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놓인 "당신"의 숟가락도 도무지 멀고 "온기 한 점"도 희미한 저물녘. 그래도 잊지 못할 것이다. 떠먹여 주는 것을 받아먹은 생명의 기꺼움 말이다. "한 점 눈물"은 내리고 내리는, 평생에 쓸 수 있는 눈물의 총량이며 "한 시절"은 저물 수 있는 모든 날의 시간을 아우른다. 그것은 부침과 같아 눈과 바람 속으로 지고 남은 모래알 하나로 눈동자에 맺히면, 솜이불 넣는 기척은 바로 눈밭에 한 점 핏빛 꽃잎을 떨구는 기척과 닮아 있으며 저물고 아물기 시작하는 인간의 그리움과 후회 속에 바람결처럼 스치는 듯 닿고, 다시 한 시절이 저물어 몽롱히 녹아가는, 그냥 이렇게 한평생을 살 때가 있다. 적막강산으로 자신을 먹이고 누군가를 먹어야 하는.
더럽혀진 눈이 거무죽죽한 물 되어 터널 밑으로 흘러가는 것이 인간의 꿈인가도 싶고, 상머리를 마주할 수 없는 이제 어느 어머니에게 바치는 어느 작은 아버지의 소복한 쌀밥 앞에서 조금도 젊지 않는 숟가락이 가끔은 달그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