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별장
신성희
오전이 끝나가고 우리는 조용한 주택가를 걷고 있다 함께 걷는 게 얼마 만이야? 여름이면 이곳이 그리웠어 나는 말하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너는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네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너를 자꾸 바라보게 된다 길거리 여기저기 개똥이 흩어져 있다 우리는 개똥을 피해서 걷는다 시市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수돗물을 틀어 흘려보내지만 개똥은 늘 그대로 라고 너는 말한다 계속 걸어도 괜찮겠어? 발 아프지 않아? 대답 대신 너는 여름이면 왜 콧잔등에만 땀이 나는지 모르겠어 짧은 반바지를 찢어버리고 싶어지는 게 이곳 날씨야 여름이 지루해 그러면서 너는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고 한다 그런 네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아 너를 자꾸 바라보게 된다 너는 하얀 돌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 문방구를 지나고 빵집에서 흘러나오는 빵 냄새를 맡으며 검은 양복 상의가 걸린 양복점을 지나 우리는 걸어간다 구름이 느리게 흘러가고 몇 년 동안 너는 무섭게 늙어버린 것 같다 너의 손 안에서 돌이 꿈틀거린다. 벗어나려고 돌과 나에게 들으라고 너는 조용히 말한다 괜찮아, 제발 가만히 있어 이제 다 끝나가 알 수 없는 여름이 이상한 여름이 계속되고 있었다 ―계간 《포지션》 20223년 봄호 ------------------ 신성희 / 경북 안동 출생. 2016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당신은 오늘도 커다랗게 입을 찢으며 웃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