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짖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 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어떤 마음들이
저 돌담을 쌓아 올렸을까
화가 났던 돌, 쓸쓸했던 돌, 눈물 흘렸던 돌,
슬펐던 돌, 안타까웠던 돌, 체념했던 돌,
그런 돌들을 차곡차곡 올려놓았을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을
때로는 발길질에 채였을
어느 순간 차였다는 사실도 잊은 채
제자리 지키고 있었을
조금은 흙 속에 제 몸을 숨겼을
심연 속에서 푸른 눈을 뜨고 있었을
그런 것들을 일으켜 세웠을까
저자거리를 헤매이던 마음들이
그 바람 불던 거리에서
자꾸만 넘어지던 마음들이
자기 몸을 세우듯
돌을 쌓아 올려
돌담을 세워
태풍에도 끄떡없는
울타리를 만들었을까
하나하나의 돌멩이들이 채워 논 풍경
그 돌담 밖으로 목련꽃 봉오리 벙그러질 때
그리운 추억의 이름으로 견고해지는 봉인
아름다운 시절을 소망하는 합장하는 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