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탐정 진구지사부로 -Kind of Blue
필자는 어릴 적부터 수수께끼나 퀴즈를 매우 좋아했다. 퀴즈나 수수께끼를 조금씩 심어놓은 실마리를 찾아 결국 완전한 모습을 밝혀내는 재미는 지대한 것이었다. 특히 내가 해결해냈다는 그 성취감이 좋았다. 그런 필자가 중학교 때 처음 홈즈와 괴도 루팡, 포와로 탐정들의 이야기를 접했을 땐 엄청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과 증거로 결국에는 진실을 찾아내고야 마는 탐정들, 그들은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는 ‘죽음의 달빛 아래서’의 텍스 머피 탐정, 어둠 속의 나 홀로 에서의 칸비 탐정등과 만나게 되었는데, 그나마 제1 외국어로 배운 영어를 사용하는 서구권 게임들은 접하기 쉬웠으나 일본에서 개발된 추리 게임들은 일어라는 언어의 장벽과 함께 국내에 정식 발매 되지 않은 타이틀들이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플레이 스테이션 2가 정식 발매가 되고, 기대하던 대로 탐정 진구지 사부로의 8번째 작품 이노센트 블랙이 발매된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추리보다는 이야기 진행 중심의 이노센트 블랙에 큰 실망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후속작, 카인드 오브 블루가 내 앞에 높여있다. 과연 이번 작품은 필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조각난 음악을 완성시킨다.
우연하게 만난 SO-WHAT이라는 재즈 연주팀과의 만남, 그들의 동료인 에디를 살리기 위해 그가 혼수상태에서 부르고 있는 노래를 완성시켜 달라고 하는 특이한 의뢰를 받은 진구지 사브로. 음악의 조각을 하나 하나 맞추어 나가는 동안 진구지 사브로는 방총흑조회라는 헤이세이 유신을 꿈꾸는 검은 조직과, 에디의 손녀, 그리고 그들의 비극적인 가족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만난 요코. 그들의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같이 음울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재즈처럼 이어지는 카인드 오브 블루. 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천재라 불리던 남자]
[이 단란한 가정에 닥쳐온 비극]
TPS 시스템, 시도는 좋았으나.
이번 카인드 오브 블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면 바로 TPS(Talk Profile System)을 통한 탐문 모드다. 물론 탐문 모드는 전작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각 대상 인물의 성격과 약점 등을 이용하여 정보를 캐내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게임을 짜증나게 하는 첫 번째 이유가 돼 버렸다. 아무리 주변 인물들에게 대상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 가더라도 약간의 힌트만 될 뿐 막상 대면하게 되면 정해진 대화가 아니면 아무리 해도 본론에 다다를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또한 그 정해진 대화라는 것이 게임 도중의 상황 등을 종합해서 답을 찾을 수 있다기 보단 거의 한번씩 그냥 다 찔러본다는 식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추리하는 재미는 없어지고 짜증만 나게 된다. 게다가 몇 번의 대화가 실패하거나 상대의 맘에 들지 않는 대화를 하게 되면 쫓겨나게 되고, 그렇게 될 때에는 다른 장소에 한번 들렀다 다시 와야 하는 의미 없는 짓을 하게 된다. 그게 말이 한번 들렀다 오는 거지, 커맨드도 그렇고 시간도 꽤나 걸리기 때문에 당연히 짜증이 나게 된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TPS시스템의 난이도도 엄청나게 높아져 조금만 실수를 해도 바로 쫓겨나 버리기 때문에(특히 쿠키 야스타카...망할 녀석), 나중엔 결국 공략 본을 펴게 만든다. 필자는 어떤 게임이든 간에 기본 적인 진행을 하기 위해서도 공략본이 필요한 게임들은 평가를 좋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게임 도중에 그 문제를 풀기위한 힌트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그런 것이 불가능한 게임이라는 것이고 그것은 게임의 디자인이 그만큼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도는 좋았지만]
[일 때문이 아니라 탐문이 실패해서 자주 오게 되는 서북대 종합병원]
다양한 미니 게임등, 하지만.
전작 이노센트 블랙에서, 게이머가 기본 이야기 진행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바 카즈미에서 카즈미 자매와 농담을 나누는 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카인드 오브 블루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들과 미니 게임, 그리고 컬렉션, 거기다 돈까지 마련해 주었다. 바 카즈미에서는 다트게임과 인디언 포커를 통해 딴 칩으로 양주들을 컬렉션 할 수 있고, 복권 판매소에서는 스크래치 복권을 구입해 일확천금도 노려볼 수 있다. 또한 가란당이라는 상점에 가서 다양한 컬렉션을 구매할 수 있다. 거기다가 전작까지는 모두 카드로 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구지 사부로는 돈한 푼 없이 모든 것을 다 먹고, 마시고 할 수 있었는데, 이번 작품부터는 무었을 해도 돈이 나가게 된다(심지어 진구지 사부로의 트레이드마크인 담배마저도 돈이 없으면 피울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돈을 이용한 시스템을 넣었다면 당연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직업이 탐정인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사건 의뢰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사건이라는 것이 다 메인이벤트로 일어나는 것 들이고, 그 정도의 돈으로는 이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볼 수도 없다(게임 도중에 10만엔을 의뢰비로 받아서 좋아했더니 바로 이벤트 때문에 어떤 꼬마 해커한테 10만엔짜리 시게를 사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돈을 빼앗아 가기까지도 한다). 결국, 게이머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복권 긁기로 한정되어져 버렸다. 생각해 보라, 복권방 앞에서 10장씩 복권을 사서 100엔짜리 동전으로 열심히 긁고 있는 하드보일드한 탐정의 모습을. 차라리 도중에 약간의 휴식 타임을 두고 서브 이벤트적인 의뢰를 수행해서 돈을 벌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낳지 않았을까. 게다가 주가 돼야 할 추리 시스템은 더욱 퇴보를 한 듯 보인다. 난이도가 쉬워진 것인지, 아니면 필자의 추리력이 월등히 뛰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작품에는 반전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반에 주인공이 범인으로 몰렸을 때는 범죄자처럼 경찰들을 피해 다니며 뭔가 긴장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지만 금방 사건 종료. 결국 다시 탐정으로 돌아오자 역시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 . .후반엔 이미 필자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해서 답을 다 알고 있건만 주인공은 몰라서 헤매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추리게임이라기 보단 일본에서 주로 유행하는 선택지형 어드벤처 게임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차라리 조사 부분 같은 경우에는 11년 전 게임인 ‘죽음의 달빛 아래서’가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일본에서 만든 게임이라 어쩔 수는 없었겠지만 한자나 지명의 음, 훈을 이용한 문제들은 일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게이머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곤 했다.
[그녀의 얼굴을 믿지 마세요]
[본전이라도 건진다면]
재즈의 향기와 함께
이 게임의 부제인 카인드 오브 블루는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59년작 엘범이며, 도중에 등장하는 재즈 연주 팀인 SO-WHAT은 카인드 오브 블루 엘범의 첫 번째 트랙 제목이다. 게임 도중 등장하는 챕터의 제목들은 모두 유명 재즈 연주가들의 곡들의 제목을 차용하여 와 더욱더 게임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조각난 음악을 찾아낼 때마다 들려주는 SO-WHAT의 재즈 연주, 그리고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때 드디어 들을 수 있는 블루 오브 더 블루. 사실 위에서 단점들만 주욱 늘어놓았지만, 그만큼 이 게임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져서 그랬던 것이지 이 게임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사실, 어쩔수 없는 일본식 어드벤쳐의 한계일 뿐이다. 이젠 체념했다). 분위기 있는 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전작 이노센트 블랙처럼 처참하게 여러 사람 죽어나는 것도 아니고(악당2명과 노환과 말기암으로 2명 딱 네명 죽는다), 이야기도 아름답고 희망적으로 끝날뿐더러 분위기 있는 재즈 음악까지 덤으로 주는 이번 작품을 해 보는것도 좋을 것이다. 단 단지 분위기만 괜찮은 게임을 하고 싶다면 말이다.
[재즈 원츄!]
[재즈의 매력에 푹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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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카인드 오브 블루... 재밌게 했죠... 이노센트 블랙도 재밌었던... 미니게임도 힘들게 다 깼다는...~_~;;
진구지 사부로 =_=
양복에 수염 나이스미들이라 일단 점수 먹고 들어가요 -ㅂ-b
누구? 저기 재즈 원츄하는 할아버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