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74세의 배우들이 배낭여행을 하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보여 준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액티브 시니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최근 시즌1을 마무리했다.`액티브 시니어`는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 버니스 뉴가튼이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며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활동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다.브랜드에도 이 같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있다. 물론 기업과 브랜드의 수명은 인간의 평균수명보다도 짧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평균 수명은 15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쟁을 뚫고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왕성하게 활동 중인 `액티브 시니어 브랜드`들이 있고, 이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12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과자 `오레오`는 아빠와 아들이 오레오를 비틀고, 크림을 맛보고, 우유에 퐁당 빠뜨려 먹는 모습을 표현한 `Twist, lick and dunk(비틀고, 맛보고, 퐁당)`라는 카피의 커뮤니케이션만을 허용한 보수적인 브랜드다.
100주년을 맞은 오레오의 선택은 여전히 노스탤지어를 대변한 `Twist`였다. 그러나 `옛날 과자`에 그치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 매일 트렌디한 뉴스를 골라 `비틀고`(Twist) 재구성하는 `Daily Twist`를 선보였다.
그 방법은 이렇다. 매일 아침 7시 `Daily Twist` 담당자들은 그날의 핫이슈를 검색하고, 오레오를 이용해 비주얼화했다. 저녁 6시가 되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이를 공유했다. 예를 들면 캠페인 첫날인 6월 25일은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Gay Pride Parade)가 열린 다음날이었는데, 성적 소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생각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크림이 들어간 오레오를 만들고 `자존심(Pride)`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아 포스팅했다.
화성탐사선이 발사된 8월 8일에는 빨간 오레오 크림 위에 탐사선 스키드 마크와 함께 `화성 탐사(the mars rover)`라는 제목을 달았다.
10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총 100개의 비주얼 작품을 만들어 낸 이 캠페인은 빅 히트였다. 오레오의 SNS팬은 104만2433명 증가했고, 페이스북 공유는 280% 신장했다. 리트윗 비율은 515%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100살 오레오가 `늙지 않고` 가장 `뉴`한 요즘 과자 이미지를 얻게 됐다.
크래프트의 맥&치즈도 주목할 만하다. 오리지널 맥&치즈는 1938년 출시됐는데, 올해 75주년을 맞아 네 가지 새로운 맛을 추가했다. 크래프트는 새로 출시하는 네 가지 맛에서도 소비자들이 미국의 역사를 함께한 국민 브랜드로서의 정통성과 오리지널리티를 느끼길 원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맥&치즈의 캠페인을 담당한 광고대행사 크리스핀 포터&보거스키는 `새로운 노스탤지어`를 뜻하는 신조어 `뉴스탈직(New-Stalgic)`을 캠페인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이제 막 개발된 맥&치즈의 새로운 네 가지 맛이 마치 1938년 이래로 75년간 미국 역사와 함께해 온 제품인 것처럼 `거짓 역사`를 만들었다.
캠페인 사이트 뉴스탈직 닷컴(new-stalgic.com)에 접속하면 소비자들은 1938년부터 시작되는 크래프트 맥&치즈 네 가지 맛의 히스토리 타임라인을 만나게 된다. 빈티지한 사진들과 비디오들, 광고들에는 크래프트 맥&치즈의 네 가지 맛이 지난 75년간 미국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가에 대한 허무맹랑하고 유머러스한 히스토리(물론 가공의 이야기다)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맥&치즈의 `세 가지 치즈 할라피뇨`맛은 1962년 미국 팝아트의 아이콘적인 작품이 됐다거나, 1974년에는 유명한 야구선수가 새로운 홈런왕이 된 직후 `치즈듬뿍 사우스웨스트 치폴레` 맛을 근육통 치유를 위해 온몸에 발랐다는 식이다.
정성 어린 거짓말은 진심이 된다고 했나. 소비자들은 새로운 네 가지 맛에 대해서도 기꺼이 국민 브랜드로서의 향수를 허락하게 됐고, 맥&치즈는 새로운 노스탤지어를 뜻하는 뉴스탈직(New-stalgic)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워지라는 주문은 `딱딱하되 말랑말랑하라`든가, `따뜻하되 차가우라`는 식의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 내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여기에 오랜 브랜드의 고민이 있다. 새로움을 얻으려면 그동안 쌓아 온 브랜드 가치를 일정 부분 포기하거나, 지금과는 다른 가치를 표방해야 한다는 전제로부터 커뮤니케이션을 기획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내가 가진 것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법. 그러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고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거나, 무리수를 둬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면에서 오레오와 맥&치즈는 담대했고 영리했다. 노스탤지어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움을 새롭게 담아낼 수 있다는, 다시 말해 `딱딱하되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되 차가운` 혁신적인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다. 이렇게 한 세기 동안을 이어 온 노스탤지어는 `뉴스탤지어`가 됐고, `올드`는`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