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차사랑이라는 철도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고, 다음 철도동호회에서의 닉네임은
'구절리행#1547'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다음철도동호회는 한우진님을 만나 알게 되었고, 글은 주로 읽기만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얻은 철도정보가 답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고양동의 수인선
협궤열차에 대한 정보라든지 송추역에 서 있던 차장차에 대한 정보, 안성천의 안성선 흔적에 대한
정보 등은 이곳 아니었으면 알 수 없는 정보였습니다. 철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이 글을 빌어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정보를 받기만 했으니 저도 미력하나마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Editor's Space에 신청을 했습니다. 기차여행이나 철도사진 쪽에 관심이 많지만, 철도기술이나
차량정보 등에 대한 건 잘 모르니 제가 틀린 정보를 얘기할 땐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첫번째 얘기는 레일바이크에 대한 것입니다. 아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모르는 분의 관점에서 적어 나가겠습니다.
레일바이크는 레일+바이크, 즉 기찻길 위로 자전거가 달린다는 뜻입니다. 말그대로 레일 위를
페달로 밟아 달리게 되는 레일 위의 자전거입니다. 이런 레일바이크가 2004년 초 곡성과
문경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하더니 2004년 말부터는 본격적인 철도관광사업과 연계하여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대박은 정선레일바이크입니다. 폐광지역 구절리와 아우라지를 잇는 7.2km 구간을
철거하지 않고 레일바이크로 굴려보면 어떨까 하는 정선군청의 시도는 그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2005년 7월 1일 첫 바퀴가 구른 이후 1년 만에 12억을 벌어들였고,
지역경제 전체에 미친 파급효과가 60억 규모라고 하니 대단한 일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3개 지역에서 레일바이크가 운행되고 있고, 그 중
본격적인 운행은 정선과 문경 두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곡성의 경우 레일바이크 구간이
짧고 (550미터), 증기(형)기관차에 비중이 큰 편이라 본격적인 운행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1. 곡성 (구 곡성역)
이 희한하게 생긴 열차는 곡성에서 증기(형)기관차를 운행하기 전에 시범운행하던 열차입니다. 정원이 30여 명에 불과
하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도 최고속도는 30km/h를 넘지 못하던 열차였습니다.
곡성의 레일바이크 및 철도관련시설의 정보와 요금입니다. 이곳은 철도박물관을 제외하고 규모가 가장 큰 철도테마공
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형 새마을호 객차나 무궁화호 객차 등이 이곳에 개조되거나 그냥 그대로 방치된 채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왔던 나무객차와 움직이지 않는 증기기관차 등도 있습니다.
가격만 보면 곡성이 '2000원'으로 가장 착합니다만, 550m라는 짧은 거리와, 공원을 한 바퀴 도는 형태라 다소 재미가 반
감되는 느낌입니다. 사실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레일바이크의 매력은 그냥 바이크가 못 가는 철길 주변 풍경을 철길 위
에서 느낄 수 있다는 거죠.
차라리 곡성은 구 곡성역~가정역 (현재 증기(형)기관차의 종점)까지의 구간을 정선처럼 모두 레일바이크화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증기(형)기관차의 제작비용을 감안할 때 레일바이크로 승부하는
게 수익성이나 체험측면에서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2. 문경 레일바이크 (가은선 일원)
문경 레일바이크는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진남역에서 출발하는 2개의 코스와 가은농공단지 입구에서 출
발하는 1개의 노선입니다.
문경도 요금이 크게 올랐습니다. 운행초기 3000원 하던 것이 10,000원으로 뛰어올랐으니까요. 그래도 여긴 시행초기에
일종의 '시범운행비'처럼 받던 요금을 현실화 한 부분도 있으니 어느정도 이해는 해야겠습니다. 게다가 요금이 올라도 '
만원이면' 가능하니까 눈 한번 감아줍니다 (=_=;)
문제는 요금이 아니라 운행구간입니다.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뭘 이용하는 게 좋은지
망설여지고, 좀 오래 타고 싶은 사람에게는 탄 뒤에도 찝찝한 뭔가가 남습니다. 그렇다고 한번 탄 사람이 다시 와서 타기
도 뭣하고... (설마 하루에 만원씩 두 번 내고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도 있을까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진남역은 마성면
소재, 가은농공단지는 가은역 소재라서 따로 운행중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진남역에서 나눠지는 2개의 코스는 바쁜
시간대 동안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정선선이야 원래부터 풍경으로 알려진 유명한 곳이지만, 문경/가은선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멋진 풍경을
가진 노선입니다. 이런 멋진 노선을 가지고도 정선선 만큼 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저는 3개로 분산된 노선과 기획력
부족 등에서 찾고 싶습니다.
3개로 분산된 노선은 2개로 줄여야 합니다. 하나는 진남~불정 방향 왕복 4km 노선을 그대로 운영하고, 다른 하나는 진
남에서 가은역까지 달리는, 9.6km 가은선 전구간 레일바이크를 운행해야 합니다. 정선선을 어느 정도 벤치마킹 하면서
진남~불정방향 구간을 함께 가동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고, 주변 관광지인 진남교반과 문경관광사격장 등으로 연계
되는 교통편을 만들면 이곳 또한 단순한 바이크놀이터가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철도테마파크의 형태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하나 숨은 볼거리는 진남역에서 문경 방향으로 난 첫번째 터널입니다. 여긴 박쥐도 살고 있다는데 철교를 건너 시커먼
터널을 지나본 사람들은 평소에 느끼지 못한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 터널과 철교의 테마를 '공포체험' 정도로 잡
아도 좋겠고, 또하나의 레일바이크 장소로 써도 될 듯 합니다. 문경선의 경우 중부내륙선 철도와의 연계나 아직 철도관
련기관의 소유라는 점 등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공사가 진행될때가지 써도 족히 5년은 빌려쓸 수 있습니다.
문경 레일바이크가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평작' 수준에 그치는 게 안타까운 마음에 몇자 적어봤습니다.
3. 정선 (구절리역~아우라지역)
아우라지 H-2027호입니다. 정선의 효자상품이기도 하구요, 최근에는 아리아리호인가(-_-)하는 열차를 아우라지->구절
리까지 셔틀버스 대신 운행하기 위해 도입했다가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해 운행을 중단하느니 마느니 하는 사건이 있었는
데 지금은 잘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정선선 철도는 제 닉네임을 봐도 아시겠지만, 정동진 쪽 철도구간을 제외하면 관광상품화 하기에 최고의 경치를 가진 곳
이라 생각합니다. 최후의 비둘기호가 운행할 만큼 특수성을 가진 정선선은 어떤 점에서는 철도청의 편애(?)까지 받은 최
후의 오지철도였으며, 지금도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될 만큼 특별한 노선입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요금에 대해서는 얘기를 좀 해야겠네요. 2인승이 18000원, 4인승이 26000원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
습니다. 레일바이크 운행 첫날 새벽에 제가 탔을 땐 4인승을 3명이 타고 15000원을 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기가 좋아서 가격이 오르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레일바이크와의 형평성이나 레일바이크 자체에 대
한 시장규모 확대, 또 국민들의 '즐길 권리' 측면에서도 가격에 대한 부분은 좀더 신중하게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은 레일바이크를 알리고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4인용이 26000원인데도
주말이면 예약 없이는 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가 좋은데, 지금은 시장규모를 키워야 하는 시기인 만큼 2인용이 1.5만원,
4인용이 2만원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회만 되면 레일바이크를 자주 타고 싶은데, 한 번에 2만원 정도
나가는 바이크에는 선뜻 돈을 지불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정선선 레일바이크의 성공은 철도동호인이나 철도관련기관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없애기 위주
로 관리해 온 많은 철도시설물들이 잘만 재생되면 엄청난 관광자원?되고 지역경제에도 파급효과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런 점에서 정선군청은 '정선레일바이크' 그 자체로 스스로도 놀랄 만한 일을 해냈지만, 그보다 더 큰 일은 '철
도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해 냈다는 점입니다. 정동진처럼 TV나 드라마를 등에 업고 성장한 곳이 아니라, 철도경관 그
자체를 관광자원화 했기 때문에 의미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사실 제대로 즐길 만한 관광자원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보니 레일바이크는 일반인들에게 신선한 충격
으로 와닿았고, 너도나도 한번은 타봐야 할 놀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냥 둬도 정선레일바이크는 앞으로 몇
년은 호황을 누리겠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요가 진행된 후에는 틀림없이 위기가 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요금만 줄
인다고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적절한 요금책정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오래 갈 철도관광사업'을 만들어야 할 숙제도 안
고 있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사라져 갈 간이역이나 과거철도시설들도 빛을 볼 준비를 하거나 적어도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올해 9월 27일, 문화재청에서 신선한 발표를 했습니다.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간이역 12곳을 등록유형문화재로 지
정 예고한 것이지요. 이제 이 역들은 최소한 순식간에 철거당할 위기는 모면한 셈입니다. 이 역사들이 앞으로 오래된 절
처럼 '문화재'로만 남게 될지, 발전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게 될지는 철도동호인인 우리 손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
니다.
단순하게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마지막 비둘기호'라는 이름으로 1999년 당시의 비둘기호를 그대로 정선선 구간
에 운행하고, 요금을 5000원 정도 받는다면 이용해 보시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이런 상품이 있고
'즐길 만한 때와 환경'을 갖춘다면 이런 것도 충분히 철도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레일바이크가 시사하는 가장 큰 것이 바로 이런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일바이크가 어떤 면에서 '우연히 발견된
관광자원'이라면, 간이역이나 통표, 사라진 비둘기호와 같은 오래된 철도시설물들은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관광
자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레일바이크 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 ^^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정선 레일바이크를 이용함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 중에 하나가 정선선 열차시각과 레일바이크 이용시각이 서로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레일바이크 이용객들을 위하여 낮시간대에 2왕복 정도의 정선선 열차를 증설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가기만 하고 다시 오르는 재미가 없어 아쉬움이...왕복2에 찬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