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우리나라에는 시베리아로부터 많은 철새들이 날아 오기 시작한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새가 있는가 하면 머물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 가는 철새도 있다. 높이 나는새가 잘 본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새들은 높이 오른 후 기류의 방향을 감지하여 자유로운 비상을 한다. 사람들도 먼 거리를 떠나려면은 여러날을 소비하며 양식을 준비하고 의복을 춘하추동 짓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음 떠나야 문제가 안생긴다. 반나절의 원족을 다녀 올 사람은 도시락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구만리를 떠나려면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철새들은 이동하기 위하여 에너지를 축적을 시작으로 몸을 만든다. 우선 지방을 축적해 놓아야 비행 시 유용하게 사용하며 날아 갈 수 있다. 새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효율성을 가진 새는 1g의 지방으로 200km를 날아간다. 새들은 비상하기 전부터 자신의 체중 10% 이상을 지방으로 저장한다. 이동하는 거리에 따라 자신의 체중에 비례하여 지방을 저장하는데 구만리를 넘어 날아야 하는새는 50-100%의 지방을 저장하고 단거리를 이동하는 새는 20-40%가 적정 수준이다. 반면 독수리나 매 종류는 15%를 넘지 안토록 신경써서 저장한다. 그래야 민첩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새는 심장, 간장 등등 내장 주변에 지방을 저장하고 하복부와 쇄골에 지방을 저장한다.
새들은 이동초기에는 혈액과 간에 들어 있는 당만으로 에너지로 사용하여 날아 다닌다. 그러나 당이 고갈되면 즉시 지방을 끌어내 사용하며 비행거리를 늘려보지만 그 역시 고갈되기 마련이다. 고갈 즉시 3차 에너지인 근육속에 깃든 단백질을 사용하는데 이때 새로서는 위기의 시간이다. 비행속도는 줄어 들고 지구력의 한계에 도달한 새들은 죽기 시작하는 경우가 바로 이때다.위험 시기가 느껴지면 새의 리더는 즉시 에너지를 보충할 장소로 임시로 내려 앉아 1-2주간 체중을 늘리는데 그런새들을 우린 나그네 새라 부르는 것이다. 아주 잛은 시간 동안 축척하는 지방의 량은 체중에 40-50%를 차지 한다. 지방이 다시 저장되었다고 판단되면 리더 새는 선두에 서서 다시 비상한다. 이 때 리더 새는 속도를 일정하게 조절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먼거리의 목적지를 향해 날아 가는 것이다. 철새 대부분은 시속 22- 60km 유지하며 날지만 오리는 80-100km의 속력을 내면서 힘차게 나는 특징이 있다.
새들은 비상하면서 무리지어 날고 그들나름의 형태를 유지하며 날아가는데 동렬편대, 복종렬편대, 괴상대형 으로 날아간다.
철새들이 무리를 이루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항공역학적 효율이 좋기 때문. 철새들이 V자 대형을 짓는 것은 이런 대형이 유체 역학적으로 가장 장거리를 날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철새들의 V자 대형은 양력을 잘 받게 해준다. 장거리 여행을 하는 철새들에게는 에너지를 가능한 한 줄여 공중에 오래 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V자 형태를 취하면 맨 앞에서 날갯짓하는 철새에 의해 공기의 흐름이 생기는데 이 흐름을 이용하면 뒤쪽의 철새는 보다 작은 날갯짓으로도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실험 결과 V자형 편대 비행을 하는 새는 홀로 날아가는 새보다 에너지를 11~14%나 적게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열기포 탐색이다. 일부 새들의 이동 여정은 열기포를 이용해 상승하는 시간과 열기포 사이를 활상으로 날아가는 시간으로 나뉜다. 무리를 이루면 한 마리일 때보다 열기포를 찾기가 더 쉬워진다. 한 마리가 나선형을 그리며 상승하면 다른 새들이 날개치기 비상으로 그 열기포를 찾아 합류한다.
셋째는 이동항로를 발견하는 데 수월하기 위하여 대형을 만드는 것이다. 보통 새들이 리더는 몇번의 이동 경로를 경험한 새가 담당하는데 리더새는 미숙하고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 새들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이동경로에 따르도록 한다. 그리고 어느때에는 다른 새들의 이동경로를 받아 들이는 경우도 있다. 가을이 깊어 가는 지금, 한강중심을 나르며 미사리 강변 숲에 내려 앉는 철새들을 보는 순간 에너지 보충하려는 의도를 알고 가을 철새 비상과 관련한 글을 적어 본 것이다. 불가에서는 천지동근(天地同根)이란 표현 자주 사용한다. 하늘과 땅은 같은 뿌리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아주 정확한 말이다. 하늘과 땅은 서로 순환하면서 만물을 키운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결실을 맺어 놓은 것을 생명의 에너지로 사용하며 주어진 시간만큼 사는 것이 바로 생명을 지닌 체(體)들의 운명이다.그리고 생명체들의 생존본능은 흡사하다. 환경만 조금 틀릴뿐이다. 사람들도 가을이 오면 생리적 변화가 찾아 오고 겨울은 겨울에 적응할 수 있는 생리적 변화가 온다. 그 생리적 변화에 적응하려고 입고 먹고 자는 곳곳에 새들처럼 준비해야 한다. 새들의 비행을 발견하고 우리들도 에너지 보충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정신적, 육체적, 환경과 그 밖의 일들에게 가을과 겨울에 합당한 에너지를 불어 넣어야 한다. 신앙심에도... 프란치스칸으로서의 자질에도 새로운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 그래야 길고 긴 엄동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은 하늘에도 있다. 땅위에 가을은 단풍과 낙엽과 결실로 이뤄지지만 하늘의 가을은 높아지고 열기가 물러선 높아진 공간 사이로 철새들이 이동하고 맑은 이슬을 모아 두었다 새벽에 뿌려 준다. 그리고 그 사이로 겨울의 한파도 몰려 오고 눈 가루를 쌓아 두었다가 내려준다. 백설이 난분분하는 모습은 세상을 설경과 더불어 아름답게 구성해 준다.지상을 메마르게 하지 않기 위한 하늘의 선물이다. 최소한의 물기를 주어 봄을 건사하려는 의미다. 자연은 참 섬세하다.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엮어 준다. 그래서 자연이라 하는 것이지.... 스스로 이뤄 나간다는 자연! 우린 지배자가 아니라 관리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그것도 겸손한 관리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