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꽃이 필 때까지는 좋았어 연보랏빛 참깨꽃이 피고 벌들이 윙윙 거리며 날아와 꽃 속을 파고 들 때도 곱게 피었다 지기만 하면 되는 한 떨기의 여느 꽃인 줄 알았던 거지 콧등에 땀이 송송 돋은 어머니가 깻단을 거꾸로 들고 힘껏 두둘겨 팰 때 참깨는 주머니 속에 한 알의 깨알도 숨기지 못하고 모조리 쏟아져 나와 수북이 쌓여 줘야만 했어 어머니의 밭에 살다간 죄로 참깨는 뒈지게 얻어맞고 다 털리고 갔지.
어디 꽃인줄 알았다가 털리고 가는 것이 참깨 뿐이겠습니까. 제 인생도 그렇게 털리고 있는 것을요. 비가옵니다. 오후내내 방바닥이 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 누워 있었습니다.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리곤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났습니다. 수술후 집에 온후 물심양면으로 힘겹게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몸이 힘든데 마치 힘이 넘치는 사람인줄 알고 여러가지 주문들을 하고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마음을 편치못하게하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공부를 해야하는 데, 알아서 할테니 그냥 자유롭게 내버려 놓아 달라고 합니다. 엄마가 공부하라고 말해서 더 공부하기가 싫다고합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엄마가 살아서 관심갖고 있다는 표시로, 종아리를 세게 다섯대 때려 주었습니다. 오빠중에 우리 아들처럼 뺀질거리며 유독 공부를 싫어했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오빠는 어느정도 사회에서 성공은 했지만, 인간극장 하고도 속편을 눈물시리즈로 엮어서 얻어낸 성공이었다고 스스로 술회합니다. 젊어서 1년 놀면 나이들어 15년 고생한다고 말해주다가 힘겹게 걸어가야 할 아들의 앞날이 보여서 힘이 빠져 버립니다. 비가 옵니다. 이번에 내리는 비는 왠지 반갑습니다. 구월에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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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시동 연가 원문보기 글쓴이: 유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