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年輪)
/권 택 명(1950~ )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이가 있다
시간은 강철도 부스러뜨리는데
세월이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그런 영원의 세계에서
오늘 그대가 보이지 않게 그어놓은
또 하나의 나이테
주름이 늘어도
마음 한 자락
늘 저편 하늘 끝에 걸어두고
마음의 주름을 날마다 펴고 사는
그대는 아직 청춘이다
언제나 젊은 그 자체이다
겉사람은 낡아가도
심령 깊은 곳에서
항상 마르지 않는
생수(生水)의 샘이 솟는
그대 생일은
가난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항시 축복이고 잔칫날이다
육신의 백발이 느는 만큼
그대의 영혼은 눈부시게
표백되어 가고
남에겐 보이지 않는 곳 은밀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마음의 백발을 솎아내는
그대의 손길이
깨어 있는 한
먼 나중 우리가 마주할
그대의 연륜은
질 고운 아름드리 나무처럼
귀하고 청청하게 솟아 있으리라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가을비 우산속/최헌
https://www.youtube.com/watch?v=hjNps02aJkY
매미 울음 높아간다
하늘은 우중충 하건만
산들 바람에 가을이 깃들었다
아침식사를 일찍
밥을 먹고 일하니까 피곤이 좀 덜한것같다
건조기에서 고추 내어 그물망에 널었다
집사람이 고추가 넘 말라버린 것 같다며
유트브 보니 저온에서 오래 말리는게 고추 색이 더 고아진다 했다며 다음엔 그렇게하잔다
경험자의 말을 따르는게 좋겠지
오늘 아침엔 무 강화순무 갓 파등을 심자고
김장채소는 처서를 전후에 심는다
보통 배추는 100일 정도 키워 김장하는게 맛있다고 한다
농촌에선 처서 물 보고 김장채소를 심는다고들 한다
무 등은 배추보다 며칠 빨리 심어도 크게 상관이 없을 듯 해 오늘 심기로했다
집사람은 파를 다듬어 심고 난 강화순무와 알타리무 갓 무등을 심었다
파는 윗부분과 뿌리등을 자르고 조각내어 심어야한다
그래야 싹이 잘 트며 커진다고
여러조각이 붙어있는 통째로 심어버리면 오히려 더 잘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건 집사람이 잘 안다
강화순무는 호미로 살짝 파서 씨앗을 서너개씩 넣었다
강화순무나 무는 싹트면 하나만 놔두고 나머진 제거해야지 튼튼하고 크게 큰다
알타리무는 골을 파서 씨앗을 일렬로 넣은 뒤 흙으로 살짝 덮어 주었다
갓씨는 넘 작아 씨앗과 모래를 섞은 뒤 두둑 위에 살짝 뿌려주었다
갓도 한곳에 모여 자라면 크기가 작다
그러나 띄엄띄엄 하나씩 자라게 되면 아주 크게 자란다
씨앗은 아주 작지만 그 속에 엄청난 생명력이 들어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겨자씨 비유를 들었던 것같다
서울 배추도 골을 파 심었다
서울배추는 좀더 일찍 심었어야 김장하기 전 먹을 수 있었을 건데 좀 늦었다
이쪽에선 팔월 초순에 심는게 좋다고 한다
무는 30센티 정도 간격으로 양쪽으로 엇갈려 한 두둑을 심었다
다 자란다면 거의 100개 정도
이 정도면 우리 먹고도 남과 나누어 먹을 수 있겠다
이제 김장채소는 배추만 심으면 끝
배추는 처서 때 비예보 있어 월요일에나 심어야겠다
씨앗을 다 심고 파를 다듬어 주고 있는데 동생과 매제가 일을 도와 주러 왔다
고맙기도 하지
씨앗을 다 심고 올라오니 어느새 아홉시가 훌쩍 넘었다
매실차나 한잔한 뒤 감나무 가지에 받침대 대주자고
집 뒤 대밭에서 대나무 큰 걸 세 개 베어 왔다
이걸 알맞게 잘라 y자형 프라스틱을 끼운 뒤 감가지를 받혀 고정시켜 주면 된다
감이 커질수록 감가지가 밑으로 처지며 결국 찢어져 버린다
미리 받침대를 대주는게 좋다
동생과 매제는 야무지게 받침대를 댄다
역시 일하는게 나와 다르다
난 대충 해버리는데 꼼꼼하게 일을 잘한다
감나무에 받침대를 다 대주고 난 뒤
옥수수대를 정리했다
옥수수대를 베어 모두 한쪽으로 모았다
아래밭 주변이 훤하다
나 혼자 이걸 처리하려 했으면 힘 꽤나 들었을 건데 와서 도와주니 쉽게 일을 끝냈다
집에 올라오니 어느새 11시가 훌쩍 넘었다
땀도 많이 흘리고 힘들었을 것같다
그래도 더위가 좀 물러가 땀을 덜 흘렸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정도 일하면 쥐어 짤 정도로 땀을 흘렸는데...
집사람은 얼른 냉커피를 타 내온다
점심은 감가네 가서 김치찌개 먹자고
오늘 저녁에 빠가탕을 끓여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녹인 빠가와 삶은 무시래기 새우를 가지고 갔다
저번에도 여기서 빠가탕을 끓여주었는데 맛이 좋았다
오늘은 장성 동호회에서도 참석한다니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음 좋겠다
김치찌개에 난 막걸리 한병
아침을 일찍 먹어서인지 술도 밥도 잘 들어간다
동생과 매제는 바로 집으로 간다고
오늘 고생 많이 했다 형제니까 선뜻 와서 도와주는 거지
재봉동생전화
오늘 모임에 참석치 못한다고
어? 장성동호회에서 온다는데 재봉동생처럼 잘 두는 사람이 참석하지 못하면 어쩌지
불가피한 사정 때문이라는데 별 수 없겠다
일 잘 보고 오라했다
정민치과에 전화
정기 검진 받을 때가 되었다
월요일 오후에 오란다
친구가 다음주 얼굴 보자고 문자와서 월요일 오후에 어떠냐고 문자 보냈다
치과 검진 받고 친구 만났으면 좋겠다
음악 들으며 낮잠 한숨
일어나니 3시가 다 되간다
많이도 잤다
4시에 바둑 모임
일찍 나가 한 수 해야겠다
대충 하루 일과 정리하고 바둑 휴게소로
전소장이 먼저 나와 있다
오늘 참석할 사람이 많지 않단다
이리저리 사정 있어 빠진다고
동호인 중 코로나도 두분이나 걸렸단다
저런이라니
바둑두러 나와서 걸린건 아니겠지
최대한 모이게끔 전화해 보라고
읍내에서 온다는데 우리도 그 숫자 맞추어야 체면이 설 듯
전총무가 여기저기 전화 돌려 본다
대답들이 시쿤둥
모처럼 내가 낸다는데...
어쩔 수 없지
모이는대로 하는거지
전소장과 한판
수읽기에 중점을 두고 천천히
백의 중앙집을 깨러 들어 온다
내 생각엔 먼저 자기 집을 튼튼히 했으면 좋겠는데...
슬슬 몰아가며 혹 잡지 못하면 집부족이 되지 않게끔 네 집을 먼저
흑이 그걸 깨러 또 들어온다
조그맣게 살려주며 흑의 꼬리를 잘라 잡아 버리니 흑이 이길 수 없는 형세
그래도 끝까지 두어 보자고
아쉬운가 보다
바둑에서 모두 살리는건 어렵다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이론은 알지만 막상 바둑 판 앞에선 그걸 실천하기 어렵다
중앙에 떠돌던 흑을 모두 잡아 버렸다
그래도 끝까지 두어 계가
투석하지 않는 것도 바둑이다
왜냐면 공배 메우다 죽었던 돌을 살릴 수 있으니
끝내고 계가해 보니 78집을 이겼다
그래도 만방으로 지지않았다고
그게 무슨 의미일까?
모임 시간 다 되가는데 호용동생이 왔다
한수만 지도해 달라고
넉점 접바둑
여기저기 걸쳐 놓고 흑의 실수만
아니나 다를까
중앙을 끊어 싸움을 걸어 온다
이미 중앙엔 백돌이 진을 치고 흑을 노리는데...
하수일 땐 그 판단이 어렵다
중앙의 흑을 잡아 버리니 투석
한수 가르쳐 주었다
알아듣건 모르건 내가 아는 수를 말해주는게 좋다
성급히 공격보다 내 돌의 안정을 취하는게 좋다고
나도 잘 모르면서 충고하는걸 좋아한다
읍내 동호인들이 곧 도착한다는 전화
우리도 부리나케
다행히 우리가 먼저
12명 정도 모일 줄 알았는데
겨우 아홉명
두상만 차렸다
서로 반갑게 인사 나누고 이번 대회에 같이 나갈 김샘과도 인사 나누었다
나보다 3년 늦게 퇴직했다
퇴직해 귀촌하여 원황룡 산다고
내 대부님 성함을 대었더니 잘 아신단다
내 고향에 산다니 더 반갑다
낚시한 자연산 빠가로 탕 끓였다며 맛있게 드시라고
이렇게 큰 빠가를 먹기는 처음이라고
문사장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또한 탕도 맛있게 잘 끓였다
고맙다
읍내에서 오신 분들중 한분 만 술 한잔
읍내 동호인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우린 바둑 두고 난 뒤 한잔 하는 걸 즐기는데..
김사범님은 요즘 금주라 해서 장사장과 막걸리 한잔 했다
식사비를 계산하려 했더니 겨우 차림 값만 받는다
아니 더 드리겠다고 해도 그만하면 충분 하다고
매번 고맙다
읍 회장인 김사장이 맛있게 먹었다며 돈을 보탠다
내가 입으로 큰 선심 쓴 꼴 되었다
기분 좋게 먹고 마셨으니 팀바둑 한수 하자고
읍내팀과 노령팀으로
난 김샘과 두었다
내가 두점을 접고 들어갔다
20여수만에 투석
축을 착각해 계속 끌고 나가다 모두 죽어 버리니 해볼데가 없다
다시 한판
이판은 상대를 거슬러가며 내 방식대로
서로 가두고 가두었는데 한수 내가 빨라 잡아 버리니 투석
수만 끈질기게 읽으면 밀리지 않을 것같은데 하는 생각
그러나 그게 어렵다
막걸리 한잔 더 생각이 난다
호열동생에게 식당에서 가져오라고
이미 읍내 전 회장님이 시켜 놓았단다
호용동생이 술과 안주를 푸짐히 가져왔다
막걸리 몇잔 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권했다
바둑 두며 한잔하는 것도 즐거움
술 마신 김에 다시 한판 더 두자고
두점으론 충분히 해볼 것 같았는데 중반 형세 판단에서 실수가 두세번
나보다 한수 앞을 보기에 놓치지 않고 약점을 추궁하니 손들 수밖에
초반 한두수는 만회할 수 있지만 중후반 들어선 어렵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이제 이 나이에 실수하며 멋대로 살면 안되겠지
끝나고 내가 어디를 잘못 두었는지를 짚어 달라니 두점 놓곤 어렵다며
선으로 들어 갔을 때 받는 방법에 대해 몇가지 설명해준다
그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수
어쩜 성급하게 수읽기를 해서 진 것같다
끝까지 수 읽던 시절로 되돌아갈 순 없을까?
아이구야 욕심도 많다
지금 이만도 잘한 거지
피곤해서 안되겠다
모두 한창 열내 두고 있는데 먼저 일어서겠다고
나보다 젊은 사람들과 끝까지 한다는 건 무리
낙숫물 소리
이슬비가 내린다
님이여!
더위를 식히려는 듯 소리없이 비가 내리고 있네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갖으시면서
오늘도 기분 좋은 이야기 하나 만들어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