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최원준(45)이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4년 2개월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첫 우승 이후 무려 1539일 만이다.
최원준이 2023-24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를 꺾고 통산 2승을 달성했다.
팀리그 첫 시즌을 뛰고 블루원리조트에서 방출돼 현재까지 소속 팀이 없는 최원준은 이날 우승으로 팀리그 출범 이후 최초의 무소속 선수 우승을 기록됐다.
15일 밤 9시 30분에 경기도 고양시의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최원준은 세트스코어 4-2로 위마즈를 꺾고 정상에 다시 올랐다.
최원준은 프로당구 원년 시즌인 2019-20시즌에 3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역대 세 번째 우승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이후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긴 시름에 빠졌다. 16강, 8강, 4강 등 어렵게 상위 라운드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2차 투어 16강과 3차, 5차 투어에서 32강까지 올라왔지만, 점점 더 PBA 투어의 승부가 치열해진 탓에 크게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6차 투어에서 최원준은 확실히 달랐다. 128강과 64강은 한국의 전승래와 박정근을 모두 3-0으로 돌려세웠고, 32강에서 만난 '로얄로더' 세미 사이그너(휴온스)까지 영봉승을 거둬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세트스코어 9-0의 퍼펙트승을 이어갔다.
16강에서 만난 강호 김영섭과의 승부에서 처음 위기가 찾아왔다. 최원준은 세트스코어 1-1에서 3세트를 4이닝 만에 0:15로 패해 흐름이 좋지 않았다. 4세트에 최원준은 6:6에서 끝내기 9점타를 터트려 15:6(5이닝)으로 승리하며 상승가도에 올라섰다.
최원준은 5세트 역시 4:3에서 끝내기 7점타를 올려 11:3(4이닝)으로 승부를 마무리하고 시즌 첫 8강행에 성공했다.
8강에서 잘 나가던 김현우(NH농협카드)를 다시 3-0으로 제압한 최원준은 이날 앞서 벌어진 준결승에서 '승부사' 최성원(휴온스)과 운명의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4-3의 신승. 최원준은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역전 당한 뒤 6세트에서 9:14로 패배 일보 앞까지 갔다.
이번에도 최원준은 끝내기 6점타 한 방으로 기사회생해 15:14(14이닝)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7세트로 승부를 연장했고, 7세트에서는 뱅크 샷 4방을 성공시키며 8:1로 앞섰다가 10:8로 따라붙은 최성원을 4이닝 만에 11:8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왔다.
장장 3시간에 가까운 혈투에서 어렵게 승리를 거둔 최원준은 잠깐의 휴식 후에 다시 큐를 잡았지만, 결승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1-2로 끌려가던 승부를 4-2로 역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결승 1세트에서 6이닝 만에 15:5로 승리한 최원준은 2세트 14:12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4:15(11이닝)로 져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3세트도 10:10의 팽팽한 승부에서 밀려 10:15(6이닝)로 패했다.
세트스코어 1-2로 초반 주도권을 놓친 최원준은 체력적인 부담이 오기 시작하는 4세트 승부가 관건이었다. 최원준은 4세트 1이닝에서 승부수를 띄워 대거 8점을 득점하며 3이닝 만에 15:3으로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세트 역시 초구 4득점 후 3이닝부터 3-6-1-1 맹타를 휘두르며 6이닝 만에 15:9로 승리했다. 최원준은 4세트를 11분, 5세트는 18분 만에 따내 불과 30여 분 만에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그리고 6세트에서 최원준은 다시 지칠 줄 모르는 기세로 4-4-3-4 연속타를 올려 4이닝 만에 15:2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빛난 최원준은 4세트부터 6세트까지 총 13번의 타석에서 12번을 득점하고, 총 45점을 올렸다.
6세트가 13분 만에 끝나 막판 총 42분 동안 최원준은 애버리지는 3.462(경기 애버리지 2.400)를 기록하고 통산 두 번째 우승트로피와 상금 1억원을 차지했다.
최원준에게 아쉽게 져 준우승에 머문 위마즈는 이번 시즌에만 2차 투어 '실크로드&안산 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경기 후 최원준은 "첫 우승 때 '반짝이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오히려 우승를 하고 양지에서 음지로 내려간 상황이었다"며 그간의 심적인 부담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PBA 선수들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응원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아내, 두 딸에게도 고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 나와 응원했던 두 딸에게는 "아빠는 프로 당구선수야. 아빠가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는데... 아빠는 훌륭한 당구선수가 될거야. 사랑한다"라는 애틋한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3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