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사건은 조용히 끝났다.
오타쿠스토커사건을 없던 일로 해달라는 내 말과 함께
사장님의 입김 몇 번으로 기자들은 입을 꾹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은 사람이었던 지라 그 스토킹사건이 있는 이후로 3일내내
밥을 먹어도 모조리 다 게워내버리기 일쑤였고, 일은 고사하고 움직이는 것조차 두려웠다.
어디선가 또 누군가가 날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공포가 날 무겁게 짓눌렀다.
그치만 그것도 딱 3일동안이었고, 4일째 쯤 되자 평소와 같이 다시 쌩쌩해졌다.
이런 모델계나 연예계에서 일하다 보면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잡고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뒀던 일들을 몰아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씨, 화장실 정돈 나 혼자 갈거야"
"안 돼. 납치는 언제 어디서든 가능성이 있다구"
황홀이 2집앨범 준비를 한다는 핑계로 스케쥴이 다 비어버린 한태풍이
사장님과 함께 내 보호자가 되어 버린 것.
녀석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커다란 무테 선글라스를 끼고는
화장실에 가려는 내 뒤에 따라붙었다.
"넌 음악녹음이나 하러가!"
"싫~어"
"앨범 준비중이라며? 설마 한세혼자서 앨범만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
녀석을 향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떠보였다.
"허이구, 은한세 열녀 나셨네, 열녀 나셨어. 그래도 난 절대 안 가"
납치 한 번 더 당하면 아주 그냥 우리집 들어와서 눌러앉을 기세구만.
3일내내 화장실, 촬영장, 집 앞, 사무실......등 어디든
사장님 아니면 한태풍이 함께 했다.
그 저질오타쿠 스토커도 화장실까진 쫓아오지 않았다구요~
"은휴민, 우리 바다 가자"
"뭐야, 뜬금없이......게다가 아직 초여름이잖아, 이 바보야"
"한여름에 갔다가 팬한테 압사당하고 싶냐? 이 호박아"
여자화장실 밖에서 들려오는 한태풍의 얄미운 목소리에 이를 뿌드득 갈았다.
대체 쟨 언제 저렇게 말빨이 늘은거야?
나는 손을 씻으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너땜에 기분상해서 안 가"
"하긴, 넌 한여름에 가도 되겠다. 넌 압사당할 팬도 없잖아~푸하하.
그치만 나같은 인기스타는 그게 곤란하다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려오는 한태풍의 목소리에 저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저 녀석을 보니 딱 한 단어만 떠오른다.
미친놈 이라는 글자 하나.
"황홀에 있는 팬은 거의 다 우리 한세 팬이거든!"
"은한세 그 자식이 무슨 인기가 있다고. 내가 제일 인기많어!"
"몰라몰라, 아무튼 난 피서 안 갈꺼야"
"어? 뭐라구? 피서가 너무너무 가고 싶다고?"
능청스런 음성에 손을 후다닥 닦고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화장실 벽에 기대서있던 한태풍이 고개를 빙글 돌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진짜 빛이 번쩍번쩍 나는 얼굴이구나.
"한세도 갈텐데?"
"특별히 내가 같이 가주지. 언제 갈건데?"
"뻥이야, 은한세 피서 안 간대."
"나 갑자기 피서가기 싫어졌어."
"야!"
내 반응에 한태풍이 버럭 소리쳤다.
인상을 찡그리며 올려다보자 그가 기대고있던 벽에서 등을 떼내고는
날 똑바로 내려다보며 한마디한마디 또박또박 강조해서 말했다.
"치.사.한 .기.집.애! 어떻게 내가 가자 그럴 땐 싫다그러더니,
은한세 고 자식 간다니깐 말을 싹 바꿀 수가 있냐?"
"설마 너가 한세랑 같은 취급을 받고 싶다는 거야?
아셔라아셔, 바랄 걸 바래야지. 무튼 언제 갈건지나 빨리 말해!"
"안 말해! 너 그냥 오지 마!"
한태풍이 신경질적으로 외치고는 홱 토라졌다.
"우씨, 이 싹퉁머리주제에! 그럼 한세한테 물어볼거야!"
"헹~ 너가 왜 나의 한세한테 전화하는건데? 한세는 내 거야!"
녀석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에 피식거리는 실웃음이 새나왔다.
한세야, 너 참 사랑받고 있구나.
이제 내 라이벌은 남자까지 생긴건가?
이거 참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 할지.
"아씨, 내가 지금 뭐하는 짓거리래. 어쨌든 이번주 토요일에 출발할 거니깐 사장님이랑 같이 와"
"응, 알았어."
"그리고 마음의 준비 잘 하고."
"엥? 왜?"
촉촉하게 젖어있떤 손이 말라가는 걸 느끼며 단박에 물었다.
그리고는 한태풍이 아름답게 미소짓는 모습에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녀석의 미소는 녀석답지 않게 너무......화려해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이번주 토요일이야."
"으, 응"
정작 질문에 대한 답은 제대로 듣진 못 했지만
나는 그 미소에 깜짝 놀라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
그리고 그 뒤 정확히 2시간 24분이 흐르고 흘러,
여름 의상촬영을 다 끝마치고는 한태풍과 함께 시내에 나가기로 했다.
피서때 입을 수영복을 사고, 여러가지 필요한 것도 사고 하면서 오랫만에
쇼핑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근데 이렇게 나가면 너무 튀잖아"
"그럼 우리 둘 다 쌩얼로 나가서 스캔들 한 번 거하게 내볼까?"
심드렁한 그에 대답에
선글라스를 낀 탓에 진갈색으로 보이는 얼굴에 대고 소리치려다가
입을 다물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예 말을 말아야지, 말을.
"좋아, 쇼핑이나 가자."
우여곡절끝에 간신히 빠져나온 시내.
선글라스에 모자에 마스크에 긴팔에 긴바지로 똘똘 무장하고 나온
우리 둘의 모습은 많은 시선을 끌었지만 정작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하긴 어느 누가 연예인이 이렇게 구리게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겠어?
"어?"
툴툴대면서 걷는데, 한태풍이 내 손을 덥석 붙잡고는 바로 코앞에 있는 영화관에 들어섰다.
그래 영화관...... 에? 왠 영화관?
"갑자기 영화관은 왜?"
"갑자기 심횽래 감독님이 생각나서."
"그게 뭐야......"
녀석의 어처구니 없는 대답에 실소를 픽 뿜었다.
그러나 녀석은 아랑곳하지않고 당당하게 '더 워' 라는 영화티켓을 두 장 사왔다.
나는 한태풍의 손에서 살랑이고 있는 티켓을 보며 꽥 외쳤다.
"뭐얏? 난 영화 보기 싫어!"
"내가 보고 싶어."
"아그러셔요~? 그럼 혼자 잘 보고 오세요~"
터억-
녀석의 손이 내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가려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갑자기 뒤에서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자
나도 모르게 몸이 휘청거렸다.
단지 몸이 휘청거린 것 뿐이라면 다행이건만.......
문제는 내 몸뚱이가 뒤로 낙하하는 중이라는 것.
"으아악!"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는데
뒤에서 한태풍이 한 손으로 가볍게 날 받쳤다.
내가 넘어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눈을 슬그머니 떠보니
한태풍이 심술궂은 표정으로 날 똑바로 일으켜세워주고 있었다.
"칠칠맞긴. 저번처럼 옆구리에 끼고 가주리?"
"저번에 언제...... 아!"
파티에서 초미니드레스를 입고 한태풍의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파티장을 누볐던 일. 기억하고 있지, 당연히 기억할 수 밖에 없지!
어째서 나는 항상 이 녀석 앞에서 온갖 추태를 다 보이는 걸까?
아마 한태풍도 맨날 비웃는 거는 좀 힘들거야.
"할 말없지?"
끄덕-
졌다는 기분에 조금 우울해져서 아주 작게 정~말 작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녀석이 내 손에 깍지를 끼더니 날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좋았어, 그럼 내가 이겼네?"
"이게 지금 사람 약 올리......"
"데이트 하러 가자, 데이트!"
"에? 데이트?"
흔히 연인들이 많이 한다는 손잡는 방식으로 내 손에 깍지를 낀 한태풍이
깍지낀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럼으로 인해 나는 좌석까지 질질질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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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
유천ol만 님
사랑해볼래여 님
개념有 님
소설이냐살앙이냐 님
나무그늘★ 님
쑈한다 님
이별은몬데?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첫댓글 꺄 ~ 재미써요 ㅎㅎ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요!!!
재밌다 다음편기대할게요 !
감사합니다!!*^^* 꼬옥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빨리보고싶어요..ㅠㅠ 얼른얼른!!~ㅋ 올려주세용. .ㅎ.ㅎㅋ
감사합니다!*^^* 다음편 얼른 가져올게요~ ㅎㅎ
꺄~~너무재밌어요.ㅜㅜㅋㅋ 빨리다음편~~
감사합니다*^^* 다음편 늦지 않게 가져올게요!!
정말 반갑습니다 ^ ^ 헤헤 너무 재미잇어용!! 흐흐!! 짱이에요 !
감사합니다!*^^* 짱이라니.....ㅠㅠ 항상 지켜봐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ㅎㅎ
재밌어요 ^^ 이거이거 너무 흥미로운데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꺅!!!!태풍이화이팅!!!><~~~ㅋㅋㅋ
담편~ 기대할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