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12월초 ~ 1월말까지가 적기인 굴은 남성들의 정통 스태미너 식품으로, 여성들에게는 피부 미용에 좋은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굴"에 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이 충남 보령시 천북. 이곳은 "굴구이 마을"로 유명하며 인근 갯벌에서 채취한 탱글탱글한 자연산 굴이 그 인기 비결인 곳이다.
이곳을 찾아오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서해안 고속도로 홍성 IC에서 40번 국도로 갈아타고 천수만 방면으로 계속 달리다 천수만 방조제를 건너와 장은리 방면으로 진행, 신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천북굴단지'에 도착한다. 지리상으로 이곳은 안면도와 마주하고 있으며, 대하축제가 벌어지는 남당리의 조금 남쪽에 해당한다.
경위도 좌표는 E 126-29-12 N 36-30-19 이며, 아이나비에서는 "천북굴구이단지"로, 맵피에서는 "굴구이단지"로 검색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가 편리한 편이다.
천북굴구이 단지에는 그 이름대로 굴구이집만 100여곳이 성업 중이다. 바로 옆 장은리 앞바다의 드넓은 뻘밭에서 '자연산' 석화(石花)를 채취해 전국에서 몰려온 미식가들을 즐겁게 한다. 이중 고래굴집이나 천북수산등은 필담좋기로 유명한 여행가들의 글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집들이다.
이곳의 굴구이는 번개탄(조개탄) 위에 석쇠를 깔고, 그 위에 석화를 통째로 올려놓고 굽다가 살짝 틈새가 벌어지면 칼로 반을 갈라 마저 구워 먹는 방식. 자연산 석화이다보니 큰 석화 옆에 작은 군소 석화들도 많이 달라붙어 있어 이들을 통째로 굽다 보면 여기 저기에서 "뻥~뻥~"하고 터지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 "뻥~" 소리는 다 익었으니 먹어도 좋다는 반가운 신호. 석화가 石花(돌 꽃)인 이유는 '하얀 굴이 돌 안에서 핀 꽃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 그대로 칼슘이나 철분, 아연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동물성 단백질과 비타민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굴구이는 자연산 생굴의 비릿한 향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특히 이곳의 자연산 굴은 비린내는 적으면서 향긋한 바닷 내음은 강해 전국적으로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익히는 정도에 따라 맛의 변화도 삼상치 않은데, 살짝 익히면 굴 비린내가 약해지는 대신 달콤한 감칠맛이 올라와 착착 혀에 감기는 맛이 소주와 함께 일품이며, 완숙으로 익히면 구수한 맛이 깊어져 어린이들도 즐겁게 먹을 수 있다.
천북의 자연산 굴과 일반 양식굴의 차이는 흔히 그 크기와 굴 둘레 검은 테두리 색상으로 구분한다. 자연산 굴은 양식굴에 비하여 그 크기는 다소 작은 편이며 모양은 타원형을 띈다고 한다, 굴 둘레의 검은 테두리도 보다 얇고 색상도 갈색조에 가깝다. 반면 양식굴은 굴 둘레의 검은 테두리가 굵직하며 색상도 짙은 검은색을 갖는다.
그러나 수산 전문가들은 영양학적으로 자연산굴과 양식굴은 거의 차이가 없으며, 굴 자체가 생명력이 강해 갯벌에 바위같은 고정물만 있으면 스스로 씨를 뿌리고 달라붙어 자라나므로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한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양식굴은 계속 바닷물에 잠겨 있는 반면, 자연산 굴을 썰물 때면 뭍에 들어나는 정도. 실제로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에서 자연산굴이 발달한 이유는 굳이 전문적인 양식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갯벌에서 직접 사람 손으로 캐내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곳에서 굴구이는 커다란 대야에 담겨 나오는 4인분이 2만5000원선이며, 식사로 굴밥이 6,000원, 굴 칼국수가 3000원 정도이다. 굴구이와 소주를 거나하게 걸쳤다면 해장을 위해 굴탕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굴탕이란 동치미 국물에 식초, 설탕, 고춧가루로 매콤 달콤하게 맛을 낸 후 여기에 국수를 넣고 채를 썬 오이와 당근을 고명으로 얹은 후 생굴을 듬뿍 넣은 해장 음식. 과음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시원하게 뚤어주는데 그만이다. 이곳의 석화와 생굴은 택배로 전국 판매도 하고 있다고.
굴구이 마을에서 식사를 마쳤다면 인근 장은리 포구를 둘러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밀물 때에는 바닷물이 넘실대며 배가 일렁이는 평화로운 작은 항구로, 썰물 때에는 넓은 갯벌 위에 호미로 석화를 채취하는 아주머니들의 구성진 노랫 소리가 들려나는 삶의 현장으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윗 사진에서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긴 섬이 바로 안면도이다)
또 하나의 보너스 포인트로서 천수만 일대의 철새를 관람하는 철새전망대(E 126-26-32 N 36-35-52)도 놓치지 말자. 멋진 일몰과 동전 망원경을 통해 관람하는 철새들의 바쁜 몸짓 그리고 펄펄 김이 올라오는 뜨거운 컵라면 한그릇의 낭만이 있는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