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80년대 방송의 '땡전뉴스', 2023년 신문의 '땡윤뉴스' < 미디어비평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신문들, 판에 박힌 대통령 홍보 사진 연일 게재
매번 비슷한 공항출국·행사참석·현장시찰 사진
메시지도 감동도 없는 '대통령 화보집' 수준
언론 대통령 보도는 '홍보' 아닌 '감시'가 목적
‘땡전뉴스’는 군사독재 시절의 ‘웃픈’ 추억이다. 80년대 TV에서 시보가 밤 9시를 ‘땡’하고 알리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뉴스가 이름하여 ‘땡전뉴스’다. 뉴스 시청자들은 매일 밤 9시 첫 뉴스로 전두환 대통령의 하루 일정이나 ‘국민에게 하신 말씀’을 보고 들어야 했다. 방송을 장악한 독재정권이 TV뉴스를 통해 정권 홍보에 열을 올리던 시대였다.
민주화를 거친 지금 ‘땡전뉴스’ 따위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방송에서 사라졌다. 민주화 이후에도 권위주의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고 방송 장악에 나서긴 했지만, 그래도 ‘땡전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방송이 아닌 신문에 ‘땡전뉴스’같은 것이 생겼다. 1면을 장식하는 대통령 화보 사진이다. 대통령이 무슨 회의나 행사에 참석한 사진, 누굴 만나 악수하는 사진, 길거리에서 오뎅 먹는 사진, 재난 피해 현장을 시찰하는 사진 등등이 요즘 연일 종이신문 1면을 장식한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지난 5월 신문이 발간된 27일 중에 8일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1면에 게재됐다. 17일부터 22일까지는 연속 5일 동안(휴일 제외)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1면 톱에 올랐다. 17일자엔 젤렌스카를 만난 윤 대통령, 18일자는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 19일자는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국을 부르는 윤 대통령, 20일은 한국 원폭피해자를 만난 윤 대통령, 22일은 한국인 원폭 위령비를 참배한 윤 대통령 부부 등이다.
중앙일보도 5월 19일 5.18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 20일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윤대통령, 21일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서 묵념하는 윤 대통령의 사진 등을 3일 연속 실었다. 동아일보 역시 19일부터 23일까지(휴일 제외) 나흘 연속 1면 혹은 2면에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비슷한 윤 대통령 사진을 게재했다.
조선일보 2023년 5월 17일부터 22일까지(휴일제외) 연속 5일간 1면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사진 캡쳐.
대통령 1면 사진은 최근에도 여러 신문에서 발견된다. 지난 17일 윤 대통령이 폭우로 산사태가 난 피해현장을 방문한 사진이 다음날 한국일보 등 조간 몇몇 신문 1면에 실렸다. 일부 신문들은 1면 아닌 다른 지면에 이 사진을 게재했다. 이에 앞서 11일자에는 윤 대통령이 이틀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며 출국하는 공항 사진 – 전용기 앞에서 대통령 부부가 손을 흔드는 사진이 대부분의 신문 1면이나 다른 면에 실렸다.
요즘은 종이신문을 거의 받아보지 않고 포털로 뉴스를 보는데, 포털 뉴스에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을 검색하면 역시 대통령의 행사 참석 등 화보 사진이 줄줄이 뜬다. 21일 오후 다음 포털에 ‘대통령’ 검색어를 치니 뉴스와 함께 ‘윤 대통령 부부 폴란드 도착 환영식’ 사진, ‘윤 대통령 부부 나토 정상회의 만찬 사진’, ‘윤 대통령이 회의하는 사진’, 심지어 ‘윤 대통령이 호우 피해 농가에서 소에게 여물을 주는 사진’ 등이 올라와 있다.
포털에 실린 뉴스1 사진 '소 먹이주는 윤석열 대통령' 캡쳐.
신문에 게재된 대통령의 이런 사진들은 무슨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흥미나 감동을 주는 장면이라고 보기 힘들다. 회의 주재 장면이나 누군가와 악수하는 장면, 해외 출국이나 귀국 때 전용기 앞에서 손을 흔드는 장면,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드는 사진은 매번 비슷비슷한 장면의 반복이다. 이런 사진들이 국민에게 어떤 특별한 메시지와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기에 신문 1면 톱이나 주요면에 올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처럼 재난 피해 지역을 방문한 대통령이 피해 지역을 둘러보는 장면, 피해 주민을 만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나 감동을 준다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의 재난 현장 방문 사진은 늘 비슷한 구도, 비슷한 모습이다. 수행원과 경호원을 우르르 대동하고 어지럽혀진 현장을 둘러보거나 피해 주민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판에 박힌 장면이 매번 등장한다. 언론이 굳이 사진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최근 여러 신문에 게재된 산사태 현장 방문 사진도 특별한 감동이 없는, 흔해 빠진 ‘현장 시찰’ 사진일 뿐이다. 윤 대통령이 피해 농가에 들어가 ‘소 여물을 주는 장면’ 사진은 뜬금없기까지 하다.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소 여물을 직접 챙겨 주는 것이 피해 농민을 위로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했을까?
언론에 실리는 이런 대통령 사진은 그저 대통령 홍보용이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수행하고 있다거나, 외교를 잘 하고 있다거나, 국민과 소통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진 출처도 대개 ‘대통령실 제공’인 경우가 많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시장 가서 오뎅먹는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한 이유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전용기 앞에서 손을 흔드는 똑같은 장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똑같은 모습을 담은 사진이 대통령의 열렬팬들에게는 반가울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감흥도 없고 메시지도 없다. 대통령을 홍보하는 ‘화보 사진’일 뿐이다. 화보 사진 찍기는 잘 생기고 예쁜 연예인이 하는 일이지 국민에게 봉사하는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언론이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권력자에 대한 ‘감시’의 차원이지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메시지도 감동도 없는 홍보용 사진을 날마다 게재하는 ‘대통령 화보집 신문’을 보면 80년대 ‘땡전뉴스’의 아련한 비애가 떠오른다.
신문이 1면에 모셔야 될 사진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사진, 국민의 고단한 삶이 담긴 사진, 권력자의 밀실을 밝혀주는 사진, 국민에게 유익함과 희망을 주는 사진이지 대통령 홍보 사진이 아니다. 대통령 홍보사진은 대통령실 사진관에 잘 모셔두면 된다. 방송에는 ‘땡전뉴스’가 사라졌는데, 신문은 아직도 그 시대, 독재정권 치하의 ‘애완견 언론’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첫댓글 어휴 나라꼴이
땡윤뉴스는 기도안참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윤과 함께 쌈싸서 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빠트리고싶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