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울프
WHO 사려 깊고 야성적인 늑대인간 윌랜달(잭 니콜슨)
GIFT 보름달이 뜬 밤의 와딴 시골. 윌 랜달은 차를 몰고 가다가 우연히 늑대에게
팔을 물리고 만다.
그 후로 윌은 점점 늑대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의 시각과 청각은 더욱 예민해지고, 그 안에 내재된 야만성은 오히려 권태로
은 일상을 180도 바꿔놓는다.
아내의 불륜을 밝혀내고, 새로운 연인 로라와 격렬한 사랑에 빠지며, 소심했던
과거는 떨쳐버리게 된 것. 새로운 삶을 맛보았는데 그깟 실직이 대수냐?
CURSE 그깟 실직은... 대수다.
문명사회에서 설자리를 잃는 게 얼마나 절망적인 일인가. 모든 쾌락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점점 피에 굶주려가는 윌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야생
으로 돌아가든지, 죽음을 택하든지
7. 구미호
WHO 꼬리 아홉 달인 반 인간, 반 여우 하라(고소영)
GIFT <전설의 고향>에서 무수히 반복, 복습되었던 구미호가 영화로 오면서 멜로의
주인공이 되었다. 당연히 사람 간을 빼먹는다거나 닭을 산 채로 잡아먹는 등의
추접스런 짓은 하지 않는다.
구미호 하라는 사람이 되기 위해 999년째 인간 세상을 떠돌며 쓸 만한(?) 놈을
찾고 있다. 마침내 걸려든 청년 혁(정우성).
욕망보다 참된 사랑을 쫓던 하라는 잠시 동안이지만 그림같은 집에서 꽃같은
로맨스를 펼쳐 나간다.
CURSE 애틋한 사랑인지, 청승인지. 한참 뜸을 들이던 구미호 결국 인간이 되지 못한
다. 대신 저승사자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빠진 혁에게 자신의 마지막 정기를
주고 세상을 떠난다. 2000년대에 보기엔 참 거시기한 신파지만, 원래 구미호
설정이 그렇다니 뭐...
8. 플라이
WHO <플라이>의 파리인간이 된 과학자 세스 번들(제프 골드블럼)
GIFT 축복은 무슨 축복 ! 여우도, 늑대도 아닌 지저분한 파리로 변해버린 마당에!
CURSE 과학자 세스는 생물체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전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하나둘씩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는 최후의 실험대상으로 자신을 선택
한다.
그러나 실험 도중 갑자기 들어온 그놈의 파리! 해괴하게도 인간과 파리의
유전자가 뒤섞이면서 세스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갑자기 단 것에 집착
하고 등에서 뻣뻣한 털이 나기 시작하더니, 치아를 비롯한 몸의 일부분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급기야 세스는 거대하고 흉측한 파리가 되어 고통에 울부짓는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한 가지. 그를 파멸시킨 건 인간의 호기심일까. 극한의 문명일까?
9. 청사
WHO <청사>에서 인간이 되길 갈망하는 백사 백소정(장만옥)과 청사 소청(장만옥)
GIFT 천년 묵은 백사와 500년 묵은 청사 자매는 인간이 되길 꿀꾸며 속세로 들어온
다. 아름답고 요염한 여인으로 변신한 이들, 서당 훈장 허생과 정을 통하는데,
그 교태로움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요물만이 아니었다. 백사는 허생과의 사이에서 후손을 낳았다.
청사는 선의를 베푸는 과정에서 인간의 이면에 대해 깨닫게 된다.
CURSE 유교적 관념이 투철한 시대에, 두 자매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다. 인간이
되지 못한 이들은 결국 사악한 무리와 헛된 정념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는 것
이다.
대체 인간이 뭐길래! 선과 악이 뭐길래!
10. 붉은 돼지
WHO <붉은 돼지>의 마법으로 돼지가 된 파일럿 포르코 로소
GIFT 1차 세계대전 시절, 포로코는 이탈리아의 유능한 공군이었다. 그러나 그는 파시
즘과 전쟁의 횡포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깨닫게 된다.
포로코는 전쟁의 참담함을 잊기 위해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로 변하고, 무인
도에서 홀로 살아간다. 커티스와의 치열한 공중전 때문에 잠시 골치 아팠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에서 낭만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인간의 얼굴을 포기한 대신, 인간의 마음을 선택한 것이다.
CURSE 포르코의 인간 시절 모습을 이제 사진 속에서만 존재한다. 빛바랜 사진처럼
찬란했던 사랑과 추억도 모두 옛 이야기라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