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눈을 뜨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뭘까? 하는 의구심을 마구마구 셈솟게 하는 고운이다. 분명 편히 자라며 입을 맞추고 갔으면서 고운을 큰 곰인형처럼 안고 단잠에 빠져있는 시원. 언제 와서 이런 자세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출근시간에 지장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야! 윤시원! 저리로 좀 가! 일어나봐!"
흔들고 소리를 쳐도 미동이 없는 시원. 최후의 일격으로 간지럼을 태우자 까무러치듯 웃으며 일어나는 시원. 고로 자는척을 했다는 말씀. 고운이 시원의 등을 인정사정 없이 어택을 날리다가 기운이 빠지는지 방에 딸린 욕실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역시 아줌마야. 여자 손에 맞았는데 뭐가 이렇게 아파!"
그말에 욕실에 들어갔던 고운이 주먹만 문틈으로 내밀었다가 다시 들어갔다. 이번엔 소심하게 궁시렁거리면서 방을 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나타난 고운의 등장에 병동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출근을 할 때는 소린이 때문에 병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간호사복을 입은체 나타나던가 아님 티에 청바지를 입던 고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얀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분혼색 원피스에 힐까지 신고 왔다. 이윤 조금 멀리서 히죽히죽 웃고있는 시원 때문이었다. 고운의 생일 때마다 사놓았다며 옷이며 구두며 가방이며 풀세트로 고운에게 안겨주었다. 성의를 봐서 입어달라는 시원의 원성으로 병원에 이렇게 입고 온 것이다.
"고운씨 이러니까 진짜 20대같다."
"유간호사님 저 20대 맞거든요? 후반이긴 하지만......"
"누가 고운씨보고 20대 아니래? 이뻐. 소린이도 이쁘다고 할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이쁘다는 말에 입이 귀에 걸린 고운. 그럴 때 주한과 나타난 세라.
그리고 고운의 옷을 보자 세라가 지척에 있는 시원에게 갔다.
"윤시원. 나랑 얘기 좀해."
그러자며 세라를 따라가는 시원. 주한은 그러거나 말거나 예쁘다고 칭찬받는 고운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다? 고운아."
"선배!"
"예쁘네..... 소린이도 좋아했겠네?"
"소린이한테는 아직 안보여 줬어요. 이제 가봐야죠. 같이가요. 소린이도 반가워 할꺼에요."
주한과 함께 소린이 병실로 가는 고운.
***
시원은 세라가 먼저 앞서가는 데로 따라간 곳은 옥상이었다.
조금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멈춰서 팽 돌아 시원의 뺨을 때리는 세라.
시원은 갑자기 맞은 뺨에 세라를 노려보았다.
"사람 부르더니 다짜고짜 때리는 이유가 뭐냐?"
"한고운이 입고 있는 원피스! 내 생일날 내가 사달라고 했던 거 아니야? 나한테는 선물 없다고 바빠서 못샀다며! 그런데 한고운이 입고 있는 건 뭐야? 뭐냐고!"
"그래, 내가 샀어. 한고운 생일에 산거야. 너랑 결혼하기 전에.임신한 것도 모르고. 너 말만 믿고 한번도 찾아가서 왜 나 싫어졌냐고 묻지도 못한 한고운 생일날! 샀어. 은세라 네가 더이상 만나지 말라고 했던 그날. 한고운 생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네가 사달라고 한게 똑같은 거라서 차마 못샀어. 너한테 사준 옷을 보면 한고운이 생각날까봐. 그러면 너한테 미안해서 그런데 넌?"
"나..... 뭐?"
"한고운하고 난 서로 오해한채로 3년동안 심지어 난 딸이 있는 것도 몰랐는데 넌, 주한선배랑 2년동안 뭐했냐? 다른남자 만나면서 웃고 떠들고 그런사람한테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제 그만하자. 너는 너대로 행복 찾고 난 나대로 소린이 아빠하고. 여기서 끝내자."
"시.....시원아."
"은세라. 넌 한번이라도 우리집에서 살면서 행복했냐? 즐거웠냐? 맨날 이렇게 나 찾아와서 짜증내고 의심하고 주한선배 만나면 들킬까 조마조마 하면서 나한테 전화해 알리바이 만들고 그렇게 사는게 사는거냐? 누가 그러더라. 재밌게 살라고. 넌 나와 살면서 재미있었냐?"
그말을 끝으로 옥상에서 먼저 내려가는 시원. 세라는 혼잣말로 시원이 한 말을 되세겼다.
"행복했냐고? 불안했지. 즐거웠냐고? 아니. 주한선배와 있을 때가 더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나? 시원이와 살면서 재미있었나? 있었다. 신혼 몇달간. 그 뒤로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흔드는 세라. 눈물을 닦고 세라도 옥상에서 내려갔다.
먼저 내려온 시원은 고운이 있을 법한 곳, 소린의 병실로 향했다. 복도에서부터 들리는 소린의 맑고 밝은 목소리.
엄마인 고운에게 칭찬을 끊이질 않게 하는 소린이의 목소리가 시원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병실에서 우르르 나오는 사람들.
먼저 나온건 소린이었다. 복도에 나와서 시원을 보자 달려가는 소린.
"선생님!"
달려오는 소린을 높이 안아올리는 시원. 주한은 먼저 간다며 고운과 은희에게 인사하고 시원과 소린에게 손을 들어보이고는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시원이 오자 은희는 단도직입으로 묻는다.
"세라랑 어떻게 할꺼니? "
"이혼. 해야죠."
"이혼? 선생님 결혼했어요? "
안겨있는 소린에게 뜻밖에 얘기를 듣는 사람들.
"소린아. 이혼이 뭔지 알아?"
"네. 결혼한 엄마아빠가 따로사는 거 아니에요?"
"맞는데 엄마 아빠는 아닐 수도 있어."
"소린이 너 그말 누구한테 들었어?"
"비밀이야."
고운이 시원에게 안겨있는 소린이에게 집요하게 물었지만 끝내 답하지 않는 소린이다.
웃고 떠들며 있는 네사람을 본 세라가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런 모습이 진짜 가족이겠지? 한고운 너 정말 마음에 안들어. 하지만 내가 뺏었으니까. 다시 돌려줄게.
예쁜 딸에 아빠니까."
그렇게 몰래 사라졌던 세라는 다음날 이혼합의서를 들고 병원에 찾아왔다.
첫댓글 시원의 수난시대 인가요? 고운에게 등맞고 세라에게 뺨 맞고...
세라와 시원이 헤어지는군요.
그러게요 시원의 수난시대이네요^^
첫 댓글 감사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13 06:5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13 14:54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하하 과찬이세요~^^(기분은 좋음)ㅋㅋ 님소설도 재밌게 읽고 있답니다. 건필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다음편도 기대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