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는 나

[이기철]

가끔씩 이곳에 나의 일상들을 써 올리는데 친구들 대부분은 읽기만 하고  글쓰기는 소수의 친구들만 하는 거 같다.

나의 글을  읽는 친구들 중 내 글에 기분 나빠할 수도 있고 내가 잘난 척하려고 글을 쓴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만나서 서로 대화를 하면서 쓰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이곳을 이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냥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 친구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기분 나빠하지 말고 가볍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  친구마다 살아온 환경과 소속들이 다르고,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모두들 다양하고 다른데 내 생각을 표현하면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수도 있을 것이다.

바라건데  재미가 없더라도 코미디 프로 보듯이 가볍게 봐 주기를 바란다.

나는 두 딸 중에 큰딸이 결혼해서 손자와 손녀 한명씩을 낳아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에 일산에서 살고 있다. 작은 딸은 시집을 안가고 나와 함께 살고 있다.

큰 딸은 손자 손녀를 낳고 우리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지금까지 거의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 우리 집에 와서 손자 손녀를 두고 내 딸과 사위는 자기집으로 돌아가 일주엘에 하루를 좀 편하게 지내며 살아 왔다.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는 주로 손자와 놀고 내방에서 둘이 자기도 한다 대부분은 할머니 방에서 자지만  

그동안 서로가 모두 좋아하는 주말이었지만 손자 손녀가 컴터 게임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할배 할매와 손자 손녀 사이가예전처럼 돈독하지는 않게 되는 거 같다.

손자는 초등 1한년인데 키가 큰 편으로 내방에서 놀때 나와 씨름을 몇 판씩 한다,  되도록 5: 5정도로 맞춰 주면서 한다. 내가 일방적으로 이기면 울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서 축구와 농구놀이도 하지만  싸름은 하루에도 10판 이상은 꼭 한다.  손녀는 초딩 4학년인데 할머니와 놀기를 좋아한다.  

내 아파트 아래층에 3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농림부(나의 옛 상관부서) 퇴직자도 나처럼 두 딸이 있는데 나의 두딸과 친구처럼 지내며 살아 왔고 그집은 둘다 시집을 갔다.  그집 애들도 둘 다  딸과 아들을 낳아 나의 손자 손녀와 비슷한 나이 의 애들이 있어 그 집 손자 손녀들도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오면 우리집 애들과 모여서 자주 놀기도 한다.

오늘도 그렇게 놀다가 조금전 모두 돌아가 내 집이 조용하다.  오늘은 농림부 집 딸들과 우리집 큰딸이 서로 애들 교육에 대해 서로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나의 두딸을 공부 관련 과외나  학원을 보내지 않고 학교 수업만으로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시켰다. 돈도 없었지만 내 생각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SKY 대학을 안가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애들 교육에 정답이란 없을테고  옳고 그름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서로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 듯이.

우리 두 딸을 내가  그렇게 키워서 인지 내 큰딸도 손자 손녀를 아직까지는 공부관련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대신  두 명 다 태권도와 인라인 스케이트, 수영, 농구, 축구, 피아노 학원들을 몇 달씩 가볍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아래층 농림부 집 손자 손녀들은 유치원때부터 영어, 수학 등 공부와 관련된 학원들을 보내며 돈이 많이 든다고 얘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모든 부모가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 일텐데 방법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농림부 딸이 내 딸에게 그렇게 애들 공부 안시켜도 되냐며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내 생각에 중고교 시절까지 학원을 안보내고 학교 수업만 하게 되면  소위 SKY 대학은 어렵다고 보지만 서울 소재 대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세대의 내가 그러했고  내딸들이 그러했고 내 손주들도 그러할 거 같으다.

오늘 내 손자 녀석에게  친구들과 노는거 재미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벌써부터 친구들이 학원 다니기 때문에 자기처럼 집에 있는 친구가 없어 같이 놀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두딸을 키울때도 그랬다. 대부분 친구들이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방과 후 함께 놀면서 사귈 수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고 내게 불평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 손자 손녀가 그런 말을 한다,   다행인 것은 혼자가 아니고 손자 손녀 둘이라서 둘이 매일 같이 싸우고 울고 불고 금방 웃고 놀면서 둘이 서로 의지하면서 친구가 된 거 같다.  나의 바램은 나같은 생각의 부모들이 많아져서  우리가 그러했듯이 방과 후  동내 골목마다 뛰어노는 애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있다. 가능성 없는 바램이란거를 안다.

손자녀석이 나랑 침대위에서  씨름하다가  지게되면 화를 내면서  나를 차기도 하고 주먹질도 하는데 매년 점점 주먹질  강도가 쎄지면서 난 아파지기 시작하고 또 허리도 아파 1시간 정도 하면 힘이 들어 나는 쉬어야 한다,  손자녀석은 점점 에너지가 넘쳐가고 나는 점점 쉬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어릴떼 해가 지고 저녁먹고 나면 동네 골목을 다니며 소리치던 내가 생각 난다.

 " 어이 어이 애들 나와라   여자는 들어가고 남자 나와라     최 영익, 임기철,  최 영익,  임기철

  어이 어이 애들 나와라  여자는 들어가고 남자 나와라" 

[김학준]

기철형이 올리는 글 모두가 너무나 공감되고 재밌고 실제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편한 주제라 불편해 할 친구들은 한명도 없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늙어 가는 나, 이 글도 우리 연세? 때 겪는 일상의 소소함을 소박하고 경쾌한
필치로 우리에게 선물을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나도 4학년짜리 외손자가 있어 형과 똑같은 경험 똑같은 생각이라 그걸 연상하며
미소 지으며 이 글을 읽다가 보니.......
에휴~~ 늙어 가는 우리가 되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조영태]

ㅎㅎ 재미있다. 임기철선배하고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친했었구나. 나도 학원 안다녔어. 버스타고 종로까지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아까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