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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노협>주간노동정세동향 55호(2/23)
1. 노동소식 : 1)금속노조 일제히 특별교섭 요구, 2)한진중공업지회 총파업 예고
2. 최근 노동법 : 방송국 박수부대는 근로자가 아니라서 소개업소 처벌 못해
3. 노동시론 : 내 삶의 나침반, 마찌꼬바와 일반노조운동
0 붙임자료 : 기초노령연금이 보내온 편지 - 어르신들, 국회를 고발해주세요
1. 노동소식 : 1)금속노조 일제히 특별교섭 요구
노조전임자활동 및 산별교섭권 보장을 내용으로 한 금속노조 특별단체교섭 및 보충교섭(아래 특별교섭) 요구안이 12일 현재 관계사용자에게 대부분 발송 완료됐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특별교섭을 사측에 요청한 곳은 모두 18개지부(기업지부 포함) 198개 사업장이다.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이경훈)와 기아자동차지부(지부장 김성락)은 12일 현대기아차 각 사측에 △전임자 수 및 활동 보장 △조합원 조합활동 보장 △금속노조와의 교섭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보충교섭 요구안을 보냈다. 현대자동차 단체협약 문구에는 “노동법을 이유로 단체협약을 저하시킬 수 없으며 법률 개정으로 인하여 수정되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유효기간 중 2회에 한해 보충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노사 쌍방 중 어는 한 쪽이 보충협약을 위한 협상을 요구하면 성실히 교섭에 응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기아자동차도 “회사는 조합과 합의 없이 노동관계법, 노동관련 법령 개정 등을 이유로 본 협약을 저하 시킬 수 없다”는 문구를 단체협약에 갖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정기총회에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근절을 위한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다. 경총은 "개정 노동법은 일정한 요건하에서 노조간부들에 대해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일부 노동계에서 편법적인 방식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과다한 기금 출연과 수익사업 보장 등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지침을 산하 조직에 하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이러한 움직임을 차단하고자 사업장에서 노조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협약 개정이나 특별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또 노조전임자를 인정할 경우 '무급휴직' 처리하고 급여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유사 전임이나 비공식 전임 등의 형태로 유급 노조활동을 하는 조합원은 현업에 조속히 복귀시키기로 했다.(연합뉴스)
2)한진중공업지회 총파업예고
전 직원의 30% 정리해고를 둘러싼 한진중공업의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노조는 22일 경영진과 노조가 공동의 고통분담을 하는 내용을 담은 최종안을 제시했지만 사 측은 부족하다는 입장이어서 교섭은 또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다음 교섭 일정을 잡지도 못한 가운데 한진중공업 측은 사실상 3월 초까지 정리해고 수순을 밟아가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에 맞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오는 26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2. 최근 노동법 : 방송국 박수부대는 근로자가 아니라서 소개업소 처벌 못해
방송국 프로그램의 방청객으로 동원된 이른바 ‘박수부대’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사업체 등록 없이 이들을 알선하는 소개업을 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은 채 방송국 방청객을 소개하는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한 혐의(직업안정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씨(64)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방송, 영화 홈쇼핑, CF 박수부대 회원모집’이라는 광고를 광고전문지에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이들로부터 회원가입비 3만원씩을 받고 방송국 방청객으로 소개하는 사업을 하다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반대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재판부 역시 “방청 업무의 계속성과 방송국에 대한 전속성 정도, 방청비 지급관계 등에 비춰볼 때 회원들이 방송국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를 받는 관계에 있는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경향신문)
3. 노동시론(時論) : 내 삶의 나침반, 마찌꼬바와 일반노조운동
마찌꼬바! 시내에 있는 소규모 공장이라는 뜻의 일본말. 이 단어를 20여년 전에 야학을 통해서 처음 듣게 되었다. 선배들이 대화속에서 흔히 나오던 단어로 처음에는 무슨말인지도 몰랐던 단어이다. 그렇게 낯설던 단어가 이후 20여년간의 나의 삶의 나침반이 될줄은 정말 몰랐다.
90년대 초 겨울에 “상록수”를 꿈꾸며 야학을 찾아갔다. 허름한 건물과 연탄난로, 첫 인상은 예전 드라마 “야망의 계절”이 떠오를 만큼의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분위기였다. 미싱을 하던 나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웃으며 “일하다가 갑자기 미싱이 얼굴로 날라오는 거야!!”라며 웃으며 말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잠시 후에야 그것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졸음 때문에 일하다가 미싱에 얼굴을 박은 것을 농담으로 얘기한 것임을 알았다. 야학에는 많은 학강(학생)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마찌꼬바 섬유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수업중에 덩치 큰 아저씨 2명이 16살 정도의 어린 남자 학생을 데려가려고도 했다. 그 이유는 그 아이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어 공장이 멈출 것 같으니 무조건 아이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강학(교사)들이 모두 나와서 항의한 후에야 관리자 같은 그들이 돌아갔다. 그 아이가 도망나온 것은 너무 일이 힘들어서였다. 봉제공장의 대모도(보조) 일을 하는데 함께 일하는 할머니가 사장의 어머니이기에 실제 모든 일을 혼자 하여야만 했다고. 사장은 힘들다고 할 때마다 삼겹살도 사주고, 5천원도 올려주고 그랬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살기위해서 도망나온 것이었다.
세상은 정확하게 둘로 나뉘어져 있다. 단지 한 공간에 존재할 뿐이다.
마찌꼬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아니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라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졸업생모임을 조직하기도 하였으나 개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과 민주노총의 전신인‘전노협’도 찾아갔다. 그 때 전노협 활동가에게 “솔직히 그들을 챙길만한 여력이 안된다”는 말만 듣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야학선배들은 지역의 마찌꼬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를 만들었고, 난 졸업과 동시에 그 단체부터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후 단체로서의 한계성(현장접근성)을 극복하고자 2001년 노동조합을 건설하게 되었고, 그것이 현재의 서울일반노동조합이다.
쓰레기 봉투에 천조각이 많으면 근처를 뒤져 마찌꼬바 사업장을 찾아내 선전물을 뿌렸다. 제화현장에서는 한명이 관리자들과 싸우는 사이에 다른 한명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유인물을 돌렸다. 사장 동생이 조직폭력배라며 협박전화를 해대던 흰장갑 만드는 공장의 체불임금투쟁. 사장이 평상시 욕을 밥 먹듯이 했던 단추공장에서는 “사장은 조합원에 대하여 인격적 무시를 하지 말 것”이라고 시작하는 단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러한 작은 승리가 있었지만 , 마찌꼬바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쉽지 않았다. 잦은 이직과 열악한 노동조건(하루 12시간 노동 등)으로 인하여 기본적인 조합활동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태일은 “바보회”를 조직하였다. 그 이름은 “노동자도 당당하게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살 권리가 엄연히 있는데도 여태껏 기계취급을 받으며 업주들에게 부당한 학대를 받으면서도 찍소리 한 번 못하고 살아왔기에 우리 재단사들의 모임은 바보들의 모임이다, 이것을 우리가 철저히 깨달아야만 언젠가는 우리도 바보신세를 면할 수 있다”것이 이름의 설명이다. 마찌코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 어쩌면 우리 일반노조 동지들은 “바보회”가 아닐까 생각된다.
전체 노동자의 약 80%이상이 중소영세 노동자라고 한다. 다들 중소영세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대한 필요성·당위성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책임지려는 사람은 솔직히 전국에 있는 우리 일반노조 동지들이 아닌가 싶다. 전국에서 화려한 말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깨닫고 발전해나가는 것이 우리 일반노조들이다. 서울일반노조에서는 음식업등의 마찌꼬바 사업장을 조직하려한다. 물론 어떻게 해야할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현장의 조합원과 함께 만들어 가보려 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신영복
(서울일반노조 윤선호)
0 붙임자료 : 기초노령연금이 보내온 편지
어르신들, 국회를 고발해주세요
[오건호 칼럼:사회공공연구소]
난 기초노령연금이다. 세상에 선보인지 3년째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체 노인 중 70%인 약 360만 명이 매달 8만8000원씩 나를 만나고 있다. 올해 소요되는 재정만 3조5000억 원이다. 받는 사람의 수나 예산 규모에서 막중한 사업이다.
요사이 보편복지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자는 여론에 힘입어 등장한 용어다. 아이들에게 급식이 보편복지라면, 어르신들에게 내가 보편복지다. 65세에 도달한 대부분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라도 일부 지급하는 제도이니 말이다. 며칠 전 언론보도를 보니 사람들 중 절반이 노후준비 능력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시대를 맞아 내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진다.
나에게 무심한 사람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에 대해 무심하다. 내가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재정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는 애써 나의 존재를 모른 체하고, 시민단체들도 나를 푼돈으로 가볍게 여긴다. 나를 받는 어르신들 역시 침묵하긴 마찬가지다.
난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 의해 3년째 나의 법적 권리가 유린당하고 있다. 이번 2월 국회에선 혹시나 나를 챙기는 노력이 있을까 기대했으나 또 좌절이다. 내 사연을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까?
나는 2007년 여름에 태어났다. 애초 계획이 없던 아이였으나 국민연금 개정 논란 과정에서 덧붙여 생겨났다.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의 법정급여율을 60%에서 40%로 대폭 깎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당연히 사람들이 이에 분노했고, 인터넷에선 '국민연금 8대 비밀'이 돌아다니며 안티국민연금 분위기를 강하게 조성했다.
그래서 조정안이 나왔다.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대다수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오랫동안 나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해왔던 노동단체,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일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제도내부자만 챙기는 '엄격한' 국민연금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정말 자부심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금액이 작다며 무시하지만 난 미래 크게 자라날 새싹 같은 존재이다. 잠시 내 자랑을 들어보시라.
보통 공적 노후복지제도로 국민연금을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닌 한계도 참 크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들에게만 나중에 연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인구 2400만 명 중 무려 1000만 명이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젊었을 때도 어려운 처지에 살고, 늙어서도 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에 있다. 국민연금은 지금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주지만(직장가입자의 경우 본인부담 보험료의 3.6배를 연금으로 받게 됨), 노동시장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참 엄격한 놈이다.
축복받지 못한 탄생, 그러나 난 정말 괜찮은 놈!
이에 비해 난 '사회연대' 그 자체다. 대한민국 노후복지체제에서 나의 출생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나를 받는 노인의 수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고령화에 따라 전체 인구 중 노인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나를 받을 자격을 갖는 '노인 70%'의 수도 자동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노인 수는 약 52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이다. 이후 노인 수는 2030년에 1000만 명, 2050년엔 1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4200만 명의 약 40%에 달한다. 그래서 2050년에는 노인 1600만 명의 70%인 1100만 명이 나를 받게 된다. 이렇게 나는 대한민국의 노후 보편복지의 기둥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둘째, 나의 급여율 10%는 수치로 보면 작지만 이것의 갖는 의미는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과 비교해 보자.
국민연금에서 말하는 급여율은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설정된 법정급여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입기간이 20년을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실제 당신들이 받을 실질급여율은 법정급여율 40%의 절반인 20%가 된다. 당신이 20년 동안 매달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납부하면, 나중에 평소 받았던 월급액의 20% 정도를 국민연금으로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당신들이 나를 위해 따로 보험료를 낼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65세에 이르고 상위 30%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당신은 나를 받게 된다.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월평균소득의 10%를. 이는 20년을 매달 보험료를 내야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액의 절반 금액이다.
2007년 연금법 개정 당시 사람들은 모두 손해를 보았다고 분개했다. 국민연금 급여율은 20% 포인트 낮아지는데, 새로 도입된 나의 급여율은 10%에 불과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거래의 손익계산이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가입기간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급여율 20% 인하는 기초노령연금 급여율 10%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급여율로 보면, 서로 비겼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계층적으로 새로운 복지효과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급여가 깎이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해 이후 연금 수혜를 받을 제도내부자이지만,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포함해 대다수가 서민 노인들이다. 실질 금액으로 보면 국민연금 급여 인하 몫과 기초노령연금 도입 몫이 비슷하지만, 계층적으로 보면 두 연금의 상호교환에서 상당한 재분배효과가 생겨난 것이다.
나는 축복받지 못하며 태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받는 노인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이 내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괜찮은 놈임에 틀림이 없다.
3년째 가로막힌 내 성장
그런데 오늘 이렇게 내가 억울해 하는 건 권력을 지닌 자들이 현행법의 틈새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국회에서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이 함께 의결되었다. 그런데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와 내 급여율 인상 방식이 약간 다르게 결정되었다.
국민연금 급여율은 2028년까지 20년 동안 단계적으로 40%로 낮추는 방식이 법에 명시되었다. 그래서 우선 급여율이 2008년에 60%에서 50%로 인하되고,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되어 2028년에 40%에 이르게 될 것이다.
반면 나의 급여율은 2008년 5%에서 시작하되 2028년까지 10% 상향한다는 목표만 정하고 구체적 인상방식은 2008년 1월부터 국회에 설치될 '연금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로 위임되었다(기초노령연금법 부칙 제4조의2).
당시 난 몇 달만 지나면 나의 인상방식이 정해질 것이라 믿었다. 사람들이 그만큼 나를 세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연금개선위원회는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그 결과 국민연금 급여율은 2008년 50%로 인하된데 이어 올해 49.0%까지 낮아졌으나, 나는 여전히 5%에 묶여 있다. 지금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176만 원의 5%인 8만8000원이다. 만약 내가 국민연금 인하와 연동해 상향되었으면 급여율은 5.5%, 금액은 9만7000원이어야 했다. 새로 회기가 시작되는 올해 4월부턴 다시 5.75%로 올라 10만1000원이어야 한다.
내 성장을 막고 있는 이들-정부와 한나라당
최근 나는 왜 국회에서 내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 급여율이 올라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이명박 정부는 [제3차 사회보장 장기발전방향]을 마련했다. 여기서 정부는 내 문제와 관련해 임기 중에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미 법에 명시된 급여율 상향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을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임기 이후 과제로 미루고 있다. 게다가 나를 받는 노인의 수도 점차 줄이려는 방침을 일찍부터 세워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나라당도 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법에 정한 연금개선위원회 설치를 매번 반대하며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나의 법적 권리마저 무시하는 정부의 방침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정부와 한나라당의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부자감세, 4대강 사업 등으로 재정건전성 문제에 직면해 있어 추가 재정지출이 따르는 내 급여율 상향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를 위한 확실한 방법으로 아예 국회 연금개선위원회 설치를 미루는 것이다.
그래도 이건 지나치다. 정부와 여당이 법에 정해진 어르신 복지를 이렇게 유린하다니 말이다. 2007년 대선 며칠을 앞두고 대한노인회 주최 후보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20만 원까지 드릴 수 있다고 약속했던 사람이 바로 현 대통령인데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를 고발해주세요
최근 청년유니온 이야기를 들었다. 88만 원 세대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섰다. 무엇보다 기존 노동조합에 기대지 않고 당사자들이 나섰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이다. 꼭 이 사람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직접 풀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처지를 다시 돌아본다. 새로 노동시장제도도 정비하고, 사용자들과 교섭도 해야하는 청년유니온에 비하면 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국회가 법이 정한대로 일을 하면하면 되는 일이다.
나를 받는 당사자들은 어르신들이다. 나의 억울함을 푸는 데 당신들이 직접 나서면 얼마나 좋을까? 어르신들이여, 대한민국 국회를 고발해 주세요.