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초라하고 거시기혀서 지부카페에만 올렸다가 걍 한번 웃으시라고.
허구헌날 눈팅만 하고 앉아있기도 미안시렵긴 하구.
암만해도 앞으론 짧은 데라도 매주 댕겨와야 쓰것다고. 기래야 덜 *팔리것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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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2022. 6. 4.(토) 06:00 ~ 19:00
대략 13시간(점심 및 휴식 30분 가량 포함)
오늘은 2017년 2월에 산수A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후
거의 관심 밖의 코스가 되어버린 '광덕사동환종주'를 혼자 물 두 병에 도시락 챙겨서 찾아갑니다.
환종주코스니까 차량이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이면 어디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곡두고개, 갈재고개, 넋티고개, 매당마을. 이 네 지점이 도로와 산줄기가 접하는 부분인데
저는 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곡두고개(곡두터널)에서 시작했습니다만,
다른 지점에 비해 들머리/날머리가 애매하여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진행 방향도 시계 방향, 또는 그 반대 방향 어느쪽으로든 내키는 대로 정해도 되겠으나
대개는 시계방향으로 돕니다.
저도 그렇게 했는데, 이것이 약간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왜냐면, 갈재고개에서 매당마을까지는 아주 편안한 임도 수준인 반면에
그 건너편 코스는 몹시 가파른 오름길로 짜여져 있어서
처음에, 이 정도 산길을 왜 힘들다고 하는 거지, 하며 긴장감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산길(1시~7시 방향, 대략 14km)을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아무튼 저는 곡두터널 근처에 있는 '주막거리' 넓은 마당에 주차하고 길을 찾아 올라갑니다.
길이 안 보이므로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30여 분 치고 오르다보면 금북정맥과 만납니다.
거기서 10여 분 더 까칠하게 기어오르면 까막봉에 도착합니다.
금북정맥임을 알리는 산꾼들의 시그널이 길을 안내해줍니다.
길에 떨어져있는 시그널을 주워 주변에 다시 걸어주기도 하면서.
임도 수준의 길을 천천히 걷기도 하고 간혹 빠르게 걷기도 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합니다.
태화산천자봉을 오르려는데 오소리 한 마리가 마주오시다가 급히 도망을 칩니다.
스틱이 짐스러울 정도로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힐링산행이란 게 이런건가, 하면서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룰루랄라 진행합니다. 숲이 상큼합니다.
너무 여유부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30km대의 거리가 긴장감을 누그러뜨립니다.
발걸음을 평속 3km/h에 맞춰 놓습니다.
가끔 돌무더기를 만나기도 하면서 광덕산에 이릅니다. 여기까지 3시간이 걸렸습니다.
망경산까지도 임도 수준입니다.
망경산을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사뭇 심한데, 저는 내려가는 길이니 상관없습니다.
지난 2월에 서울지부에서 오신 분들과 여길 오르던 일이 떠오릅니다.
넋티고개에는 '명막골'이라는 식당도 보이고 전통찻집도 있지만 도시락을 싸 왔으니 지나칩니다.
태화산을 오르는 길에 부분적으로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길가 뽀로수를 몇 개 따먹습니다.
태화산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올라오니 11시 반입니다. 6시에 시작했으니 5시간 반이 지났으므로
널찍한 평상을 독차지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가까이 있는 태학산에서는 아산시를 한 눈에 내려다봅니다.
태학산 내려가는 길에 오토바이족이 길 한 가운데를 갈라놓았습니다. 하지만 길폭이 넓어 괜찮습니다.
아직은 발걸음에 여유가 많습니다.
매당마을을 내려가는 길을 산길로 하지 않고 계곡길을 택합니다.
길은 오히려 더 거칠지만, 계곡에는 먹을 게 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버찌도 보이고 오디도 있습니다.
매당마을은 꽤 넓은 지역에 집은 많지 않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 정겹습니다.
가다가 앵두도 몇 알 따 먹습니다. 오디가 유난히 달고 맛이 좋습니다.
광덕사에서 보산원리를 거쳐 천안 방면으로 나가는 큰길가에 다리 건너 세븐7 광덕점이 있고 마당도 광장 수준입니다.
이 코스를 하는 분들이 대개 여기서 시작합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물도 두 병 사서 배낭에 챙겨넣었습니다.
근처에 식당들도 보이지만 도시락을 비운 후라서 굳이 상관없습니다.
거기서 올려다 보니 태봉산이 참으로 우람합니다.
도로를 20여 분 걸어 태봉산 입구를 찾아갑니다. 한낮이어서 무척 덥습니다.
가뭄이 계속되어 농가에서는 밭에 물을 대느라 바쁩니다. 공연히 죄송스러워집니다.
산 입구라고 여겨지는 지점에서 망설일 것 없이 치고 오릅니다.
그런데 태봉산 오르는 길은 정말 길고 길어서 1시간 20여 분을 부지런히 올라야 합니다.
쉬파리가 자꾸 달려듭니다. 나에게 고약한(쉬파리에게는 달콤한) 냄새가 나는 모양입니다.
성산과 봉황산 표지판을 지나 태봉산에 가까스로 이릅니다. 체력 소모가 심합니다.
정작 올라보니 473m? 400m급 산이 이러한 오르막으로 되어 있는 산이 국내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이 '광덕사동환종주'를 만드신 '산수A(채수근)'님의 트랙을 보니
그 이후 섭밭봉까지 오름 표시가 몇 개 있고, 그나마 그 오름길도 짧습니다.
그래서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그 오르막이 지도상에 왜 짧게 표시되어있는지, 경험해 봐야 압니다.
아무튼, 등산앱(트랭글)에서 배지를 주는 봉우리로 마지막 남은 섭밭봉을 찾아갑니다.
큰 봉우리 두어 개만 넘으면 된다 생각하니 굳이 긴장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얼른 끝내야겠다는 욕심도 생깁니다. 잘만 하면 11시간 이쪽저쪽?
이쪽은 건너편 배태망설 코스와 달리 시그널도 거의 없고 지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정표 한 개가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그널들이 아주 많아지는 지점을 만나고, 그 시그널에 적힌 이름들을 보면서 자신감이 팍팍 생깁니다.
내 걸음에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시그널들을 따라 달립니다. 길도 편안~합니다.
그러나 ... 그게 화근입니다.
곧 대형알바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국사봉을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산에서 편해 보이는 길은 일단 의심하자!
알바를 마치고 품삯도 못받고 다시 섭밭봉을 향합니다.
이 구간에 있는 대여섯 개의 오르막이... 경사도가 최소 70도가 넘어보입니다. 정서적으로는 수직에 가깝다고 할까.
정상이 바로 조~~기 눈앞에 보여 에라, 뛰어오르자, 싶지만... 막상 발을 대보면 걸음이 진척되지 않습니다.
꼿꼿이 섰다가는 자칫 뒤로 밀려나기 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네 발로 기어야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토바이들은 어떻게 이런 델 오르내렸는지,
그들이 길을 갈라놓은 탓에 오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봉우리의 높이가 아주 높은 것도 아니고, 오르막이 긴 것도 아닌데... 봉우리들이 다 서 있습니다.
니들은 잠도 읎냐? 오래 전 개그가 떠오릅니다.
오르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데, 그게 함정입니다.
속지 말고 쉬고 싶은 데서 쉬어야 합니다. 조깟거 걍 올라서 쉬지, 이러면 안 됩니다.
여기는 성질부릴 지역이 아닙니다. 충청도 산입니다.
느긋이, 침착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야지 함부로 날뛰다가는 죽음이란 걸 배웁니다.
옆으로 돌아갈 길도 없고, 중탈한다고 빠져나갈 길도 없습니다.
두어 번은 뒤로 발랑 누워 배낭을 베고 숨을 할딱거립니다.
게다가 문제는, 식량입니다.
이 부분의 산줄기가 이런 줄 알았으면 여기 오는 중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도시락을 챙겨와야 했습니다.
12시 전에 도시락을 비우고, 30km대 코스라고 깐보고서 빵도 떡도 아무것도 챙겨오지 않았으니
기력이 소진됩니다. 물도 거의 비워갑니다. 점심 먹은 지 5시간이 지나갑니다.
적어도 아까 그 매점에서 뭔가 더 구입했어야 했습니다.
둥글레 잎도 따 먹고 곰취도 씹어 봅니다. 갈증은 가시지만 허기는 어쩔수 없습니다.
어찌 알고 오늘 새벽에 텃밭에다 물을 주다가 따온 뽀로수가 용케도 배낭 속에 있습니다.
그게 뭐라고 아껴먹으며 기어 오릅니다.
오르막이 있는 부분에는 급경사로 내려갔다가 올라가게 되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상보다 지체됨을 깨닫습니다.
늦어도 12시간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에 맞춰 물을 마셔왔는데, 이미 12시간이 지나버렸고 오름은 계속됩니다.
내가 이러다 쓰러져 실려갈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밀려오고
정신차리자, 정신차리자, 몇 번이고 주문을 외듯 스스로에게 말을 건넵니다.
결국 마지막 봉우리를 칠 기력이 없어서 계곡으로 내려올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계곡은 계곡대로 거친데다 곧 칡넝쿨로 뒤덮혀있는 구간과 만납니다. 찔레도 섞여 있습니다.
오래된 넝쿨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차라리 되돌아가서 능선을 넘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길을 뚫어봅니다.
20여 분 악전고투끝에 가장 무성한 칡더미를 통과합니다.
계속되는 가시덤불을 거칠게 치고 내려옵니다.
산성리에 내려섰을 때 기력 소진 상태입니다.
민가에서 물을 얻어마십니다. 살았습니다.
내가 안돼보였던지 맘씨 착하신 아주머니께서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냉커피를 타 주십니다.
포장도로를 5분 가량 걸어 도착지에 이릅니다.
산 앞에서 겸손을 배웁니다.
사진이랄 게 별루 읍어서 이해들 허슈.
노력한다고 꼭 잘되라는 법은 읍지만 노력하다 보면 쫌 나아지지 않을라나유.
이정표도 표지판도 앙것도 읍는 섭밭봉 꼭대기에다 시그널 하나 가까스로 매달고 내려왔네유.
누구라도 만나면 대한독립 만세!! 했을규.
첫댓글 ㅎㅎㅎ대한 독립 만세로군요
나 홀로 돈안되는 알바하면서 물도 찾아야 하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시고
그것도 모자라서 좀 빨리 내려오려고 계곡으로 오시다니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
머리가 안 되면 몸땡이가 고생이쥬.
진작 지도를 들여다보고 갔어야...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고생이 저에게, 힘!!
아, 그리고... 뽀로수주 맛보러 건너오슈.
더운 날에 식수가 없어 죽을 것 같은 공포감!
이해 됩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촌티를 너무 냈쥬? ^^
항상 강녕하시기를 바랍니다.
조만간 봉수지맥 슬랩지역에 공사하러...ㅎ 천안에 한번 갈려고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지역에 왕림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저도 그 줄기 더 더듬어볼 생각입니다. ^^
ㅋㅋㅋ 저도 그런경험...
물고픔 배고픔의 고통은 정말 절박하지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제 집 대문 앞에서 걸인 행세한 꼴이쥬. ㅋ
제가 사는 지역의 산줄기도 모르니 말유 ~~
청안님,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행복하고 이쁘신 걸음 이어가세요. ^^
저도 발자국따라 다녀오겠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갈재 출발, 매당마을 보충.
또는 매당마을 출발, 넋티 보충. 이 두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저같은 연비는 아니시겠지만) 행동식과 여분의 식수를 챙기시면 좋습니다. ^^
더운데 고생많이하셨네요 자주하다보면 중독되니 조심하시고
항상 무탈한걸음 응원합니다
안녕하셨지요? 지부장님.
정곡을 말씀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익숙한 그림들이네요.
지난날 추억속으로 잠시 들어가보아서 좋네요.
더운날 수고 많았습니다.^^
ㅋㅋ 마침 두건님께서 지난날 중부에 오셔서 하신 산행길을 죽 훑어보던 참이었는데... 잘 지내셔요 ~~
산행기만보면 즐거운 발걸음 같을것 같은데
몸은 엄청 고생하셨네요 금북정맥할때
높지도 않은 쪼그만 산들이 어찌나 까칠하게
발딱섰던지 낙엽길 네발로 기어오르던
지난날이 생각납니다 산행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네. 꼭 맞는 말씀입니다. 즐거운 발걸음에 몸은 고생.
근디 저 같은 사람은 이런 데서 고생좀 안 하면 원제 허나 싶기도 하구유.
항상 존경스럽고 부러운 눈팅만하는 1人입니다. ^^
정맥9차종주팀 시그널 도 보이네요
까칠한 길 걷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네. 베어진 나무 사이에 뒹굴고 있길래 잘 달아 놨습니다. 이 산길에 시그널이 많지 않지만 거의 대부분 우리 클럽 소속입니다. ^^
제 기억이 맞다면 저 삿갓바위가 정맥길에 있었던듯 합니다 읽어보고 말같지도 않다고 생각하며 올라가다 장난 아닌 경사로에 돌아가실뻔 했던 기억이 나는듯 합니다 사진을보니 그 바위가 삿갓바위인듯 싶습니다((아닌가!!그바위는 올라가는길 왼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걸 다 기억하셔요? 참, 랑탕님 시그널은 안녕히 잘 계십니다. ^^
@팔개 그곳에서 "뒤로 넘어지거나 구르면 오늘 정맥길을 못걷고 절단 나겠구나"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잊혀지지 않았던 장소여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경사도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선명하게 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