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으로

[설해]

민주지산은 여러번 접하려고하던 산이었다. 몇번이고 계획했다가는 무산되었는데 작년 여름 민주지산으로 출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폭우로 인해 산행통제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는 가야산으로 돌연 방향을 틀었던 것이다. 그래서 민주지산이 워낙 잘난 산이라기보다는 몇번이고 벼르다가 가는 산이어서 안가면 어찌되는것 같은 산이기도 한것이다.   이번에도 올들어 가장 춥다는둥 폭설이 내렸다는둥 또 난리다. 남편은 한술 더 떠서 춥고 눈오는데 가지말지...한다. 티비에서는 왜그리도 위태한 장면만 보여주는지..산에 가는데 안좋은소리 듣는걸 좋아할 사람 있으랴..괜히 이래저래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면서 걱정하는 소리를 듣지않으려고했다. 어제 정리해놓은 가방 빈 공간에 팥죽을 넣고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을 넣었다. 이제 나서면 되는것이다. 6섯시 50분이다. 역시 집을 나서니 해뜨기전이라 썰렁하니 춥고 쌀쌀하다. 늘 느끼는거지만 여름이나 겨울이나 이시간이 가장 어설프고 적응하기가 어렵다.   막상 거리엔 한산하기보다는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간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살맛이 난다. 지하철입구에 다달으니 사람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막 출발했는모양이다. 일요일인지라 시간의 차가 몇분더 길것이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야지..조급하게 군다고 서둘러 나타날 전동차도 아니기에..   사실 폭설이라고 하기에 저 속으로 기뻐한 사람은 나다. 실실 기분좋아지는 걸 애써 감추었다. 이제 맘껏 웃자..하하하하.. 하여간 못말린다니깐...   이런 즐거움을 모르는 가족이 안됐다. 안그럼 같이 갈것인데...혼자 이런 즐거움을 맛보단고 생각하니 왠지 미안타. 그래도 그들은 그들만의 즐거움으로 방콕한다. 나 빼고 다들 방콕을 너무 좋아한다. 후~ 좀 걸으면 좋으련만..   국제신문에 난 마운틴클럽이라는 산악회 버스를 찾고보니 한번씩 산행 동참을 했던 분의 얼굴이 있어 인사를 나눴다. 그분은 경남 고위산으로 향한다고 한다. 함께 가면 재미날것인데 이미 정한 길이니 어쩔도리가 없다. 다 예약제가 아닌가.. 산을 갑작스럽게 가거나 혼자이거나 서넛이거나 간에 이렇게 단체에 얹혀갈땐 범일동 시민회관앞에 오면 이렇게 얼굴을 마주치기도 하는것이다. 산꾼들의 만남은 그저 반갑다. 잘 다녀오시구 즐거운 산행 되시요.       눈산행을 하기위해서 아이젠,스패츠. 장갑. 마스크. 여분의 장갑과양말속옷, 모자,그리고 보온옷. 방풍옷, 이번에 장만된 내의, 아그렇지 스틱, 흠흠흠..갈아입을만큼 땀흘릴게 아니니 입은옷으로 충분하다고 하니 여벌의 옷은 뺐다. 참고삼아 들었던 일회용 비닐장갑과 면장갑도 챙겼다. 눈산행에서 물에 젖지 않는 비결이라고 하니  이번에 그리해볼 요량이었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뭣하니 머플러는 넣었다.   버스가 출발하기전 화장실이용하고  컵라면작은거 사고 먹을 과자도 한봉사고 탑승하여 의자에 앉으니 45명의 좌석이 꽉찼고 인사와 더불어 출발하였다. 드디어 출발이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차들보다 약간 늦었다. 그래도 기분은 이미 들떠 있기에 마음은 이미 저 눈밭에 가있다. 얼마나 와 있을까..어느정도의 추위로 겁을 주고 있는걸까.. 생각만해도 아찔하고 겁나면서 신난다.   부산을 빠져나가는가 했다. 그런데 과적차량? 무게가 초과되었단다. 또 이런일도 처음이다. 인원초과는 분명 아닌데 톨게이트를 빠져나갈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 와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세워 앞으로 오게하여 운전자석으로 세우게 하고 톨게이트를 지나니  정량이 나온다.. 재미난 출발이다.     어느정도 차에 적응할 무렵 그러니까 경주를 지나고 있었다.. 경주로 지나가는 구나 ...하면서 밖을 내다보는데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조용한 버스안에 진동을 하지않았던게 화근.. 얼른놀라 받았다. 번호는 아는 번호인데 번호주인의 음성이 아니었다. 저 ***폰입니다.. .아시죠? 저는 부인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즉사 지금 마산병원에 있다는게 아닌가.   순간 어떤 말로 응답을 해야할지 까마득했다. 머리에 망치로 얻어맞은듯 띵~ 해오는것이 갑작스럽게 정리가 안되었다. 우선 아무에게도 연락이 안된다고 하길래 책임지고 연락을 하겠다하였고 나는 지금 충청도쪽이라서 당장은 못갈거라고 변명하고 이 전화로 다시 연락을 취하면 되겟냐고 묻고 우선 회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급한 마음이어서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으니 화가 치밀었다. 성질도.... 세번째 분 장의사에게 전화를 넣으니 다행히 바로 받는다. 여차여차 전하고 다시 한번 문자로 메세지를 넣었다. 이분이 장의를 바로 담당해줄것이니까.. 안심이 되었다. 다행히 두분 다 연락이 갔고 전화도 왔다. 연락하는 일을 다 끝내고 나니 왠 허탈감인가... 끝도없는 미로로 가는듯한 느낌과 눈물이 어렸다.   나이 43세.아이셋 부인 한명. 두고 영영 이 세상과 이별했다. 심장을 갑자기 눌러서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경산휴게소에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금 집으로 되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마산으로 향하는가 아니면 내일로 미루나...   그러나 이미 먼 거리에 왔고 복장도 등산복이어서 집에 갔다가 다시 마산으로 행차하기엔 나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엔 벅찼다. 그래 살아있는 사람은 움직이는거다..변명하며 위로했다.   산다는게 뭘까. 가족이란 뭘까. 이렇게도 죽고 저렇게도 죽지만 말 한마디라도 하고 죽어야 안되겠나 뭔가 하고싶은말은 있었을텐데... 너무 억울하다.   드디어 충청도 물한리 입구에 도착했다. 범일동 시민회관앞에서 출발하던 그 많던 버스중 유일하게 민주지산 한대 경남 고위산 한대 빼고는 다들 전라도 무주로 향하였던 관계로 생각보다 민주지산에 도착한 버스는 한산했다. 돌아갈 길은 그리 걱정안해도 될것같았다.
 

버스문이 열리자 바깥에서 들어오는  웅~ 휭~ 하며 홱 돌아나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11시 30분이 넘었다. 서둘러야 할 산행이다. 겨울산행이라 다섯시간의 산행시간을 생각하면 머뭇거릴일이 아니었던것이다. 준비하고 출발하니 45분이 다 되어간다. 빨리 준비하고 출발하자고 한다. 다들 아이젠 신는다고 난리였다. 처음 나도 가다가 미끄러우면 신자고 했는데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하니 마치 안하면 안될듯하기에 덩달아 아무생각없이 아이젠을 착용했다. 그것이 오로지 정한이치인줄 알고.

아이젠을 신은 관계로 걸음걸이가 시원찮다. 올들어 처음신어보던가? 갈림길에서 마운틴클럽방향을 알리는 길로 들어서고 그렇게 열심히 걸었다. 온천지가 하얗게 보였다. 능선까지 올라서니 멀리 논밭뙤기들이 마치 강물처럼 보였다 눈때문에 그리 보였던것이다. 민주지산을 올라갔다. 민지지산쪽길은 조금 미끄러웠다. 이땐 이미 아이젠을 벗었다. 빙판이 아니기에 신을 이유가 그다지 없었다. 스틱이있었으니. 안부에 서니 민주지산으로 오르는 이들이 뒤뚱거린다. 약간의 가파름이 눈길때문에 어거정거리는거였다. 내려오는 이와 올라가는이의 소통이 원할하지가 않다. 교통 마비는 아니지만 부딪힘이 있었다. 조심해야할듯. 이런데서 안전사고가 나는것임을 ...

민주지산엔 사람들이 좁은 봉우리에 올래돌래 서서 사진찍느라고 난리다. 도무지 비켜서주지도 않거니와 무조건 표지석에 앉아서 찍어야했다. 뭐 그리 꼭 찍어야하겠냐마는  남는게 사진이라 기어코 찍었다. 사진에 목숨건사람같다. 찍고보니 웃습다. 금방 사람들이 사라지고 조용하다. 하핫. 참..마음이 급해서 그렇다 기다릴줄 모르는 마음때문에...얼른 일행을 따라가야한다는 조급한마음만 다잡았던것이다.

멀리 우리들이 가야할 산행길과 가보지 못한길들을 돌아보며 화면을 담았다. 날씨는 좋았다. 다시 되돌아 내려와 석기봉으로 향하는 길로 가다가 점심을 먹었다. 이미 1시 20분경이었다. 배는 무척 고파있었다. 등산화로 눈을 쳐내고 바닥이보일 즘 자리를 폈다. 그위에 방석을 깔고 앉아 죽을 먹었다. 다시 뜨거운 물 부어놓은 컵라면을 먹으니 배가 부르다.

산머루주도 꺼냈다.

배가 고파서 먹을땐 몰랐는데 술을 꺼내니 갑자기 죽은이가 생각난다. 의식적으로 피하려고했는데 생각은 조용할때 찾아든다. 한잔만 마시려고했는데 서너잔 주욱 들이켰다.  

훠이훠이..잘 가시요~ 

흰눈위에 있으나 도시속에 있으나 그대 눈엔 거리감이 없을것이니 여기서나마 인사하오.

그래서 술을 조금 더 했다. 약간의 취기가 느껴졌다.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게 너무도 쉬워보였다... 좀더 살아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고 고등학교 들어가고 대학 입학합격정도는 하는걸 보고 가야 하거늘 어찌 이리도 일찍 가버릴까...

속으로 중얼 거리며 약간 비틀거렸다. 스스로도 느껴졌다. 산위에서 비틀거리면 위험했다.

산에선 술은 마시는게 아니었는데 혹시나 추우면 몸 데우려고 가져간 술이었는데 이렇게 이런 기분으로 마시게 될줄 그 누가 알았던가...

산에서는 생각안해야지 했는데 ... 발길을 멈추니 내 의지하고는 달리 생각이 크게 확대되었다. 옆사람이 술고만 먹는게 어떠냐고 말하는 바람에 자중했다. 내가 술꾼이었던가?%  씨익웃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시간맞춰 부는 칼바람같았다. 자켓 모자도 쓰고  목도리를 꺼내 두르기도 하고 마스크를 하기도 했다. 몸도 둔하고 술도 했응게 걷는게 영~ 마땅 찮았다. 스스로 위태하다고 자위해서그런지 좁은 외길을 잘도 걸어갔다. 어느시점에선가  오줌도 마려웠다. 능선은 너무 좁아서 옆에서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참고 참고 참고 가다가 약간의 여유가 있는 장소에서 실례를 했다.

마 못본척 하고 갈것이지 기어코 나에게 말을 건다.

안내산악회 충무격인 여자가 석기봉을 갈거냐고 묻는다. 시간은 이미 3시를 넘어섰기 때문에 이즈음에서 하산을 독려하고픈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오줌을 누고 일어서고 옷입을 때까지 말을 걸고 석기봉까지 안갔으면 하는 말을 이었다. 내가 목표한 지점은 삼도봉까지인데 적어도 석기봉은 다녀와야지..했다. 시간을 보니 충분할것 같았다. 삼도봉은 포기한다해도 석기봉은 가야할 듯...의지를 확실히 밝히니 내까지는 석기봉 가도록 해준단다.. 뒤에 오는 분들은 무조건 하산을 시키기 위해서 그 지점에서 통제할 모양이었다.

각호산은 밟지도 못했지만 석기봉, 삼도봉은 다녀오리라 생각했는데 삼도봉마져 포기해야할 것같다. 석기봉 오르는 길 앞에서는 우회하는길도 있었다. 우회는 무슨...밧줄타고 올랐다. 눈은 쌓였으나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바위란 참 묘한 재미를 준다. 오르락 내리락 비좁은 틈사이로 아니면 비스듬한 아슬한 곡예도 경험하게해준다. 이 주변에 미륵불이 있다는데 찾을 엄두는 못낼것 같다. 석기봉못미쳐 눈이 쌓인게 이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이런 변괴가 ...디카가 없다. 우짜노 다시 내려갔다. 넣는다고 넣은것이 그만 흘러버렸던 모양이다. 헐래헐래 내려가니 다행히 다른 일행이 내 뒤를 밟았기에 디카를 주웠다고 전해준다.. 참말로 디카가 내손에서 영영 사라질뻔도 했다. 

석기봉에서 한컷하니 날이 흐리다..바람눈인가 했더니 정말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이었다.

하하..뭣..바람눈? 나무에 쌓였던것이 바람에 의해 흩날리는 눈이 아니었던것.

석기봉까지 오니 3시 30분이 지난다. 다섯시 까지 버스에 합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울렸다. 도무지 삼도봉은 가볼 엄두를 못낼것같았다. 눈길만 아니면 우찌하더라도 갈긴데 . 눈길이라 양보하기로 하고 눈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하산하리라 맘먹었다. 팔각정이 있어 한방찍고 내려오니 선두쪽에서 우리 내려오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삼도봉을 갈건지 궁금했던 모양...저들도 안간다는 말을 듣고는 안심하고 하산했다. 내 뒤에는 마운틴클럽팀은 없었기때문이다. 내려오면서 일부러  눈위에 뒹굴기도 하고 그렇게 드라마찍는 사진도 아니면서 찍어달라고 폼 잡으면서 내려오다가 잠시 일행히 쉬자고 하는게 아닌가...나는 계속 움직여야 했었는데...다시 생각 안하려고 했던 일이 머리속을 헤집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동작이 흐트려지는 내 자신을 추스리며 동료에게 생각 좀 안하게 아무이야기나 좀 하라고 했다.

내 사정을 아는 지라 곧바로 서울서 교육받으면서 등산했던 이야기를 줄줄줄 늘어놨다. 이야기를 집중하며 내려오니 눈은 더욱 굵어지고 하산을 완료하니 5섯시 10분이었다.

민주지산..그 하얀눈위에 그분의 영혼에게도 인사했다. 잘 가시라고.

민주지산.. 이 해의 마지막 산행이 될듯한 일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눈꽃이 이쁘게 핀건 아니었지만 눈이란 이토록 잠시나마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고 잊게하고 뒷일이야 늘상 있는일이니 순간만큼은 마음을 환하게 해준다...눈구경은 잘했다. 내년엔 다른 눈산행을 꿈꾸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칠곡휴계소에서 얼굴 도장하나 찍고는 구서동지하철역사 앞에서 내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위해서 맥주와 땅콩을 사들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귀가했다.

[클라리넷]

사연이 담겨있는 산행후기를 읽고 때로는 가슴이 찡하다가..또 후기읽는 재미에 빠지다가...설해님..잘 읽었습니다. 송년산행이 된듯한 민주지산....이번에는 산행 발걸음이 조금 무거우셨겠습니다..............

[늘뫼]

이날은 근무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어 멀리서 구경만 해야 겠네요.......성공하시기만 빌겠습니다.

[육진주]

후기를 읽으면서 짠하던 마음이 방긋 웃고 찍은 사진에서 참으로 기억에 남을 산행을 하셔구나 싶어 내심 축하드립니다~!! 멋진 후기 즐감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클라리넷]

글올리신 날짜는 05/12/28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