하게 만든다.
보티첼리의 회화 ‘비너스의 탄생’이후 아름다움은 S라인으로 통했다. 비너스의 탄생은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미의 상징이지만 모든 사람들은 이 같은 아름다움을 꿈꾼다.
잘 살아간다는 것도 더 젊게 더 예쁘게 살고자하는 욕망이 포함된 것이다. 노인들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경향을 반영하듯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용어로 그루밍(grooming: 차림새, 몸단장)이 널리 쓰인다.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데서 유래한 그루밍은 남성의 피부 관리, 두발. 패션은 물론 성형수술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요새 할아버지들 역시 곱상한 얼굴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노인들이 많다. 요즘 ‘꽃 중년’ 혹은 ‘미 노년’(美 老年)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의미다.
불로초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든 노인에게 젊음을 파는 패션과 미용 산업이 뜰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외모 가꾸기 열풍은 세계적이다.
반면에, 최근에는 이른바 '루비(RUBY)족'이라 불리는 여성들의 욕구를 나타내는 풍자어가 있다. 루비는 Refresh(상쾌한), Uncommon(특별한), Beautiful(아름다운), Young(젊음)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루비족은 자기 스스로 건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또 비슷한 말로 노년의 삶을 이뤄가는 이른바 애풀(APPLE)세대란 말도 나온다.
활동적으로(Active), 자부심(Pride)을 갖고 평안(Peace)하게 고급스럽게(Luxury), 그리고 경제력(Economy)을 갖춘 노년층을 의미한다.
특히 고급스럽게(luxury)는 경제력이 있어서 미용이나 건강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노인들이다. 유명백화점에서 고급화장품이나 스포츠 웨어, 패션 등에 돈을 쓰는 큰 손님들이다.
그런데 요새 사람들은 ‘유별남 증후군’에 시달리는 듯하다. 젊음의 손실과 중년의 나이로(40-60)접어 들면서 ‘아름다움 상실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발랄한 외모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현대사회에서 일반화되어 있다. 남보다 더 얼굴이 예뻐야 하고, 잘 입어야 하며, 잘 나가야 하는 자기 존재감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체중계에 매달려 산다. 예쁜 내 몸매를 어떻게 만들까 하고 다이어트를 하며 살과의 전쟁을 벌인다.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영원한 젊음' 증후군의 모습이다.
그러나 몸의 노화와 함께 아름다운 몸매는 나이를 더 해 가면서 망가져만 간다. 특히 여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의 이벤트는 사춘기, 임신, 장애, 질병, 수술, 폐경, 노화를 포함한다는
사실에서 여성들의 몸매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우울증까지 유발하게 된다. 거울에 비치는 주름살을 자주 보면서 안타까워한다.
참고로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아름다움을 망치는 얼굴주변의 변화 상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이마와 눈가의 주름살
2) 눈꺼풀의 처짐과 다크셔클
3) 피부 색깔의 변화 - 검버섯 출현
4) 근육의 손실로 목주름 확대
5) 입 및 입술부위의 주름, 팔자주름
6) 탈모 증상
이러한 신체의 노화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성형수술에 매달린다.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감에 빠진 나머지 몸에 칼을 대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유행이다.
선택적으로 얼굴성형 및 보톡스 주사로 얼굴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미학의 추구 속에 성형수술 하는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면서 성형수술 시장은 세계적으로 번창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성형수술은 노화방지 맥락에서 미적수술(cosmetic surgery)의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도 내린다.
최근에 미국의 75세 할머니(Sherri Cook)는 우아하게 늙기 위해서 유방성형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성형을 통한 신체의 복원 (rejuvenative)이고 노화의 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적 수술은 “노화와 관련된 신체적 정신적 노화를 지연 방지하려는 응용프로그램”인 셈이다.
다시 말해 젊음을 복원하려는 성형수술의 동기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1) 자아존중감 유지 (2) 손실된 신체적 이미지 개선 (3) 직장(직업)에서의 호감도 향상 등을 꼽을 수 있다.
미적 수술의 표면상 목적은 신체적 이미지를 수정하여 더 예뻐지겠다는 심리적 충족감이다. 이런 신체적 이미지는 개인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투영되는 실체로서 자신의 마음속 그림이다.
신체적 이미지는 고정된 현상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기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노화와 관련된 화장품과 패션 등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이나 헤어스타일, 손톱매니큐어, 악세사리와 장신구 등으로 몸치장을 한다.
그 중에서도 노화 감추기 미용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안티에이징 화장품에 관심이 높다. 남녀 누구나 피부 탱탱, 물 탱탱 피부를 원한다. 젊은이들은 영화배우 고현정의 피부비결을 궁금해 한다.
클레오파트라가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우유목욕을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여자들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꽃훈남 열풍 속에 피부 관리 및 주름살 케어 등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장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정체성과 자기표현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아름다움은 사회적 가치의 새로운 지표가 되었다.
80세 이상의 고령 노년기(oldest-old)의 할머니들 역시 마찬가지다. 섹시한 할머니들도 많다. 할머니들이 젊은 여성들처럼 엉덩이의 언어는 없지만 섹시한 삶을 만들어간다.
건강미와 활달한 성격에다 사교적인 할머니들은 할아버지들의 ‘연인’이 된다. 할아버지들로부터 재미있는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할머니들도 있다. 러브콜 대상이다.
의존적 감성과 부질없는 욕망을 기대하는 사랑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일탈하는 사랑도, 동기도 느끼지 않는 커피 한잔에 친구로 지내는 노인들 쯤으로 여긴다.
결론적(結論的)으로 누구나 아름다움의 갈망과 나르시즘적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늙어도 화장하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로션 하나를 바르더라도 “내 얼굴이 예쁘지!”하고 스스로 칭찬을 하며 몸매를 관리하는 일이다.
노인들이 우울증에 빠진 나머지 ‘올해도 살 수 있을까?’ 한숨 짖지 말고 섹시하고 예쁜 구두를 챙겨 신는 일, 쇼핑하는 일, 그리고 긍정적 에너지를 전해주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일이다.
욕망이 없으면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게 마련이니 그렇다. 건강하고 의욕이 있어야 사회적 ‘유통기간’(sell-by date, 사회활동 기간)을 늘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80 ~ 100세 연장전까지 사회적 유통기간을 늘여야 하는 것이 진정한 노인의 삶이 아닐까? 싶다.<우 정 著>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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