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초입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신태인.
어쩌면 신태인이란 고장은 아예 형성되지도 못할 뻔했다.
호남선이 부설되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말 그대로 '새로운(新)' 마을이다.
일제가 호남선을 부설하면서 두 가지 경로 (익산-김제-정읍, 전주-원평-태인, 정읍)으로 고민하였는데,
이 때 태인 주민들이 자신들의 고장으로 철도가 들어오는 것을 결단코 반대해,
결국 태인에서 서북쪽으로 6km 정도 떨어진 외딴 곳으로 철도를 놓게 되었다.
따라서 철도가 신태인이 아닌 기존의 태인으로 들어갔더라면 형성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존 태인에 있었던 기능을 뺏어오며 크게 번창하였던 신태인.
부안, 정읍, 태인 세 지역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크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광복 이후 신태인 지역에 거의 투자가 없다시피 하여,
신태인은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고 다시금 후퇴하게 되었다.
매표업무마저 중단되어 건물만 덩그러니 버려져 있는 신태인터미널이,
현재 신태인읍의 쇠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차츰차츰 타 지역으로 연결되는 시외버스 편수가 감축되어 이제는 시내버스 경유지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한 때는 북적이며 굉장히 번성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고요히 옛 영화를 그리는 중이다.
신태인터미널 주변의 정경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주변 면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단층의 오래된 건물들 뿐이다.
신태인에서도 번화가 지역(읍사무소, 역)과는 거리가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썰렁한 거리가 더욱 휑하게만 보인다.
신태인역에서는 그래도 약간은 읍의 분위기가 나지만,
터미널 근처에서는 전혀 읍내의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보통 터미널이라 하면 주변 지역에서 가장 큰 도로를 옆에 품기 마련인데,
신태인터미널을 그와 정반대로 동네 골목길 사이에 조그맣게 숨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터미널을 찾는 일이 바늘구멍 찾는 것만큼 어렵다.
오죽하면 이 근방에서도 터줏대감 몇몇 노인 분들을 제외하면,
터미널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곳이다.
그래도 명색이 버스터미널인지라 택시승강장의 구색은 갖추고 있다.
사람 하나 없는 길거리의 수많은 택시들이 너무나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신태인터미널은 2층으로 된 네모 반듯한 건물이다.
하지만 영업상의 어려움으로 2층의 노래방과 교회는 폐쇠되었고,
1층에도 표를 파는 사람은 모두 철수해 버렸다.
사람이라곤 먹을 것을 파는 매점의 아저씨 뿐이다.
그나마 노인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정다운 얘기를 나누고 있어,
신태인터미널은 그리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한 때 버스를 기다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웠을 대합실도,
현재는 기다리는 사람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한 기운이 감돈다.
이 곳을 지켜주었던 주민 분들의 대부분은 타지로 이사를 가거나 정읍으로 가서 버스, 열차를 이용한다.
매표업무이 중단되었지만, 무인자판기가 있어 그나마 매표업무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90분~1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전주행과 하루 7회의 부안행을 제외하면,
타 지역으로 가는 버스는 거의 전멸되다시피한 상황이다.
거스름돈과 표가 나오는 곳이 저렇게 이물질로 막혀있어도 치우는 사람 하나 없다.
뭐 어차피 정읍은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김제나 익산은 열차를 이용하면 되니까...
사실상 '시외버스터미널'로서의 신태인은 거의 기능이 정지된 셈이다.
시외버스가 전멸한 대신 시내버스는 아직까지 활발히 운행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버스가 정읍 시내로만 연결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산 너머 칠보면으로 가는 버스도 운행하고 있고,
1번국도와 호남고속도로가 있는 태인과 원평으로 가는 버스들도 있다.
직행버스보다는 시내버스가 주로 운행하는 곳이지만,
시내버스 또한 종점 역할보다는 중간 경유지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그 때문인지, 넓디넓은 주차장에는 주차된 버스를 찾아볼 수 없다.
주차된 차 하나 없는 주차장이 왠지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신태인터미널은 건물에 박힌 승차장이 따로 없고,
건물과 따로 떨어진 주차장 왼편 구석에 정류장 형식으로 마련되어 있다.
사실 버스가 이 쪽으로 들어오는 경우보다는 건물 바로 앞에서 회차해서 바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더 많기에,
실질적으로 대합실 역할을 한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터미널 주차장 바로 옆에는 이름 모를 버려진 건물이 있다.
굳이 이 곳뿐만 아니라 호남 대부분의 시골엔 이렇게 쓰러져 가는 건물이 상당히 많다.
호남 중에서도 가장 인구 유출비율이 심했던 호남평야 일대 지역...
그 호남평야의 중심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신태인...
한 때 한반도의 식량창고라 불리우며 위상을 널리 떨쳤던 전성기를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안타깝지만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철도가 부설되면서 한 때는 반짝했던 곳,
그러나 지금은 다시 쇠락하여 제 모습을 잃어가는 곳...
시대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유동적인 운명을 타고난 곳.
그리고 그 앞에 서서 다시 부활할 날만 꿈꾸는 곳.
바로 신태인, 그리고 신태인을 대표하는 조그만 간이터미널이다.
첫댓글 쇠락해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군요
가게가 다 문을 닫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