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 바비 영화보고 너무 열받아서 혹평 남겼는데 다시 찬찬히 곱씹어 생각해보니까.. 반전이 있었음..
바비는 가부장제를 전복시킨 세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고, 정확히 그 반대를 의도해서 만든 “엄청나게 암울한 영화임”
일단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은 아씨들, 레이디버드 등 자기 필모 작품에서 페미니즘적인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감독임
그런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여성은 차별받아! 걸스캔두애니띵!” 하면서 성의없이 여자 돈 긁어먹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개열받았었음
여성은 차별받고 2등시민이란다..^^ 라는 얘기를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저서 <제 2의 성>에서 처음 했는데 “여성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는 담론으로 유명함.
그런데 바비는 이 담론에 더해서 “현실여자들은 여자로 만들어지지.. 하지만.. 여자로 만들어지지 않고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는 인간으로 태어난 여자가 있다면?” 이라는 상상을 더해서 만들어진게 영화 바비의 세계관임
무려 74년이 지난 2023년에 페미니즘의 발상지인 서구문화권에서 아직까지도 “여성은 2등시민 ㅜ 몰랐지 ㅜ 여성은 차별받아 ㅜ 하지만 걸스캔두애니띵!” 하는 말에 우리가 눈물줄줄흘리고 박수쳐야되나? 하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렇게 유치뽕짝 걸파워 영화에 반전이 있었음 반전은 바로 켄임..
우리는 바비에 이입하면서 가부장제 전복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 우리가 이입해야할 대상은 “켄” 이었음 왜? 그게 우리 현실이거든^^
한국 영화 포스터에서는 지워졌지만 외국포스터에는 이런게 써져있음
바비 이즈 에브리띵. 바비는 전부고 모든 것이다. 켄은.. 그냥 켄이다.
“켄”은 바비를 위해서 만들어짐. 켄은 켄으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바비 남친 켄으로 만들어진거야. 여성으로 만들어진 현실여성처럼..
현실에서는 신이 창조한 완전한 인간인 아담(남자), 고작해야 아담의 갈비뼈에서 태어난 이브(여자)의 위치지만
바비랜드에서는 이 창조신화조차 정반대야. 여성 신(CEO)이 온전하게 창조한 바비(여자), 오로지 바비남친 롤이 필요해서 만들어진 켄(남자)
그렇기 때문에 2등시민일 수 밖에 없고, 권력과 파워를 지니고 존중받는 바비에게 빌빌 기고 바비의 사랑을 애걸하고 바비의 관심받는 일 외에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음
그러다가 가부장제를 접하게 되고(페미니즘) k-enough, 켄돔 등 걸스캔두애니띵 걸파워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내면서 남권운동을 하잖아
이때 바비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페미니즘에서 느끼는 남성의 불편함을 정확히 그려냄. 어? 우리집인데 왜 쟤네가 우리 집을 ^빼앗았지?^
당연함 원래 바비 꺼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음. 그래서 현실 남자들은 페미니즘을 극혐하면서 ^왜 우리 밥그릇 빼앗아? 왜 우리 일자리 빼앗아? 왜 우리꺼를 너네들이 가져가? 우리는 다 뺐기네!^ 하면서 발광하잖아
남자는 바비처럼 항상 아무것도 안하고 시늉만 해도, 남성성만 보여줘도, 자기가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걸 얻었는데 페미니즘이 모든걸 빼앗으려고 하네? 그럼 우리는 더이상 남자가 아니게 돼! 하면서 실존적인 문제에 처하게 되는거임 그래서 악착같이 자기것들을 되찾고 지키려고 함
그런데.. 막상 남권운동을 하는 켄은 2등시민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뭔가를 리드해본 적도 없고 사실 그게 불편하고 힘들어. 그리고 리더인 켄 조차 결국 최대의 목적은 남권이 아니라 바비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거임ㅋㅋㅋ 바비랑 한 집에 살고싶어 잉잉 ㅜㅜ 켄은 집도 없고 직업도 없어서 취집해야되거든
거기다가 바비들이 달래주는 ‘척’ 관심가져주는 ‘척’ 이해해주는 ‘척’ 하면 홀랑 넘어가서 남권운동이고 뭐고 켄돔이고 뭐고 기타치고 노래하고 딸랑거리면서 어떻게든 바비들에게 관심을 얻으려고 안달이 남
왜..? 바비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남자들에 맞춰 만들어진 여성들이랑 똑같죠?
페미니즘을 알아도 자기들끼리 단합도 안되고 싸우느라 이권쟁취는 결국 못함. 그동안 바비들은 웅웅 우리 켄 말이 다 맞아용 켄 멋져용 대단해용 하면서 뒤로는 헌법 개정하고 다시 자기 이권 싹 챙기고 장악함ㅋㅋㅋ
그렇게 다시 남권운동(페미니즘)은 50년 후퇴하고.. 앗~ 어디서 많이 본 레파토리~~ 켄은 눈물 줄줄 흘리면서 자기를 존중해달라고 애원함
그러자 바비는 흠… 모르겠고 켄은 켄이야 켄은 켄대로 살아~ 라고 함
이게 남성을 동등하다고 인정해주고 각자 알아서 살자는 뜻으로 보면 안됨 이건 정말 잔인한 말임
켄은 이미 바비를 위해서 만들어진 2등 시민이고 아무 권리도 권력도 없고 집도 없는데
너는 너대로 살아~ 라고 말하면 켄은 이 구조 안에서 대체 어떻게해야함? 이게 켄을 존중해주는거임?
여자는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임신하고 출산하고 힘이 남자보다 약하니까 그렇게 살아 여자와 남자는 달라~ 여자는 여자로 살아 라는 말과 똑같다고 생각되지않아?
그리고 켄은 여전히 2등시민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끝남.
결국 이 이야기는 지독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이고, 계속해서 후퇴하고 퇴보하고 결국 이루어내는게 너무나 적은 페미니즘의 현실에 실망한 감독이
“그래도..사랑하시죠…^^?” 하면서 만든 영화인것 같음..
우리 10년 전에 메갈 같이 달릴때 얼마나 좋았어? 근데 하나 둘씩 다시 연애하고 결혼하고 남자 편들고 남자 걱정하고 난리났잖아..
우리 소라넷 폐지할때 얼마나 좋았어? 그런데 더 큰 사건이 일어났잖아..
여자들 매일같이 죽어도 아무도 1도 관심없음 근데 남자가 칼에 찔리면 온 나라가 발작하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사회적 문제로 화두됨
페미니즘을 알아서 모든게 바뀌고 뒤집어엎어질 것 같지만 이 견고하고 잔인한 세상에서 대부분의 여자들이 다시 “남자의 사랑을 받기를 원하는” “남자의 관심을 얻기를 바라는” “상향혼으로 신분상승하고 생존하기를 바라는” 포지션으로 돌아가는걸 보면서 개빡치신것 같음..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부터가 현대예술임.. 우리는 바비에 이입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그건 현실에서 남자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항상’ 기본으로 깔고가는 느낌이고, 우리들은 남자가 페미니즘에 별 관심 없듯 켄의 결말에는 별로 관심이 없음. 왜? 내 일이 아니거든
그런데 남자들은 반대로 영화관을 뛰쳐나감.. 왜? 오히려 여성의 입장을 100%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화를 왜 이따위로 정신사납고 뒤죽박죽하게 만들었지?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감독이 이 영화에서 일부러 완전히 반전되는 성별체험을 유도하기 위해서 우리를 예쁘고 화려한 세트장과 노래, 정신없는 스토리로 눈을 잡아둔거였어..
와 맞네 머리가 띵해진다.... 난 걍 여성이 저렇게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만 이해했어...ㅠ 와ㅠ 진짜 좋은 글이야 공지감이야...
와 대박 보고도 몰랐네 진짜띵함
와 봐야지
맞아 카타르시스는커녕 답답하더라 보면서
여샤 글 너무 고마워 보면서 찝찝함이 계속 있었는데… 다시 한번 보러가야겠다
와 바비 아직 안봤는데도 띵하다,, 보러가야겠다
바비 보고나서 읽으려고 북마크 해뒀는데…보면서 솔직히 꿈에 그리던 유토피아ㅋㅋ를 보는 기분이라 좋았지만 본문 해석도 너무 좋고 마음이…되게 복잡해진다ㅜㅜㅋㅋㅋㅋㅋㅋㅋ좋은글 너무 고마워!!
와우…띵하네
와 소름돋는다..
이야
글너무 잘썼어
내가느끼기엔 거꾸로가는남자의 여자관점 버전 영화
ㅁㅈ켄이 걍 현실여자로 보이더라
너무 슬펏어
나는 켄에 이입이 더 잘 되던데 그래서였구나
감독의 의도대로 흡수한 영화는 바비가 처음이야..
내가 느낀점이랑 똑같음 켄은 켄대로 살라고 하는데 켄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
와...
나도 똑같아 영화보는데 자꾸 켄한테 이입되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끝나갈 때 느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켄이었구나…!
마지막에 법원에 자리 달라니까 하의원 준다는 말 보고 느낌… 현실과 완전히 정복된 세상 속에서 우리 자리는 켄이라는걸
맞아 딱 이거야
대박..
맞아 영화보면서 불편한 이유가 그거야 우리가 켄이거든...
ㅜㅜㅜ
ㄹㅇ,,,싫핡
너무 슬프다.. 이런 현실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