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친형인 노건평의 사면(赦免)으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조현오 신임 경찰청장의 노무현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의 개요인 즉슨, 조현오 신임 총장이 과거 노무현의 자살배경을 둘러싸고 새로운 사실을 말한 것이 밝혀진 것인데, 그 핵심은 바로 노무현의 차명계좌가 나오는 바람에, 이러한 사실을 추궁당한 노무현이 스스로 궁지에 몰려 결국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 학자로 분류되는 서울대 법학과 조국 교수는 즉각 “죽은 시체에 칼질을 하는 형국”이라며, 조현오 심임 총장을 시정잡배에 비유하였다. 현재 인터넷은 네티즌들이 둘로 갈려, 조국 교수의 발언을 용기있는 발언으로 치켜세우는 쪽과, 대학교수로서 경솔하고 몰상식한 발언이라며 비난하는 쪽으로 양분되고 있다.
일단 조현오 총장의 이런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나는 거의 사실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조현오 총장의 발언은 분명히 경찰들을 모아놓고 일종의 브리핑 성격의 자리에서 한 발언인데다가, 그리고 이러한 발언이 지금까지 묻혀있다가 그가 경찰총장에 지명된 후에야 유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것이 매우 중요한 대외비(對外秘) 정보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노무현이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사실 별로 놀랄 것도 없다. 역대 대통령 중에 차명계좌가 없었던 대통령도 없었거니와, 노무현 스스로 자신의 ‘구시대의 막내’라고 했듯이, 노무현은 결코 기존의 대통령과 아주 판이하게 다른 그런 새롭고 다른 대통령도 아니었다. 다만 스스로 끊임없이 그래도 나는 깨끗하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라고 혼자 그렇게 여겼을 뿐이다.
그의 아들이 홍콩에 투자회사를 만들어 50억을 유치하였다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사실 이런 말이 그가 재임하던 시절 이미 여기저기서 들려왔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부인인 권양숙씨가 노무현 몰래 일정액을 받았다는 사실이 나왔을 때도 대부분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노무현이 그렇게 말려도 혼자서 헬기타고 대전 신도안에 내려와 골프만 5년을 친 영부인이다.
서울대학교 조국 교수는 노무현에 대한 상당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그런 神聖한 존재로 여기는 듯 하다. 죽은 시체에 칼질을 한다고 비난하는데, 사람이 죽으면 비판할 수 없는가? 지금까지 진보주의자들이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비판했던 것은, 죽은 시체에다가 뭔 짓을 한 것인가?
일반 사람이 노무현과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그 피의사실이 공표되도 이를 문제삼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나 노무현은 왜 안되는 것인가? 전직 대통령은 그러하면 안되는 것인가? 노무현이 그렇게도 없애려 했던 특권을 왜 조국 교수는 노무현에게만 둘러싸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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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피의사실 공표 문제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번 노무현 사건을 수사할 때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이 피의사실 공표에 관련된 것이다. 이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오이밭에서 감히 갓끈을 고쳐맨 전직 대통령의 혐의가 확실할 때까지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번 MB의 BBK 사건을 보라. 그때는 도대체 얼마나 MB의 인권을 고려했었나? 바로 이렇게 대통령 후보든 전직이든 검증은 쉼없이 중단없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공인 중에서도 정치인, 그것도 고위 공직자의 경우, 그야말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 높은 검증과 감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당사자에게 미안하기는 안지만, 그것이 그들이 기본적으로 감수해야할 자세이다. MB도 퇴임후에 BBK 재수사(再搜査)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혐의가 드러나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노무현은 양심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스스로 감정을 조절을 못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죽어버렸다. 이유야 어째든간에 사람이 죽은 일이야 안된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혐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결코 측은하게 생각할 가치도 없다. 왜냐하면 그가 죽으면서 그와 그 일가족을 둘러싼 혐의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는 혐의를 벗고 범죄를 은폐하고자 죽은 것이다.
조국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인 서울대학, 그것도 법학을 연구하는 법학과 교수이다. 이런 학자가 학자적인 양심을 가지고 일의 정황, 민주주의의 가치, 법의 공평무사한 적용 등등 법(法)의 잣대로 말할 수 있는 그런 공정한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형량(衡量)하지 않고, 단지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 이념과 사상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만을 가지고 특정인을 감싸고 도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나라면 우선 조현오 신임총장의 발언의 진위여부를 밝히기를 촉구하고,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면 이에 합당한 재수사 내지는 진실규명을 촉구했을 것이다. 노무현이 혹시라도 단돈 1원이라도 받았을까 싶어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조국 교수가 학자인가? 정치인인가?
노무현도 돈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받았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 한 금액에서 10분의 1만 넘어도 물러나겠다고 했던 노무현이 실제로 10분의 1이 넘었어도 물러나지 않았다. 조국 교수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노무현은 대통령 이전에 정치인이었지,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변호사 하다가도 돈이 떨어지면 생수도 만들어 판, 그런 평범하고 보통의, 그리고 물질도 재산도 늘리려고 꾀나 노력했던 적당히 속물 기질도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를 특별하고 신성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새로운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것을 조국 교수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