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대통령과 정부의 '반성능력 결핍'이라는 전염병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잘못에서 반성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무능
권한과 책임은 비례한다는 원칙 무너지고 있어
한국사회 가장 큰 재난요인 무엇인지 거듭 확인
해병대의 사과가 '사과의 상한선'인가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내성천에서 숨진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일병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병대가 20일 공식 사과했다. 사망이 확인된 지 9시간 만이었다.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고,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으며 규정 보완 문제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해병대의 사과를 놓고 한 젊은이의 허망한 죽음에 대해 이걸로 충분한 것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너무 늦었다거나 여론의 비난에 몰려 마지못해 나온 게 아니냐는 질타도 들린다. 그럼에도 해병대의 사과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보기 힘들어진 것 중의 하나,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19일 오후 경북 예천군 호명면 고평교 인근에서 실종된 해병 장병의 시신이 인양돼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2023.7.20 연합뉴스
그러나 그 사과가 동시에 드러낸 것이 있다. 해병대의 사과와 같은 반성과 책임인정은 한편으로 더욱 분명하게 더욱 크게 사과해야 할 이들을 더욱 깊숙히 숨기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경찰관 6명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같은 식의 사과와 문책 속에서 누구보다 먼저 사과해야 할 이들은 더욱 더 뒤로 물러나고 있다. 사과와 책임의 상한선이 그어져 있는 듯 그 선 위의 이들은 사과와 반성 대신 다른 이들을 나무라고 탓하는 것을 자신의 권한과 '소임'인 듯 행동하고 있다.
권한과 책임은 비례한다는 원칙과 공리가 무너지고 있다. 책임은 권한과 거꾸로 간다는 새로운 철칙이 들어서고 있다. 뒤집힌 원칙, 전도된 현실이다.
누구보다 그 원칙을 뒤집고 현실을 전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가 다름 아닌 권한과 책임에서의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해 기간 중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수해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정부를 거세게 질타 호통했다. 자신은 그 정부와 관계 없는 이인 양 이른바 ‘유체이탈’ 발언을 쏟아냈다. 난데없이 시민단체를 겨냥한 ‘이권 카르텔’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 발언 뒤에 ‘행차’를 하듯 수해 현장을 찾은 그가 신은 순백색의 운동화가 보여준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이어졌다. 그의 언동, 이 기묘한 말과 행동은 이번 수해 사고를 최고책임자가 자신의 책임에서 탈출한 ‘사건’으로 만들어버렸다.
박근혜보다도 못한 반성능력 부재
윤 대통령이 이번 수해에서 보인 모습은 무엇보다 반성의 결핍이었다. 누구든 잘못을 할 수 있고 실수를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하는 것이다. 잘못이 있으면 먼저 잘못으로 인정부터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반성하지 않으며 반성하지 못한다. 반성하지 않는 것이 그의 품성이라면, 반성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능력이다. 반성의 의지와 함께 반성의 능력의 부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들이 당시 대통령 박근혜 씨에 대해 분노했던 것은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해내지 못한 결과뿐 아니라 과연 단 1%의 가능성이더라도 반드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간절함, 필사적인 각오가 있었는지가 의문시됐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그 무능과 실패와 잘못에 대해 반성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컸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그 점에서 박 씨보다도 더한 반성 능력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씨는 최소한 반성하는 듯, 꾸며서라도 국민들에게 보이려고 한 점에서 윤 대통령은 박 씨 이상으로 반성능력의 전적인 결핍을 드러내고 있다.
그같은 반성력의 결핍과 부재가 그의 국정의 총체적인 파탄과 파행의 중요한 이유이자 근원을 보여준다. 반성이 없음으로 인해 배우는 게 없다. 그는 지난해 여름 물난리 위험 상황에서 비상대책의 첫 일성으로 공무원 출근 시간 늦추기를 얘기했다. 공무원들에게 긴박감을 불어넣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그들을 이완시켜버리는 따위의 발언을 했다. 그것은 냉철함도 아니었고 침착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재난을 포함해 국가의 최고 책임자의 일에 대한 전적인 무지와 책임감의 결여를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제3자인 듯, 구경꾼인 듯 멀찍이 지켜보고 있는 방외자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반지하방 모녀의 처참한 죽음으로 대표되는 작년의 수해로부터 그는 어떠한 반성과 교훈도 얻지 못한 듯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의 반성력 결핍이 주변 사람들을 전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국정의 주요 직위에 앉아 있는 이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내 일이라고 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무책임과 반성 부재의 카르텔’이 더욱 단단하게 결속되고 있다. 그 카르텔이 ‘훈련된 무능’으로써 국민들의 죽음을 부르고 있다. 방조 내지는 미필적 고의로써 집단 사상(死傷)으로 내몰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 의한 재난을 피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와 개발 등으로 재난과 재해는 더욱 빈발해지고 있다. 또 모든 자연재해는 본질적으로 천재(天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천재는 또한 인재(人災)이기도 하다. 천재에 인간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서 천재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는 점에서 천재는 곧 인재인 것이다. 이번의 물난리가 우리 사회에 거듭 확인시켜 준 것, 오송 지하차도에 갇힌 사람들이 물에 잠겼을 때 오송 지하차도와 함께 침수된 건 정부의 재난대처 능력이며 재난대처 자세였다는 것이다.
대책이 더욱 긴급히 필요한 건 호우 대책보다도 반성할 줄 모르고, 그래서 무엇이 그릇된 것인지 모르며, 그래서 하나의 잘못에서 두 번째 잘못을 막을 줄 모르는 최고권력자와 그와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안전이 '세월호'로, '이태원'으로, '오송지하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재난은 하늘에 있지 않고 지상에 있으며, 여름 장마철에만 있지 않고 매일의 일상 속에 있다. 그것이 이번 수해로 거듭 확인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재난대책이다.
첫댓글 정독할게
고마워
고압적인데다가 멍청하기까지하고 책임감도 없다 장점을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다
대체 사람이 몇명이 더 죽어나가야하는건지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