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곤하게 잠을 자다 준혁이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15분이다.
비몽사몽간에 준혁이를 살펴봤다.
그냥 겉으로 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준혁이는 귀가 아프다며 울고불고 난리다.
혹시 귓속에 벌레라도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할까?
빨리 준혁이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야 하나?
아님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좋을까?
잠깐 갈등을 하는데 위기탈출 넘버원이라는 방송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간혹 잠을 자다 귓속에 벌레가 들어가는 경우 응급처치법으로 빛을 이용하는 방법과 기름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파리처럼 밝은 빛을 좋아하는 벌레는 후레쉬를 비추어 벌레가 그 빛을 따라 스스로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바퀴벌레처럼 빛을 싫어하는 벌레는 빛을 비추면 더 귓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올리브유나 식용유를 부어 질식하여 죽게 한 다음 기름과 벌레를 밖으로 빼내는 방법을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준혁이 귓속에 후레쉬를 비추었다.
하지만 귓속에는 벌레가 보이지 않았고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올리브유를 가져와 귓속에 붓고는 벌레가 죽기를 기다리며 준혁이 귀에 내 손을 얹고 기도했다.
잠깐 기도를 하였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아프다고 귀에 손을 대지도 못하게 하던 준혁이가 금방 울음을 그치는 것이었다.
아직 아프냐고 물으니 이젠 괜찮다며 아프지 않다고 한다.
귓속에 벌레가 죽었나 확인을 하려고 준혁이에게 고개를 돌리라고 했다.
귓속에 부은 올리브유와 함께 벌레가 나오기를 기대하였지만 이번에도 벌레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귓속에는 벌레가 들어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프다고 울고불고 하던 준혁이가 기름을 붓고 기도를 하니 언제 울었냐는 듯 평온한 얼굴로 금세 다시 잠이 든다.
내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도를 이렇게 빨리 들어주시다니…….
기도응답을 직접 체험하기는 처음이라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얼떨떨했다.
너희 중에 병든 자가 있느냐 저는 교회의 장로들을 청할 것이요 그들은 주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며 위하여 기도할찌니라(야5:15)
병든 자가 있으면 장로들을 청해 기름을 바르고 기도해 줄 것을 부탁하라고 하셨는데 꼭두새벽에 장로님들을 청할 수도,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어 응급처치로 후레쉬 불빛과 올리브유를 사용하며 난 아무 능력이 없지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준혁이가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도하였을 뿐인데 정말 준혁이의 아픈 귀가 깨끗하게 나았다.
나를 통해서도, 내 기도에도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구나! 라고 감격하며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찌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막16:17~18)는 말씀이 생각났다.
출근하여 하루종일 그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응답을 받았다는 기분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저녁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치원에서 준혁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는데 중이염에 걸렸다는 것이다.
오른쪽 귀는 만성 중이염이고 새벽에 내가 올리브유를 붓고 안수기도한 왼쪽 귀는 급성 중이염이라는 것이다.
내가 괜히 준혁이 귀에 기름을 부어 급성 중이염에 걸린 것처럼 내게 뭐라고 한다.
아니 이럴 수가 있는가!
난 하루종일 내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여 주셨다고, 내 기도에 준혁이가 나았다고 들떠있었는데…….
아내의 전화 한 통에 내 기분은 한 순간에 다운되어 버렸다.
하지만 난 오늘 새벽 준혁이 귀가 아팠던 것을 통해 “내가 그 동안 생각하던 위기탈출 넘버원이 무엇이었던가”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잠시나마 내 기도를 통해 준혁이의 고통을 덜어주었던 것과 기도응답을 받았다고 기뻐했던 것에 감사하며 나도 신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아무 능력이 없지만 주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능히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또, 믿는 자들에게 나타나는 표적이 내겐 없을 이유가 없기에 나도 그런 표적이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예수님의 제자들도 처음에는 귀신들려 병든 아이를 고치지 못해 예수님께 어떻게 해야 저희들도 고칠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고, 예수님께서는 기도 외에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느니라 라고 말씀하시며 기도가 곧 능력임을 가르쳐주셨기에 나 또한 기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주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 있다면 그 사명을 감당할 능력도 함께 주셨을 것이기에, 난 오늘도 주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내가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첫댓글 이스라엘 백성들의 '애굽 탈출' 때, 무려 10 가지의 기적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경험한 것이 홍해에서의 위기탈출, 광야에서의 위기탈출 등등. 위기 때마다 부르짖었으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의 위기탈출은 '기도응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어김없이 기도응답을 받았지만, 결국 가나안에 들어간 것은 여호수아과 갈렙뿐이었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은 '믿음'이 없어 기도응답조차 받지 못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도응답을 받았어도 '믿음'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