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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임실사람들이야기 ♣ 원문보기 글쓴이: 제우스
임실 카페 소개 ~ 유행가 속의 비화-강진의 ‘땡벌
말벌과의 이 곤충엔 도무지 애정이 안 간다. 스스로도 이런 평가를 알아서인지 다른 벌과 달리 땅속에 집을 짓고 산다. 그래서 땅벌이다. 이 땅벌을 강원도 사투리로 땡벌이라 부른다.
친구가 없다 보니 성격도 비뚤어졌다. 귀염성이 있기보다는 오히려 도발적이다. 그런데 이 땡벌이 지난해부터 인기다. 분위기를 띄우는 데도 그만이다. 바로 가수 강진(사진)의 트로트 ‘땡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이 노래는 찬밥이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강진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나훈아가 이 노래를 만들고 불렀지만 주요 레퍼토리는 아니었다.
이 노래는 나훈아가 20여년 전에 작사·작곡한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강진은 나훈아를 찾아갔다.
그 역시 가수였지만, 유명세는 남의 일이었다. 당시 4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을 때라고 하니, 인기가 없기는 없었나 보다.
이때 아내가 나섰다. 강진의 아내 김효선은 희자매의 멤버로 한 때 ‘실버들’ 등을 히트시킨 여성 3인조 그룹 출신이다.
아내는 당시의 인연을 ‘미끼’로 나훈아를 찾았다. 원체 자신의 노래를 누구에게도 잘 주지 않는 나훈아지만 남편을 돕는 내조에 나선 후배의 부탁은 쉽게 거절할 수 없었나 보다. 그는 “노래가 너무 짧다”며 직접 녹음 디렉팅까지 해 줬다.
그때가 2001년이었다.
이후 강진은 적지 않은 시간을 이 노래와 함께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지난해, ‘땡벌’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KBS2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가수이자 연기자인 이승기가 어머니 역의 윤미라를 위로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컬투 콘서트’ 등을 비롯한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분위기를 돋굴 때 ‘땡벌’이 나온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람은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3류 조폭 병두 역을 연기한 조인성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땡벌’을 자신의 처지에 맞게 개사해 구성지게 불렀다. 결국 불행 끝, 행복 시작의 터닝 포인트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노래는 지난해 7월 21일 KBS2 ‘생방송 뮤직뱅크’에서는 주간순위 1위에 올랐다. 최근 괴소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땡벌’처럼 한방 날린 나훈아의 기자회견 후, 이 노래에 대한 관심 역시 커졌다.
돌아보면 노래 ‘땡벌’과 가수 강진의 성공 신화는 1986년을 관통하고 있다.
나훈아가 이 곡을 자신의 앨범에 수록한 때가 1986년이고, 강진이 가수로 데뷔한 때 역시 1986년 ‘이별의 신호등’이란 음반을 내면서부터다. ‘땡벌’을 리메이크하자는 아이디어와 리메이크 허락을 받아낸 아내와도 1986년에 결혼했다.
“아 당신은 못믿을 사람/ 아 당신은 철없는 사람/ 아무리 달래봐도 어쩔 순 없지만/ 마음 하나는 괜찮은 사람/
오늘은 들국화/ 또 내일은 장미꽃/ 치근치근 치근대다가 잠이 들겠지/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중략)/ 당신은 날 울리는 땡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길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땡벌/ 당신을 좋아해요 땡벌/ 밉지만 당신을 너무 너무 사랑해.”
볼품없는 곤충 땡벌과 보잘 것 없는 가수 강진, 누구도 돌아보지 않던 노래 ‘땡벌’은 그렇게 한 몸이 됐고 성공가도의 동반자가 됐다.
아참, 적지 않은 국군 장병도 1986년에 태어났을 게다.
오늘 조금 힘들어도 푸른 청춘들의 미래는 창창하다. 평균 이하였던 강진과 트로트곡 ‘땡벌’이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스포츠칸 2008.02.19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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