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얼마나 독한지는 알코올 도수로 잰다.즉 소주는 23∼25도,양주는 40∼43도이며 맥주는 4∼5도 정도 된다.한 잔에 포함된 알코올은 양주,소주,맥주순으로 높다.
얼마 전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는 자신의 주량을 ‘소주 5잔 또는 주량에 따라 폭탄주 3잔까지’라고 말했다.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따르고 양주 뇌관을 넣은 폭탄주 한 잔은 양주 스트레이트 잔의 1.6잔에 해당되는 알코올이있다.따라서 폭탄주 3잔은 정확히 따지면 소주로는 5.5잔쯤 된다.이 총재의주량은 알코올 함량 기준으로 정확하게는 ‘폭탄주 3잔이나 소주 5.5잔’이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술 종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게 마련이어서 알코올함량으로 따져 반드시 폭탄주 주량과 다른 술의 주량이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실제 폭탄주는 알코올 함량이 많아도 마시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왜 그럴까.
첫째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다.양주에다 맥주를 섞는 바람에 폭탄주의 도수는 백세주 등 민속주의 도수인 10∼12도선으로 낮아진다.그래서 일부주당은 폭탄주를 고강도의 맥주라고 부르기도 한다.둘째 차가운 맥주가 섞이면 시원한 맛이 있어 폭탄주를 쉽게 마실 수 있다.
어느 야구인은 동료 감독 2명과 함께 폭탄주를 50잔까지 마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한 정치인은 폭탄주 22잔까지 마시는 기자에게 고급정보를 준다는조건을 걸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해 정보를 얻었다는 기자도 있다.MBC 9시 ‘뉴스데스크’의 여성 앵커였던 김은혜씨는 기자 시절 술자리를 같이한 검사,경찰관이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받아주지 않자 그들과 똑같이 폭탄주 9잔을마셨다.마시면 토해내고 다시 마신 끝에 결국 들어야 할 대답을 얻어냈다고밝혔다.
전설적으로 술이 센 어느 전직 장관이 있었다.얼굴도 시커멓고 건장한 체구다.그는 아무리 마셔도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법이 없다.그 다음날 출근해서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술냄새가 풀풀 풍겨도 그는 전혀 다르다.얼굴도 말짱하고 냄새도 없다.그 장관이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진단하더니 놀랐다고한다.“이렇게 간이 크신 분은 처음 본다”는 것이다.간이 크면 알코올을 빨리 잘 분해한다.
큰 간을 갖고 태어나 술을 물처럼 마시는 사람에게 후천적으로 노력해 주량을 키운 사람이 당해낼 도리가 있겠는가.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주 한 잔에 얼굴이 빨개지고 취하는 체질도 있다.
폭탄주는 이런 개인의 주량에 관계없이 너나 없이 한잔씩 마셔야 하는 평등성과 획일성이 특징이다.남녀노소,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한잔씩’이다.사장이나 말단 직원도 한잔,40대 부장이나 팔팔한 20대 초반 여직원도 똑같이 한잔.언뜻 얼마나 평등한가.그러나 폭탄주의 가장 큰 문제는 이기계적인 평등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