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69

[골드훅]

●수호지 제69회

연순은 ‘송강’이라는 말을 듣자 급히 졸개에게 소리쳤다.

“물을 뿌리지 마라!”

연순이 물었다.

“저놈이 ‘송강’이라고 말했냐?”

졸개가 대답했다.

“이놈이 ‘애석하구나! 송강이 여기서 죽다니!’라고 했는데요.”

연순이 일어나서 내려와 물었다.

“이봐! 너 송강을 아느냐?”

송강이 말했다.

“내가 바로 송강이오.”

연순이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어디 송강이냐?”

“나는 제주 운성현의 압사 송강이오.”

“당신이 산동의 급시우 송공명이오? 염파석을 죽이고 강호로 도망친 바로 그 송강이란 말이오?”

“그걸 어떻게 아시오? 내가 바로 송삼랑이오.”

연순은 그 말을 듣자 깜짝 놀라 졸개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밧줄을 자르고, 자신이 입고 있던 대춧빛 솜옷을 벗어 송강에게 입혔다. 그리고 송강을 끌어안아 가운데 호피 의자로 가서 앉힌 다음, 왕영과 정천수를 의자에서 내려오게 하여 셋이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송강이 급히 의자에서 내려와 답례하고 물었다.

“세 분 장사는 어찌하여 저를 죽이지 않고 도리어 두터운 예를 행하십니까? 대체 왜 이러십니까?”

송강이 엎드려 절하자, 세 사람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연순이 말했다.

“이 아우는 칼로 제 눈알을 파내야겠습니다! 훌륭한 분을 알지 보지도 못하고, 한순간 눈이 멀어 연유도 묻지 않은 채 하마터면 의로운 분을 죽일 뻔했습니다! 천행으로 형님께서 스스로 이름을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저희들이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아우가 강호에서 녹림당이 된 지 10여 년이 되었는데, 형님께서는 의리를 중히 여기고 재물을 가벼이 여기며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일으켜준다는 큰 이름을 들어 왔습니다. 인연이 없어 존안을 뵙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하늘이 만나 뵙게 해 주셔서 참으로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송강이 대답했다.

“보잘 것 없는 송강이 무슨 덕이나 능력이 있다고, 이처럼 과분한 대접을 받겠습니까?”

연순이 말했다.

“형님께서는 어진 사람을 예우하시고 호걸과 친교를 맺으시니, 그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습니다. 누가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양산박이 근래에 기운이 왕성한 것은 천하가 모두 알고 있는 일인데, 그것이 모두 형님 덕분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님께서는 어디서 이렇게 홀로 오시다가,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습니까?”

송강은 조개를 구해 준 일, 염파석을 죽인 일, 시진과 공태공 집에 머문 일, 그리고 지금 청풍채의 소이광 화영을 찾아가는 일 등을 자세히 얘기했다. 세 두령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외투를 가져와 송강에게 입혀 주었다. 양과 말을 잡아 연회를 열고 밤새도록 함께 술을 마셨다.

다음 날 아침에 송강은 노상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무송이 얼마나 대단한 영웅인지 얘기했다. 세 두령은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하면서 말했다.

“우리가 인연이 없었네! 그런 분이 여기 왔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다른 곳으로 간 것이 한이로다!”

송강은 청풍산에 5~6일 머물면서 좋은 술과 음식을 잘 대접받았다.

때는 12월 초순이었는데, 산동 사람들은 연례행사로 조상의 묘를 찾아 제사를 지냈다. 졸개들이 산 아래 내려갔다 와서 보고했다.

“큰길에 가마 하나가 오고 있는데, 7~8명이 뒤를 따르고 상자 두 개를 짊어지고 묘지에 지전을 사르러 가고 있습니다.”

왕영은 호색한이라, 보고를 받자 가마에는 필시 여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4~50명의 졸개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갔다. 송강과 연순도 막지 못했다. 왕영과 졸개들은 창칼을 들고 징을 울리며 산을 내려갔다. 송강·연순·정천수 세 사람은 산채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왕영이 내려간 지 두세 시간이 지나서 정탐을 나갔던 졸개가 와서 보고했다.

“왕두령이 내려가자 7~8명의 군졸들이 모두 달아났습니다. 가마에 타고 있던 여인을 붙잡았는데, 향을 담은 상자 외에 다른 재물은 없었습니다.”

연순이 물었다.

“그 여인은 지금 어디로 데려갔느냐?”

“왕두령이 이미 산 뒤편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연순이 크게 웃었다. 송강이 말했다.

“왕영 형제가 여색을 탐하는군요. 그건 대장부가 할 짓이 아니오.”

연순이 말했다.

“그 아우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그게 결점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두 분은 나하고 같이 가서 말립시다.”

연순과 정천수는 송강을 인도하여 곧장 왕영의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왕영은 막 여인을 끌어안고 즐기려던 참이었다. 왕영은 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망히 여인을 밀쳐내고 세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송강이 여인에게 물었다.

“낭자는 어느 집 사람입니까? 이런 시절에 나들이하셨는데, 무슨 긴요할 일이 있습니까?”

여인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인사하며 말했다.

“저는 청풍채 지채의 아내입니다. 모친이 세상을 떠나신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라 산소에 지전을 사르러 가는 길입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어찌 감히 나들이를 나오겠습니까? 대왕께서는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지금 화지채를 찾아가는 길인데, 혹시 화영의 부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구하지 않을 수 없지.”

송강이 물었다.

“남편 화지채는 왜 함께 오지 않았습니까?”

“저는 화지채의 아내가 아닙니다.”

“방금 청풍채 지채의 아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청풍채에는 두 사람의 지채가 있는데, 한 사람은 문관이고 한 사람은 무관입니다. 무관지채가 화영이고, 문관지채는 저의 남편 유고입니다.”

송강은 생각했다.

“그 남편이 화영의 동료인데, 내가 구하지 않으면 내일 만났을 때 좋을 것이 없지.”

송강이 왕영에게 말했다.

“내가 할 말이 있는데, 형제가 내 말에 따라줄지 모르겠군요.”

왕영이 말했다.

“형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무릇 호걸이 호색한이 되면 남들의 비웃음을 사게 됩니다. 이 낭자의 말을 들어보니, 조정 관원의 부인입니다. 제 체면을 봐서도 그렇고 강호에서의 대의를 생각해서, 이 낭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어떻겠소?”

“형님께 아룁니다. 저는 아직 산채에 아내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세상은 모두 관원이라는 놈들이 망치고 있는데, 형님께서는 왜 그런 놈들 일에 관여하십니까? 제 사정도 좀 봐 주십시오.”

송강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우가 산채에 아내가 필요하다면, 훗날 송강이 적당한 여인을 골라서 혼례를 올리게 해 주겠소. 이 낭자는 나의 친구 동료 관원의 부인이니, 인정으로 봐서라도 보내주는 것이 좋겠소.”

연순과 정천수가 송강을 일으키며 말했다.

“형님! 일어나십시오. 그건 쉬운 일입니다.”

송강이 또 인사하며 말했다.

“그렇게만 해주면 고맙겠소.”

연순은 송강이 여인을 구해 주려는 뜻이 굳은 것을 보고, 왕영이 동의하든 말든 상관없이 가마꾼을 불러 여인을 데려가라고 명하였다. 여인은 그 말을 듣고, 송강에게 절을 하며 감사해 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송강이 말했다.

“부인! 내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나는 산채의 대왕이 아니고, 운성현에서 온 손님일 뿐입니다.”

여인은 감사 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갔다. 두 가마꾼도 목숨을 구해 여인을 가마에 태우고 다리가 두 개뿐인 걸 원망하면서 나는 듯이 달려갔다. 왕영은 부끄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아무 말도 안 하고 송강에게 이끌려 대청으로 나갔다. 송강이 왕영에게 말했다.

“형제!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오. 송강이 훗날 형제 마음에 드는 색시를 구해 주겠소. 나는 실언하는 사람이 아니오.”

연순과 정천수가 웃었다. 왕영은 송강에 대한 예의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비록 불만이 있기는 했지만, 감히 화를 낼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어 그저 함께 웃기만 했다.

한편, 청풍채의 군인들은 한순간에 부인을 약탈당하고 돌아가 유지채에게 보고했다.

“부인은 청풍산 강도들에게 잡혀 갔습니다.”

유고는 크게 노하여, 군인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부인을 빼앗겼다고 몽둥이로 때리면서 욕을 했다. 군인들이 말했다.

“저희는 겨우 5~6명인데 그들은 3~40명이었습니다. 어떻게 대적할 수 있었겠습니까?”

유고가 소리쳤다.

“헛소리 마라! 너희들이 만약 부인을 되찾아오지 못한다면, 모두 감옥에 처넣고 죄를 물을 것이다!”

군인들은 핍박을 당하자 어쩔 수 없이 동료들에게 부탁하여 7~80명이 창봉을 들고 부인을 되찾으러 갔다. 그런데 도중에 뜻밖에도 부인을 가마에 태우고 나는 듯이 달려오는 두 가마꾼과 마주쳤다. 군인들이 부인을 맞이하며 물었다.

“어떻게 내려 오셨습니까?”

부인이 말했다.

“그놈들이 나를 산채로 잡아갔는데, 내가 유지채의 부인이라고 말했더니 깜짝 놀라며 황망히 내게 절을 하더니 가마꾼을 불러 내려보냈다.”

군인들이 말했다.

“부인께서는 저희들을 가련히 여기셔서, 상공께는 저희들이 부인을 빼앗아 온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야 저희들이 매를 맞지 않습니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

군인들은 부인에게 감사의 절을 하고 가마를 호위하여 돌아갔다. 가마꾼들이 너무 빨리 가는 것을 보고 군인들이 물었다.

“너희들은 평소에 가마를 맬 때는 거위나 오리처럼 걷더니, 오늘은 어째서 이렇게 빨리 걷는 거냐?”

가마꾼들이 응답했다.

“본래는 걷기고 힘든데, 등 뒤에서 누가 자꾸 꿀밤을 때리니까 그렇죠.”

군인들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혹시 귀신을 본 것 아니냐? 등 뒤에 누가 있단 말이냐?”

가마꾼들은 그제야 뒤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애고! 내가 너무 당황해서 달리다 보니, 발꿈치로 뒤통수를 때렸나 보네!”

군인들이 모두 웃었다. 가마를 호위하여 청풍채에 당도하자, 유지채는 기뻐하며 부인에게 물었다.

“누가 당신을 구해 줬소?”

부인이 말했다.

“그놈들이 나를 잡아가서 몸을 범하지는 않고 죽이려고 했는데, 내가 지채의 부인이라고9 하자 감히 손대지 못하고 당황하여 내게 절을 했어요. 그때 군인들이 와서 나를 구해 돌아왔어요.”

유고는 그 말을 듣고, 술 열 병과 돼지 한 마리를 군인들에게 상으로 주었다.

한편, 송강은 부인을 구해 내려 보낸 다음 산채에서 5~6일을 더 머물다가 화지채를 찾아가기로 했다. 작별하고 산을 내려가려고 하자, 세 두령은 더 이상 만류하지 못하고 송별연을 한 다음 각자 금은을 송강의 보따리에 넣어 주었다. 다음 날 송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세 두령을 작별하고 산을 내려갔다. 세 두령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산 밑 20여 리까지 따라와 전송했다. 세 두령은 차마 보내지 못하며 부탁했다.

“형님! 청풍채에서 돌아오실 때 꼭 다시 산채에 오셔서 며칠 머물다 가십시오.”

송강은 보따리를 매고 박도를 들고서 말했다.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

송강은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 계속 70회 ~~

[추일슬풍]

소설이란 옛날에는 작은 이야기였지만,현대에는
큰 이야기 즉 대설로 발전했다.

소설이란 인간의 현실 생활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능한 인간들의 행동모습을
재미있게 구성한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정의한다.

이 소설은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공정을 해하고,
불의를 자행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내용으로 돼있다.

다소 과격한 행동들이 마음에 걸리지만은,
소설이란 독자들에게 흥미,긴장,전율 등을 불러일으킨다"
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재미 있다.

[늘 평화]

송강을 구하는 이전인연과
송강이 또 어떤 여인을 구하는 이야기..
오늘도 잘 보았습니다
무탈하고 평온한 하루 되세요

[이 혜란]

잘 보고 갑니다.
추천 꾸욱

[곡즉전]

한 남자가 술집에서
술을 한잔 따라놓고
하염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술잔은 비워지지 않고
시간만 흐르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옆자리의 아저씨가
장난삼아 술을 홀랑 마셔버렸다.
​
옆자리 아저씨가 술을 홀랑 마셔버리자

이남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
아저씨가 너무나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당신이 하도
하염없이 앉아 있길래
장난삼아서 마셨는데
용서하라고 말했다.
​
그러자 남자가 하는 말이
나는 오늘
너무 어이없는
일들을 많이 겪었다고 하였다.
​
회사에 출근하자 잘리고
택시에 지갑을 두고
그냥 내렸으며

집에 들어가 보니
마누라는
다른 남자랑
놀아나고 있었소.
​
너무 화가나 집을 뛰쳐나와
이 술집에 와서 술에 약을 타서
죽으려 했는데 그것마져 당신이
마셔버렸구료...

[미래연]

에궁, 어쩐데요
죽음이 뒤바뀌게 된네요
거참내 ㅎ

[큰언니1]

남의술을 왜 먹노 ㅎ

[고마리]

어머나 ㅎ
어쩐대요 ㅎ

[벙이]

술의예법을 모르니 ㅋㅋ

[미래연]

송강의 앞날에 서광이
비춰지길 바랍니다
더불어 추천도 꾸욱~

[스위트리]

송강이
생각지도 않게 잘 되어 가네요..

[큰언니1]

송강의 앞날에 영광이 ~

[고마리]

오늘도 들려갑니다

[벙이]

드문드문읽으니 내용 은 ㅋㅋ
성의를 다해 연재 해주는 골드훅 님 께
감사드리며 차분한시간에 한잔 살께여
제가 지금 몸상태가 별로 빌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