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1 월요일
(1858 회)
- 어느 택시기사 이야기 -
우리 집은 서울에서 고지대(高地帶)에 있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게 되면 늘 기사 아저씨들이 불평, 불만을 하곤 합니다.
오늘도 퇴근길에 택시를 탔습니다.
마침 핸드폰 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조용히 라디오 볼륨을 줄이는 것 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배려(配慮)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남을 배려(配慮)하는 기사 아저씨를 만난 것 같아 기분(氣分)이 좋았습니다.
통화를 끝낸 후,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업원(從業員)이 꽤 많은 회사를 운영한 사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지고 나이도 많아지면서, 회사(會社)를 정리하고 그냥 집에서 쉬기로 결정하였답니다.
처음에는 아내를 비롯하여 식구들도 다 반겼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되면서 아내와 마찰(摩擦)이 시작(始作)된 것입니다.
늘 붙어 있으니까 왜 그렇게 보기 싫은 일들이 많아지는지...
그렇다고 산에 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일 산에 갈 수는 없는 일, 친구(親舊)들과 만나는 것도 한, 두 번 어디 갈 곳이 없었답니다.
그러니 매일 다툼만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가진 재주는 운전실력 밖에 없어, '몰래 택시 운전을 해야겠다!' 고 생각하고 무작정 택시 회사를 찾아가 사장님과 면담을 하였답니다.
사장님은 “CEO까지 하신 분이 잘 할 수 있겠느냐 ?”고 반신반의(半信半疑) 하면서도, “결심이 확고하면 열심히 해 보라”
면서 흔쾌히 열쇠를 내주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사장님은 나에게 은인(恩人)입니다.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고, 행복(幸福)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 동안 살면서 모두 나에게 돈을 달라고 만 했지, 돈을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회사 직원들도 그렇고, 식구들도 그렇고, 나는 돈을 주는 사람이고, 그들은 돈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사람이 나에게 돈을 주는데,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
저는 돈을 주는 손님들에게 늘 감사(感謝)하다는 인사를 합니다.
당신들이 나를 幸福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매일 2만원씩 용돈을 줍니다.
내가 일을 마치고 새벽 4시경에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온갖 맛있는 것을 다 대접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다투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다툼은 없고 幸福한 대화뿐입니다.
저는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있는 돈만 쓰고 남은 人生을 낭비하기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너무 답답하고, 시간 보내기가 힘들고, 식구들과 마찰만 생기고...
그런데 지금은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수많은 손님들과 대화도 하고, 너무 幸福합니다.
저는 운전하면서 철칙을 하나 세웠습니다.
손님들에게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말자.
손님들도 지금 이 순간이 다 중요한 시간인데...
쉬고 싶은 사람, 잠을 자고 싶은 사람,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고 싶은 사람, 그들을 배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은 생각하지도 않고 나만 좋다고 아무 생각 없이 정치가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대통령이 어떻고...
제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 분들에게 열변을 토합니까!
저는 손님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면 대답을 하면서 대화를 해야 할 분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고, 대화를 시작(始作)합니다.
저와 대화(對話)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면서 잔돈을 팁으로 주고 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
진정으로 감사(感謝)하는 마음으로 주고받는 그런 마음이 너무 幸福
합니다.
나는 幸福이란 저 높이 있고, 많은 돈에서 나오고, 많이 배우고, 권력과 힘이 있어야만 幸福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幸福은 사소한 곳에서, 작고 조용한 곳에서도 얼마든지 샘솟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손님 중에는 돈도 많고 많이 배운 것 같은 사람들이 더 불행해 하고, 안절부절 하고, 급하고 성질을 참지 못하고...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幸福 합니다.
오늘도 제 차를 타주신 손님께 感謝드립니다.
저는 그 차에서 내리면서 幸福의 정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幸福은 과연 어디에서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