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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풍운전
● 줄거리
중국 송나라 때, 금릉 땅에서 전임 이부시랑 장희와 부인 양씨의 아들 풍운은 태어났다. 풍운이 어렸을 때 가달이 침공해오자 장희는 출전하고, 양부인은 때마침 일어난 도적을 피하다 풍운을 도적에게 빼앗기고 단원사에 들어가 여승이 된다. 장희는 승전하고 돌아와 부남태수에 임명되지만 가족을 만날 수 없어 슬퍼한다.
한편, 풍운은 도적들이 패주할 때 버리고 가지만 이운경에게 발견되어 그 집에서 양육된다. 이운경에게는 전처소생인 경패, 경운 남매와 후처 호씨의 소생들이 있었는데, 호씨는 전처 소생들을 학대한다. 이운경이 풍운과 경패를 혼인시키고 죽자, 호씨의 학대는 더욱 심해진다. 풍운은 장인의 유서에 따라 처남 경운만을 데리고 가출한다. 곧 이어 경패도 집을 나와 떠돌다가 아버지의 현몽으로 단원사에 들어가 시어머니 양씨를 만난다. 풍운은 경운을 금산사에 맡겨두고 광대패를 따라다니다가 전임 이부상서 왕공렬을 만나 의탁한다. 풍운은 왕상서의 심부름으로 황성에 가서 대상인 원철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고, 원철의 딸 황해와 혼인하며, 이어 왕상서의 딸 부용과도 혼인한다. 이때, 서번과 서달이 침공해오자 풍운은 대원수로 출전하여 격퇴한다. 회군하는 길에 노승의 현몽으로 단원사에서 모친과 경패를 상봉하고, 경운을 데리고 호씨를 찾아가 양육해준 은혜를 갚는다. 이어서 부친도 상봉하고 공주와 혼인한다.
이때 다시 토번의 침입으로 풍운이 출전하자 공주인 유씨부인이 경패를 투기하여 모해한다. 결국 진상이 밝혀져 유씨부인은 벌을 받아 죽고, 장승상은 그 뒤 위왕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린다.
● 해제 :
이 작품은 주인공 장풍운이 어린 시절에 도둑의 떼가 일으킨 난리로 인해 부모와 헤어져 온갖 고생을 치르다가 이운경, 왕공렬 등 양육자와 조력자의 도움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위업을 성취한다는 이야기이다. <장풍운전>의 유형으로 <장경전>,<소대성전> 등이 있는데 모두가 주인공이 탄생하기 전에 가문이 몰락하거나 곤란한 처지에 놓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며, 이와 같은 시련을 주인공이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장풍운은 영웅적 일대기를 다룬 영웅 소설이면서도 호씨와 장풍운의 갈등으로 볼 때 가정 소설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핵심 내용
▶작자 : 미상
▶갈래 : 영웅소설, 가정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시점
▶주제 : 장풍운의 고난 극복
▶사건 전개 : ① 시간의 순차적 흐름에 따름 ② 만남→이별→만남 가능성
● 군담 소설의 특징
① 작가들은 대부분 익명으로 조선 후기의 몰락 양반 혹은 중인 계층으로 추정된다.
② 조선 후기 서민 의식의 발달로 부녀자, 평민 등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했다.
③ 주인공은 전쟁을 통해 영웅적인 활약을 드러내고,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입신양명한다.
[작품 읽기]
“생이 난리로 인해 부모를 이별하고 길에서 걸식하는 것을 대인이 거두어 무휼(撫恤)하사
풍운의 말-과거의 내력을 압축하여 요약적으로 제시
동상(東床)을 허하시니 은덕이 난망이라. 길이 백세를 뫼실까 하였더니 생의 팔자가 기구하여 대신이 세상을 버리시고 호씨의 구박이 날로 심하니 직탁이 장구치 못할 것이오. 하물며 대인 유서에 그대를 생각지 말고 경운을 데리고 소흥으로 가라 하시니 이별이 망극하도다.”
경패 소저(小姐), 이 말을 듣자 흉격(胸膈)이 막혀 말을 못하다가 대 왈, “이제 떠나시면 어느 때 돌아오시리잇가?”
생 왈, “천지 소소(炤炤)하시매 자연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니 생을 염려 말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소저 낙루(落淚)하며 반지와 금비녀를 주어 왈, “저자에 가서 주는 대로 팔아 오라.” 하니 시비 저자에 가 은자 삼백 금을 받아 왔거늘, 소저 또 장생의 의복과 경운의 옷을 한데 싸서 생을 주어 왈, “일로 행장을 보태소서.”》길 떠나는 풍운에게 노잣돈을 마련해 주는 경패
생이 받아 놓고 내당에 들어가 호씨를 보고 하직 왈, “생이 이제 슬하를 떠나 자취를 세상에 부치고자 하나이다.”
호씨 왈, “자네 장성함에 두루 구혼하되 장상의 근본 없음을 저마다 거절하니 심히 불안한지라. 장상이 이미 나가려 하니 몹시 서운하나 만류치 못하리로다.”하나 조금도 아쉬운 빛이 없거늘, 생이 침소에 돌아오니 소저가 호씨의 거동을 물은대 생이 그 소연을 전하고 왈, “우리 아무 생각지 말고 육칠 년만 기다리라.”
소저 유체(流涕) 왈, “금일 상별함이 만나기 묘연하고 첩의 사생을 모르나니 첩은 죽어도 불단하거니와 경운의 일신이 고단하니 잘 보살피소서.” 하고 진주 투심 반쪽을 주어 왈, “만일 첩이 보전하여 다시 만날진데 이것으로 징표로 삼으소서.” 먼 후일 만남의 징표
생이 또한 헌 옷 하나를 소저께 전하여 왈, “이것이 비록 헌 옷이나 모친의 수품이니 날 본 듯이 두라.” 하며 보중함을 재삼 당부하고 경운이 소저께 하직할 새 서로 누수(漏水) 만면하니 그 형상이 참담하더라.▶이운경(경패 부친)이 죽은 후 헤어지는 장풍운과 경패
중간 부분 줄거리 : 풍운이 집을 떠난 뒤 호씨는 경패에게 풍운이 안 돌아올 것이니 아내와 사별한 인근 마을의 호현과 결혼하기를 종용한다.
“소저 어찌 모친 말씀을 거역하리잇고. 몸이 불평하니 명일로 신랑을 맞으리이다.” 하니 계모 호씨가 대희하여 돌아와 호현더러 자세히 이르니 호현이 기뻐하여 조급히 명일을 고대하더라. 경패 소저 심신이 산란하여 부친 유서를 떼어 보니 가라사대, ‘노부 돌아간 후 호씨의 독해가 급하거든 자란을 데리고 남쪽으로 달아나면 자연 구할 사람이 있어 일생 평안하리라.’ 하였거늘, 부친 명감(明鑑)을 탄복하고 자란을 불러 왈, “이제 급히 너를 데리고 도망코저 하나니 네 뜻이 어떠하뇨?”
자란 왈, “어찌 환난(患難)을 한가지로 아니리잇고?” 하니 소저 즉시 남복으로 갈아입고 약간 경보(輕寶)를 가지고 이날 밤에 달아나니라. 날이 밝음에 호씨 소저 침소에 가 소저 없음을 보고 분기충천하여 호현더러 이 사연을 전하니라.
▶계모 호씨의 결혼 종용에 집을 떠나는 경패
차시(此時) 소저 자란을 데리고 남으로 가더니 날이 샘에 몸이 곤한지라. 자란을 촌가에 보내어 밥을 얻어 둘이 요기하고 아무 데로 갈 줄 몰라 노주(奴主) 서로 붙들고 울다가 곤하여 졸더니 비몽간에 부친이 이르되 ‘여남 승당(僧堂)이 머지 아니하니 찾아가면 개복하고 들어가라.’ 하더라. 모든 승이 맞아 방중(房中)에 들어가매 그 중 노승이 소저를 청하여 곁에 앉히고 문 왈, “두 소저는 어디 있으며 무슨 일로 이곳에 왔나뇨?” 소저 왈, “첩은 명이 박하기로 이곳에 왔사오니 슬하에 의탁함을 바라나이다.”하고 자란이 또 전후곡절을 설파하니 모든 승이 호씨를 꾸짖더라.
계원이 노승더러 왈, “소승이 가난하기로 상재를 못 정하였으니 상재를 삼고저 하나이다.”
노승이 허락하여 소저의 승명은 청신이라 하여 상재를 삼고 자란은 범빈이라 하여 청신의 상재를 삼으니라.▶절에 의탁한 경패가 풍운의 모친을 만남
이러구러 여러 해 되매, 소저 협실(夾室)로 들어가면 슬허하고 나오면 소담한 말로 계원을 위로하고 계원이 친녀같이 사랑하는지라. 일일은 소저가 협실로 들어가 실성 체읍(涕泣)할 새 계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소저가 남자의 옷을 만지며 울다가 감추거늘 계원이 문 왈, “그것이 무엇이관대 만지며 슬허하나뇨?” 소저 숨기지 못하고 장생의 사연을 이르니 계원이 자세히 보매 풍운의 옷 같거늘 문득 놀라 그 옷을 가지고 소저로 더불어 나와 제승을 대하여 왈, “세상에 괴이한 일도 있도다. 이 옷이 내 아들 풍운을 칠 세에 지어 입힌 옷이라. 비록 낡았으나 나의 수품을 모르리오. 낭자의 가군(家君)이 어디에 있다 하더뇨?”
소저 왈, “있는 곳은 모르되 그 부친은 장시랑이라 하더이다.”
계원이 대경(大驚) 왈, “이는 명백 무의로다. 풍운이 칠 세에 장도사에게 상을 뵌 즉 여차여차하기로 시랑이 친필로 생월 일시를 적어 금낭에 넣어 옷 속에 넣었더니 떼어 보라. 만일 있으면 낭자는 나의 며느리라.”하고 떼어 본즉 과연 그러하거늘 계원이 낭자를 안고 통곡 왈, “풍운의 사생을 몰라 주야 서러워하더니 오늘날 고식(姑媳)이 만나니 이는 하늘이 살피심이라.” 하고 이후로부터 시랑 부자 만나기를 불전에 축원하더라.
▶경패와 풍운의 모친이 서로 고식(姑媳) 간임을 확인하고 시랑 부자를 만나기를 기원함
● 신표(信標)와 매개물(媒介物)
소설 장치에서 신표와 매개물은 인물과 인물이 만날 것임을 예고해 주는 기능을 한다. 신표는 말 그대로 믿음의 표시로 헤어질 때 주는 사물(거울, 칼 등)이나, 나중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증거물로 사용되는 사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설씨녀 이야기>에서 군대에 가는 가실과 남아 있는 설씨가 주고 받은 거울은 신표의 역할을 한다. 한편, 매개물은 무엇을 사이로 하여 상호 만남을 이루게 하는 사물을 가리키는데, <장풍운전>에서 풍운의 어머니가 경패와 만나도록 하는 역할을 한 풍운의 헌 옷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처럼 신표와 매개물은 서사 전개 과정에서 만남과 헤어짐, 다시 만남을 예고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