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대회의 공식 기록이 나왔다. 3시간 08분 45초. 이로서 올해 들어 풀 코스 마라톤에 3회 출전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3시간 8분대이다. 동아 마라톤-3시간 08분 03초. 서울 마라톤-3시간 08분 41초. 여주 마라톤-3시간 08분 45초.
동아대회와 서울대회는 힘들게 완주를 했고, 사실 여주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달렸다. 그것도 종아리 수술도 하고 연습도 많이 못한 상태에서 즐겁게 달려 좋은 기록이 나와 내심 기분이 좋고 앞으로의 마라톤 열정에도 순기능의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같아서는 기 신청해 논 함평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싶지만, 처제의 결혼식도 참석하지 않고 마라톤에만 미친놈이란 말 듣기 싫어서 함평 대회는 포기를 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마라톤 대회는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이틀을 쉰 오늘, 종아리의 근육이 약간 경직된 것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몸 상태가 양호한 것 같다. 내일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 볼까??????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빗방울이 굵지 않고 가느다란 보슬비가 내리는 것이다. 비가 온다고 마라톤을 못 하진 않겠지만....
그 동안 빗속에서 달린 마라톤대회의 경험이 적지 않다. 눈보라 몰아치는 포항 호미곶 마라톤 대회도 그랬고 올 봄 동아 마라톤 대회도 비를 맞으며 달렸다. 한 겨울 추위 속에서도 달렸는데, 이까짓 비쯤이야 별 대수이겠느냐고 혼자 생각하며 모임장소로 향했다.
아침 6시 반. 쉼터 뒤에서 산성, 찍기, 형설공님과 만나서 형설공님의 차에 동승하여 여주로 향했다. 단연 오늘의 화재는 찍기님과 산성님의 마라톤 경쟁이였다. 두 사람은 노원 하프마라톤을 전초전으로 하여 오늘의 여주 마라톤 대회에서 서로의 명예와 한 턱을 걸고 대결에 합의를 했다.
경쟁을 제의한 것은 찍기님 쪽 이였다. 찍기님은 그 동안 무질님과의 경쟁에서 두 판을 연거푸 이기고 등등한 기세로 산성님을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선성님 역시 찍기님의 제의에 쉽게 동의를 했고,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날부터 서로를 제압하려는 신경전은 물론이고 훈련에도 박차를 가하였다.
다른 때와 달리 차안은 조용했다. 늘 그렇듯이 찍기님은 차에 타자 마자 맨 뒤 좌석에 자리를 잡고 수면을 취하였다. 나란히 앉은 나와 산성님은 서로의 컨디션에 대하여 몇 마디씩 주고받기도 하고 긴장 감을 풀기 위해 조크를 하기도 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는 가운데 차는 벌써 대회 장소인 여주 신륵사 관광단지에 도착을 했다. 출발 시간까지는 아직도 한시간의 여유가 있다. 스트레칭을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또 기록 칩과 배 번호를 다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나 이제 출발시간까지는 30여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출발장소까지 이동을 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주차장과 출발장소까지는 1km 정도 떨어진데다가 이동하는 러너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어 빨리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회 장에 도착하여 물품보관소를 찾아 짐을 맡기려니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출발시간에 늦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출발 5분전에 짐을 맡기고 출발선으로 이동을 하니 출발 2분전이다.
오늘 여주대회에서 풀 코스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은 대략 800 여명 정도되어 보인다. 적당한 인원이라고 생각되었다. 너무 많으면 달리는데 혼잡하고 너무 적으면 동반할 러너가 없어 외롭게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출발 카운터 다운이 시작되었다. 열.. 아홉... ... ... 셋... 둘... 하나. 출-발. 주자들이 손쌀 같이 달려간다. 그 사이로 나도 달린다.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쉼 호흡을 길게 한 번 하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덮인 구름사이로 보슬비는 여전히 쉬지 않고 내리고 있다.
1개월만에 달리는 풀 코스 마라톤이다. 연초에 2주 간격으로 풀 코스를 달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웠건만 집안의 대소사로 인하여 계획에 차질을 빚어 중간에 한번을 건너뛰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중간에 정맥류 수술을 한 것도 대회 참가의 기간을 길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오늘 대회는 나에게 있어서 무척 중요한 대회이다. 왜냐하면 정맥류 수술을하고 처음 참가한 대회이기도 하고 다른 대회에 비해 연습을 많이 하지못하고 참가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자칫 달리다가 치료 부위의 후유증이나 또는 연습부족으로 인한 대회 포기 같은 오점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이스 자체가 염려스럽고 조심스러운 것은 스스로를 제어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무튼 초반부터 느긋하고 여유 있게 달리기로 마음을 먹고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1키로 지점인 다리의 끝 부분에서 우회전을 하니 유도표시가 남한강변 쪽으로 향해 있었다. 시원하게 뻗은 남한강변 도로. 길옆에는 진달래, 개나리, 철쭉 등의 봄꽃들이 길게 열을 지어 피어있고 강물 위에는 새로 건조한 큰 목선이 유유자적하며 강물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환상적이고 신기로운 것은 여주 군청에서 마라토너들을 배려한 차원에서 그 배를 띄워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혹적인 단소 소리가 봄비와 강물과 그리고 역동 감을 보여주는 마라토너들의 행렬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남한 강변을 지나니 오르막 길이 나타난다. 호흡을 가다듬고 리듬에 맞추어 언덕을 씩씩하게 오르니 이제는 산길을 휘감아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나온다. 갑자기 주자들의 속도가 빨라진다. 나도 주자들 의 속도에 맞추어 발걸음을 빨리 해본다.
언덕을 내려가니 다시 평지가 이어지고 그러다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완만한 내리막과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또 그러다가 평지가... 여주 마라톤 대회 코스는 내가 달려본 국내의 어느 마라톤 대회 코스보다도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에 지루하지도 않고, 시골의 도로만을 달리니 공기도 좋고, 거기다가 강을 끼고 있어서 시원하기도 하고....
도로도 패인 곳이나 어긋난 곳이 없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교통 통제도 전 차선이 완벽하게 되어 달리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급수를 담당하는 학생들도 친절하였고 띄엄띄엄 있는 시골마을에서 나온 동네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응원도 그 어느 대회에서 느낄 수 없는 정감 이였다.
달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이렇게 좋은 환경, 좋은 마라톤 코스 에서 기록을 내지 못하면 어느 곳에서 기록을 낼 것인가?....... 일단 과부하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10키로 지점을 통과하고 시계를 보니 42분이 넘어간다.
그리고 20키로 지점 43분, 합계 1시간 25분, 그리고 반환 점을 1시간 30분에 돌고 나니 힘이 들기 시작한다. 연습부족의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속도를 줄여 페이스를 안정시킨 뒤, 앞 주자와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레이스를 하였다.
그러다가 15키로 미터를 남겨둔 지점부터 속도를 높여 앞에 가는 주자 5명을 추월을 하였으나 3키로 미터를 남겨둔 지점에서 두 명 의 러너에게 추월을 당하였다. 또 하나 여주 마라톤의 장점이라면 거리표지판이다.
대부분 대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이은 숫자로, 그러니까 25키로 미터. 30키로 미터. 40키로 미터, 이렇게 순차적으로 표기를 하는데, 여주에서는 남은 거리를 표시함으로서, 그러니까 30키로 미터 지점을 12키로 남음으로 표기를 하여 달리는 주자에게 심리적으로 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다르겠지만...
4키로 미터를 남겨둔 지점부터 내리막이 시작되어 골인지점까지 고저가 없는 평탄한 길이여서 달리는데 부담이 없었다. 사실, 풀 코스 마라톤에서 막판 5키로 미터를 남겨둔 지점부터는 기진맥진 하기가 일수다. 거기다가 오르막길이라도 딱 버티고 있으면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서 달려야 하며 기록단축은 고사하고 터벅터벅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구간에 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였지만, 오늘 여주대회 에서는 막판에 힘을 내어 달릴 수 있었다. 물론 두 명에게 추월을 당해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그 두 명의 주자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그러니까 키로 미터 당 4분 이내 페이스로 달려서 도저히 추월을 허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나는 막판에 힘을 발휘했고 그 속도로 골인 점까지 줄기차게 달렸다. 기록도 나의 예상보다 훨씬 잘 달린 3시간 9분으로 골인했고 몸 컨디션도 비교적 좋았다. 정맥류 수술부위에 대한 염려도 씻을 수 있었으며, 연습부족으로 인한 우려도 불식이 되었다.
비에 젖은 마라톤 복, 모자, 신발... 남들이 보기에 비 맞은 생쥐와 다를 바 없었으나 나의 마음만은 마라톤이 안겨다준 즐거움으로 충만 되어 있었다.
저 체온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아 얼른 짐을 찾아 옷을 갈아입고 찍기님과 산성님의 경쟁결과가 궁금하여 골인 점으로 같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전광판 시계는 벌써 3시간 31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벌써 골인을 했을 것 같은 생각에 기념품 배부 처와 물품보관소를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로 돌아와 보니 찍기님과 형설공님이 자리에 있었다. 결과를 물어보니 산성님이 1분 정도 일찍 들어왔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산성님이 도착하고... 일단 교통체증을 피해서 일찍 이동을 하여 마석에 가서 식사를 하자는 의견일치 하에 급하게 대회장을 빠져 나왔다.
마라토너인 아우토반님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칼국수와 만두로 대회후기를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하니 그 즐거움 또한 달리는 것 못지 않았다. 이 자리에 하니님과 허브님도 참석을 하여 분위 기를 돋구었으며, 찍기님의 한 턱은 다음주 중에 좋은 날을 잡아서 모이기로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보슬비는 아직도 여전히 내리고 있다. 이런 날은 집에서 파전에다 막걸리는 먹는 게 제일인데... 집에 가서 아내에게 빈대떡이나 붙여 달라고 하면 아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목요일 5키로 미터 달림, 금요일 5키로 미터 달림. ***************************************************************
4월 6일 일요일(21km, 48km)
노원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종아리에 있는 하지 정맥류 수술을 하고 나서 처음 나가는 대회이다. 아직 대회에 참가할 만큼 회복이 덜 됐는데도, 이왕 참가신청을 해 놓은 거 대회분위기라도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참가하기로 했다.
8시 10분에 찍기님과 집 앞에서 만나 홍유릉에서 남양주 건강달리기 모임 회원들과 조우를 한 뒤 대회장소인 삼육대학교로 이동을 하였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꽃 등등이 활짝 핀 사월의 초순, 환한 꽃들만큼 날씨도 화창하다. 마라톤 하기에는 정말 좋은 계절이다. 부픈 마음으로 삼육대학교 교정으로 들어갔다.
삼육대학교는 교정이 숲으로 꾸며져 있어 정말 공기가 쾌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종교학교(제 7안식일교회 소속)여서 우수학생 들을 많이 유치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대회 출발장소인 대 운동장으로 이동을 하였다. 벌써 런클의 중금달 회원들이 많이 와 있었고, 산성님과 건산님도 마라톤 복장을 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시 정각 드디어 출발...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교정 안으로 달려 들어간 뒤, 다시 반환하여 운동장 정문을 통과하여 태능 쪽으로 힘차게 달려갔다. 주자들의 달리는 속도가 빠르다. 숨소리도 거칠게 나고 발자국 소리도 둔탁하게 들린다.
속도를 적당히 잡아 뜀도령과 함께 달렸다. 육사의 정문을 가기 전 200미터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언덕길을 뛰어 올라갔다. 오늘의 코스는 언덕이 많았다. 최근에 언덕훈련을 많이 하지 않아서 인지 언덕을 달릴 때 무척 힘이 들었다.
공릉동을 지나 상계동 그리고 수락산역 입구까지 크고 작은 언덕이 계속 되고 반환점도 언덕의 끝 지점에 있었다. 반환하면서 시계를 보니 예상 시간보다 무척이나 늦은 시간이다. 아무래도 거리가 하프길이보다 길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앞 주자와 경쟁을 하면서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그런데... 골인 점 3키로 미터를 남겨두고 몸이 주저앉는 느낌이 들었다.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꾹 참고 달렸다. 몇몇 주자가 추월을 해 간다. 이럴 때가 가장 슬프다. 종아리 수술을 한 여파도 마지막에 나타나는 것 같다.
8키로 지점에서 뒤 쳐졌던 뜀 도령도 마지막에 추월을 해 간다. 거의 기진맥진하여 골인을 하였다. 하프를 달리면서 내 마라톤 역사상 이렇게 힘들게 후반을 달려본 기억이 없다.
기록도 1시간 30분 35초로서 최근 2년 내의 기록으로선 최악이다. 물론 거리가 긴 것을 감안하면 1시간 27-8분의 기록은 되겠지만...
달리기 종료후 금곡으로 찍기님과 함께 이동을 한 후 남건달회원들과 함께 삼겹살로 식사를 한 뒤, 건산님 사무실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신 뒤 평내로 가서 목욕을 하고 집을 돌아왔다.
오전에 원병원에 가서 종아리를 수술하고 꿰맨 실을 제거했다. 의사가 수술이 잘됐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한다. 나는 그저 고맙다는 말만 했다. 실을 제거하니 다리가 한결 가볍다.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였으나 업무로 인하여 뒤로 미루고...
오후에 남양주 시립도서관에 들려 필요한 책들을 읽고 6시 30분 쯤 양정동 헬스장에 갔다. 조금 있으니까 중대장님이 오시고 불법 아우도 왔다.
근육운동을 하고 트레드밀에 오르니 마음이 설렌다. 벌써 종아리 치료로 인하여 달리기를 휴업한지 8일째이다. 느린 속도로 5분 여를 달리고 속도를 높여 달리며 종아리의 상 태를 점검하였다.
역시 수술 후라서 그런지 통증이 느껴지고 달리기가 힘들어진다. 다시 속도를 느리게 하여 10분 정도 마무리 달리기를 하고 트레드밀을 내려왔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노원 하프마라톤에 나가는데, 제대로 달릴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된다.
조금이라도 몸에 무리가 느껴진다면 과감히 포기를 해야 되겠다. 운동마치고 건산님, 찍기 님과 함께 하와이 숯불갈비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를 곁들었다. 그 동안 다리 치료하느라고 고생했다며 건산님께서 위로의 말씀을 해 주시고 고기까지 사주시니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걸 억지로 참았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