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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악산 솟때봉 탐사기 *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5시 30분! 창가로 가서 하늘을 보았다. 유난스레 날씨가 쾌청했다. 전날 부탁을 해서 그런지 부엌에서 사골 국물에 계란 후라이 를 준비한 옆구리가 아침 식사를 권한다. 오늘 따라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풍생고교 정문에 도착한 시간은 6시 55분. 구절초님, 제비동자님이 벌써 와 있었다. 현부회장님과 같이 뱀이 도망할 무장을 해댔다.(담배 핌) 교문 옆 화단에는 아직도 선회풀(메꽃)이 소담스레 피어 있었다. 러시아(브리아티아) 처녀 다리마도(2년 전 우리가 몽골-러시아 바이칼호수 야생화 탐사 때 가이드였음) 왔고, 수원 호매실동에서 고문님도 오셨고, 의정부에서 첫 차를 타고 온 범부채님도, 분당 춘란회(cafe.daum.net/bnan) 회장님, 황 선생님도 오셨다. 설레는 가슴 앉고 7시 30분에 출발했다. 어른 14명(남 7명, 여 7명), 아이 3명! 15인승 봉고에 몸을 맡겼다. 운전은 베테랑 구절초님!
문막 휴게소에 도착해 볼 일을 보고 나오는데 커다란 화분에 야생화가 보였다. 천일홍! 귀화식물로서 백일홍보다 오래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 토끼풀처럼 생겼으며 색은 주홍색. 꽃이 시들지 않아 꺾꽂이로 쓰이는데 꽃집에서 인기가 좋다. 회장님이 교대해 운전대를 잡고 산으로 산으로 향했다. 기분이 좋아 간식으로 찐 계란, 오징어포에 술을 쬐깐 했다.
오전 10시가 채 안되어, 솟때봉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머리를 때리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엉겅퀴! 한국 특산식물(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자생하는 독특한 식물)로 가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마음은 꽃에 가 있는데, 먼저 단체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운전과 사진은 구절초님이 전문이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꽃이 눈에 와 박힌다. 각시취, 산오이풀, 좁쌀풀, 산여뀌, 개미취, 쑥부쟁이, 개미취, 참취, 마타리, 고들빼기, 쇄서나물, 등골나물, 고마리, 수리취, 미역취, 조밥나물, 두메부추, 꽃며느리밥풀꽃, 나도송이풀, 자주꽃방망이, 양지꽃... 군데군데 철 지난 고사리가 널 부러져 있고, 씀바귀는 노랑 옷을 입고 여기 저기서 우리를 오란다. 우아! 큰용담이다. 우리 회원들은 뜀박질하듯 단숨에 용담을 에워쌌다. 웅담보다 더 쓰다하여 상상의 동물인 용의 담이라 이름을 붙였것다. 사진을 찍고, 쓰다듬고, 냄새도 맡아 보고, 아쉬워하며 자리를 옮겼다.
처음 오신 분당 춘란회 회장님은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죄송) 눈길을 멀리 두고 대열에서 이탈하려 하신다. 난(蘭) 구경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황선생님이 관절염에 좋다는 구룡초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선보인다. 이파리가 할미꽃을 닮았다. 짚신나물, 뱀무 잎사귀와도 흡사했다. 12시!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 김밥, 45도 러시아 양주,(이것 때문에 그날 난 맛이 갔다) 토마토, 소주, 마른안주, 고추, 김치, 된장, 족발... 그리고 내가 준비한 취나물 주(酒 ) 1년생 1.8 리터! 빅카드... 훗훗...
갑자기 6월 양평 탐사 때 술 고파 하던 천남성, 술패랭이, 제비동자님이 생각났다. 집행부에서 술 먹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삼겹살은 겁나게 준비를 했는데 술은 아예... 그래도 그렇지... 탐사 후 한 잔 쭉~ 월매나 좋은디~ 쩝~
저만치 앞장서던 고문님이 구부리고 앉아 우릴 기다리셨다. “저 꽃은 뭐지?” “예! 으아~ 물매화네요!” 자연에서 물매화는 처음이었다. 우리 일행 모두가... 술패랭이도 뛰어와 탄성을 질러댄다. 어쩜 저리도 예쁠까?
산행을 좋아하는 춘란회 회장님도 산행을 마무리하고 내려오셨다. 역시 구절초님의 능숙한 운전 솜씨로 무사히 성남에 도착했다. 우리의 호프 회장님이 차를 반납하고, 돼지 갈비 집으로 합류를 하셨다. 이러 저러 흐뭇한 웃음으로 탐사를 마쳤다. 술도 얼근하고 심신이 피로해 집으로 가려는데...
술패랭이! 이런 화상 보았나? 오늘은 모란 장날인데, 러시아 처녀 다리마에게 재래 모란장을 구경시켜야 된단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또 술집으로 끌려갔다. 오늘 따라 술이 취하는데...어캐 집에 왔는지...
다음부터는 술 욕심을 버려야겠다. 눈을 감아도 물매화, 각시취, 고려엉겅퀴, 마타리...어휴... 선~하다.
아주 대단히 즐거운 탐사였다.
2004. 9. 21 천남성
첫댓글 러시아 처녀 다리마 님이 난 너무 신기했다. 특히 그녀의 나라가 소련에게 보호를 요청해서 자연스럽게 식민지 아닌 식민지가 된 과정이 넘 신기했다.
행복한 시간 보내고 오신것 같네요..화사한 모습들이 보기 좋습니다..
아직도 다 못끝내셨어요? 너무 느리다......
병원에 문상 갔다오고.. 쓰기는 했는데.. 마타리님의 글에 치여서...
그럴 거예요. 마타리님의 글은 명문이었어요
수정하려 했는데, 글발은 시원치 않아도 그냥 썼던 것 올릴께요. 마타리님과 비교하지 마시죠.^^
천남성님, 감사. 천남성 님은 혼자만 아는 것 같아 속으로 아쉬워했는데, 이렇게 지식을 공유하면 여러 사람에게 득을 주잖습니까. 시간내서 찬찬히 잘 읽어보겠습니다.
아휴 챙피...그날 우리가 이렇게 많은 야생화를 봤었나??? 정말 큰앵초 한심하죠...큰앵초는 아직도 솟대봉 탐사 뒤정리를 못했는데v.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